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TV
[ 정지은 기자 ]
직장인 A씨는 신형 TV 구입을 놓고 고민 중이다. TV는 한 번 구입하면 오래 사용하는 제품인 만큼 이왕이면 초고화질(UHD) TV를 샀으면 한다. 그런데 최근 저가 UHD TV를 국산 제품의 절반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혼란스럽다. 알아보니 저가 UHD TV의 경우 품질이 다소 떨어진다는 말이 있어 어떤 제품을 구매해야 할지 고민이 크다.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내년 UHD TV 판매량이 전체 TV 시장의 12.98%에 달할 전망이다. 이제 소비자들은 생활 속에서 다양한 UHD TV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수많은 UHD TV 라인업과 천차만별인 가격 때문에 진짜 좋은 UHD TV를 선택하는 것도 더 힘들어졌다.
전문가들은 진정한 UHD TV 또는 진짜 초고화질을 즐기고 싶은 소비자라면 저렴한 가격보다는 기술력 차이에 집중할 것을 조언했다. 가격이 저렴한 제품은 화질을 표현해내는 기술력인 신호처리 체계가 미흡해 완벽한 초고화질을 구현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기술력 차이가 만드는 품질 차이
TV 기술은 크게 디스플레이 패널과 신호처리 체계로 구분할 수 있다. 패널이 수천만개의 화소(픽셀·영상의 최소 기본 단위) 집합체라고 한다면, 신호처리 체계는 패널이 제대로 된 색과 빛을 구현하게끔 제어하는 기술을 뜻한다.
국내 4K UHD 기술 분야의 권위자로 인정받는 구재모 한국영상대 영상촬영조명과 교수는 초고화질을 결정하는 조건에 대해 “소비자는 뛰어난 화질을 규정하는 전부 혹은 절대적인 요소가 없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사람이 TV 화질의 차이를 ‘패널’에서 찾으려고 하는데, 패널뿐 만 아니라 색, 계조(階調·밝고 어두운 단계의 빛을 표현), 노이즈 억제와 같은 신호처리 체계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패널의 진짜 역할은 신호처리 체계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화소를 담아 TV 화면 뒤에서 빛을 내 영상을 띄우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구 교수는 패널을 “각각의 화소가 점멸하는 램프”라고 말했다. 빛을 내는 램프처럼 화질을 담아내는 부품이라는 것이다.
구 교수는 또 색과 빛을 얼마나 충실히 구현하는가가 화질을 결정한다고 전했다. 동일한 해상도 혹은 같은 패널이라고 할지라도 시청자들은 색이 풍부하고 섬세하게 표현되는 영상을 더 선명하게 인식하는 까닭에 색은 초고화질을 구성하는 요소로 꼽힌다.
빛은 계조에 따라 그 선명함이 좌우되고, 계조는 사람이 보는 피사체의 농도 차이를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사물의 가장 짙은 농도와 옅은 농도 차이를 인식하는 단계가 세분화될수록 선명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TV 화면에서도 실제 눈으로 보는 것과 같은 넓은 폭의 계조를 표현하는 것이 보다 사실적인 진짜 초고화질을 결정짓는 요소가 된다. 고른 화질을 재현하는 노이즈 억제 기술 역시 화질의 차이를 만드는 신호처리 체계 중 하나다. 이 기술은 단순히 신호의 잡음을 제거하는 것뿐만 아니라 각기 다른 화질의 명암과 컬러 영역에서 콘텐츠의 세밀한 정보를 깨끗하게 보여주는 기술을 의미한다.
구 교수는 “진정한 초고화질은 이러한 신호처리 체계가 잘 구현되고 그 결과물이 패널을 통해 제대로 전달돼야 완성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TV 회사들은 단순히 좋은 성능의 패널 개발에만 노력을 기울일 것이 아니라 패널에서 얼마나 좋은 화질이 구현될 수 있는가와 직결되는 신호처리 체계 개발을 통해 종합 기술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패널+신호처리 합한 종합 기술력 갖춰야
구 교수는 진정한 초고화질을 구현한 대표적인 사례로 삼성 커브드 UHD TV를 꼽았다. 삼성은 TV의 두뇌라 할 수 있는 칩을 자체 개발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독자적인 신호처리 체계 기술인 화질 엔진기술도 갖추고 있다. 삼성 UHD TV에는 풍부하고 상세한 색으로 음영을 세세하게 구분하는 퓨어 컬러와 멀리 있는 곳은 더 멀리, 가까이 있는 곳은 더 가까이 영상의 깊이감을 통해 눈에 편안한 화질을 제공하는 원근 강화 기술이 더해져 시청 몰입감까지 더욱 높여준다고 구 교수는 전했다.
또 UHD디밍은 화면을 세밀하게 나눠 명암비, 컬러감, 디테일 등 3단계로 화질을 정교하게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화면을 세밀하게 나누고 어두운 화면을 표시할 때는 해당 부분의 백라이트를 꺼 화면의 가장 어두운 영역과 밝은 영역의 차이를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아직 UHD 방송이 일반화되지 않아 대부분의 방송이 HD나 풀 HD 영상으로 방송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업스케일링 기술도 중요하다. HD나 풀 HD 방송 영상을 분석해 UHD 화질로 만들고 노이즈를 제거한 뒤 세부 묘사를 강화해 소비자는 어떤 영상이든 UHD급 영상으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이와 함께 초고화질 콘텐츠의 감상 효과를 높이는 것이 바로 화면이 안으로 휘어져 있는 커브드 스크린이다. 구 교수는 “화면을 곡면으로 처리하면 평면보다 넓은 화각의 영상을 시청하게 돼 몰입 효과가 높아진다”며 “커브드 화면을 구현할 수 있는 회사는 전 세계에 얼마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구 교수는 “UHD라고 말하는 TV가 모두 UHD의 초고화질을 구현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그는 TV 내부에서 처리되는 신호가 패널을 거쳐 TV 화면에 이르는 과정에 뛰어난 기술이 필요한 만큼 패널은 물론 패널이 충분히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훌륭한 신호처리 체계 기술을 가진 진정한 UHD TV인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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