'허삼관' 주연·감독 하정우
[ 유재혁 기자 ]
“제가 인기 배우로 타성에 젖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을 때 처음으로 연출한 게 ‘롤러코스터’(2013년)였습니다. 그때는 순간적인 재미에 집중하면서 제 취향대로, 템포대로 찍었어요. 첫 편보다 열 배나 많은 제작비가 들어간 이번 영화는 달랐어요. 관객들과 소통하고 공감을 얻기 위해 스태프들과 논의하고 협업하면서 촬영했어요.”
14일 개봉하는 시대극 ‘허삼관’에서 주연과 감독을 겸한 하정우(34)의 소감이다. 총제작비 90억원을 투입해 중국 작가 위화의 소설 ‘허삼관 매혈기’를 한국식으로 각색한 이 영화는 1950~1960년대 판자촌에서 가족의 생계를 위해 피를 팔았던 가장 허삼관의 이야기를 따뜻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그려냈다. 하지원이 허삼관의 아내로 등장하고, 조진웅 김성균 정만식 김영애 이경영 등 호화 배우진이 출연한다.
“감독으로 촬영장에 들어서면 배우 때와 느낌이 완전히 달라요. 사람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스태프들이 함께 일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거지요. ‘허삼관’에서 제가 발전한 부분이 있다면 관객들과 더욱 소통하고 공감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겁니다.”
그는 허삼관 캐릭터의 매력에 이끌려 뛰어들었다고 한다. 11년간 키운 아들이 다른 남자의 자식임을 아는 순간, 주인공은 속좁은 사내가 되고 만다.
“겉으로는 삐치고 성질을 부리면서도 속으로는 울고 있는, 양면성이 현실적이면서도 입체적인 인물처럼 다가왔어요.”
그는 미술과 음악을 통해 동화적인 판타지로 관객들에게 다가가려고 했다.
“매혈(賣血)은 가슴 아픈 행위지만 따뜻한 가족 이야기가 되기를 바랐어요. 그래서 미술에서는 원색을 많이 사용했고, 음악에서는 ‘대부’나 ‘토이스토리’ ‘몬스터주식회사’ 등 할리우드 영화 음악을 도입했어요. 애니메이션 음악은 설명적이며 직접적이어서 인물의 감정을 도드라지게 하는 데 좋거든요.”
허삼관의 세 자녀 역은 1600여명의 지원자 중에서 캐스팅했다. 첫째는 엄마 역 하지원과 닮은꼴이며 둘째와 셋째는 하정우와 더 닮은 아이로 선택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지시대로 연기를 해낼 수 있는지, 유연성 여부가 관건이었다고.
“아이들이 워낙 귀엽다보니 저도 결혼해 아이를 갖고 싶더군요. 이 다음에 저는 아이들과 친구처럼 지내는 아버지가 되고 싶습니다. 예능프로 ‘힐링캠프’에서 아버지(배우 김용건)가 제 선 자리를 알아본다고 했는데, 정말 선을 봐야 할지 고민해봐야겠어요.”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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