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겪는 대북 사업가들
[ 전예진 기자 ] 북·중 접경지역인 중국 단둥에서 의류 공장을 운영하는 A씨는 최근 3년간 직원 규모를 800명에서 150명으로 줄였다. 2010년 남북경협을 중단하는 5·24 대북제재 조치가 시행되면서 더 이상 값싼 북한 노동력을 이용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2000년대 중반 남북교류가 활발했을 때는 북한에 아웃소싱을 하거나 북한 근로자를 직접 고용해 한국에 옷을 수출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높은 중국 노동자로 대체하면서 원가 경쟁력을 잃었다는 것이다. A씨는 “20년째 단둥에서 사업을 하면서 이렇게 어려웠던 적은 없었다”며 “세계 최고 수준인 북한 임가공 인력을 활용하지 못하는 건 우리로선 큰 손해”라고 했다.
올해로 4년째 남북경협이 중단되면서 대북 사업체들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통일부는 5·24 조치 이후 개성공단을 제외하고 남북경협 실적이 있는 업체 1100여곳 가운데 30%가 폐업한 것으로 추산했다. 북·중 접경지역에 진출한 대북 사업가도 대부분 철수했다.
2006년 단둥에 진출한 한인은 6000여명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1000여명으로 급감했다. 반면 단둥의 북한 인구는 2000명에서 1만2000여명으로 6배 가까이 늘었다. 보따리무역 확산과 북한 당국의 인력송출 확대에 따른 것이다.
중국이 최근 노동법을 강화한 것도 대북 사업가들에게 악재다. 중국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경제보상금 명목으로 1년 근무 시 1개월치 월급을 퇴직금으로 지급해야 한다. 중국인 근로자 150명을 정리해고하려면 1인당 2만위안(약 400만원), 총 6억원이 든다는 게 현지 기업인들의 설명이다. 추가 고용도, 사업 철수도 여의치 않다는 얘기다.
이득을 본 것은 중국 국적을 가진 조선족 사업가들이다. 이들은 북한과 합법적으로 거래할 수 있고 한국어를 사용해 북·중 교역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 특별취재팀
단둥·옌볜·훈춘=조일훈 경제부장/김병언 차장(영상정보부)/김태완 차장(국제부)/김유미(경제부)/전예진(정치부) 기자/천용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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