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션 마지막날. 남극 탐험을 뒤로하고 다시 피끓는 전장으로 향하는 내 캐릭터. |
1세션 3일차 세계정세를 알아보자. 먼저 첫날부터 밀린 중국은 3일차 되면서 우승권 밖으로 밀려나 있었다. 판세를 역전할 수 없다는 걸 파악한 중국유저는 2세션으로 대거 이주해버렸다. 남은 유저들은 최후의 보루인 '상하이'와 '타이페이'에 모여 호시탐탐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었다. 내가 속한 이집트도 상황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중국이 무너지면서 이집트는 로마와 아즈텍, 두 강대국 사이에서 외로운 싸움을 해야 했다. 남극에 기지를 개발하는 등 영토 확장에 노력했지만 국력은 점점 약해졌다. 오히려 힘만 분산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p> <p>
▲ 긴 여행 끝에 드디어 최전방 도시인 부토에 당도했다. 다가올 전운이 감돌고 있었다 |
나는 부토의 작전지휘부로 부터 '부시리스', '에드푸', '타니스'의 이른바 서부전선 3각 라인을 지키라는 명령을 받았다. 이곳은 이집트와 로마가 치열하게 대치중인 곳이다. 양측은 한치 앞을 예측하지 못할 정도로 일진일퇴를 거듭했다. 이집트 리더 길드인 디셉티콘 옵티머스 군주는 채팅창을 통해 부시리스로 모여 달라고 독촉했다. 많은 유저들이 부시리스와 타니스에 집결했다. 이번 전투의 관건은 근대전이다. 1일차는 고대, 2일차는 중세, 3일차는 르네상스 시대 순으로 넘어가면서 전투의 양상도 바뀌었다. 하루빨리 중세시대를 청산하고 화약을 이용한 근대무기를 생산해야 한다.</p> <p>
▲ 부시리스 시청앞 모습.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 전쟁준비에 분주하다. 부시리스, 에드푸, 타니스의 서부전선 3각라인은 이집트 전력상 중요한 요충지다 |
▲ 도시에는 콜로세움이 지어지고 있다. 잠시 콜로세움의 장엄한 위용을 감상했다 |
▲ 오릭스 탈환작전! 눈앞에 로마군의 충차가 파괴되고 있다 |
이집트의 첫 번째 목표는 오릭스였다. 부시리스와 타니스 사이에 위치한 오릭스는 전략적으로 상당히 중요한 곳이다. 2일차 전쟁에서 이집트는 로마에게 에드푸를 빼앗은 대신 오릭스를 빼앗겼다. 때문에 첫 번째 공격지점으로 오릭스를 택했다. 오릭스를 빼앗아야만 북진의 활로가 열린다.</p> <p>이 시기 로마는 동부전선에서 아즈텍과 결전을 치루고 있었다. 중국의 난징까지 진격한 아즈텍은 동부전선 최전방 셀레우기아에 대규모 군대를 집결시키고, 로마의 심장부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로마는 아즈텍에 신경 쓰느라, 상대적으로 이집트와 대치중인 서부전선에 소홀 할 수 밖에 없었다. 이집트로썬 이때가 기회였다.</p> <p>부시리스와 타니스에 주둔한 이집트군은 양동작전으로 오릭스를 공략했다. 이집트군은 대규모 충차부대를 이끌고 오릭스의 성문을 때렸다. 성문을 깨고 시청까지 무난히 진입했다. 로마의 간헐적인 저항이 있었지만 위협적인 수준은 아니었다. 시청을 접수한 이집트 군사는 오릭스 탈환에 성공했다.</p> <p>
▲ 순식간에 오릭스 심장부로 치고 들어가 도시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탈환 성공! |
그러나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란 걸 깨닫기까지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 부시리스에 집결한 이집트군은 바로 위에 위치한 폴라센티아로 진격해 들어갔다. 폴라센티아는 로마의 남부전선을 지탱하는 요충지다. 문화도시이기 때문에 이곳을 점령하면 로마의 문화점수를 일정부분 깎아먹을 수 있다. 로마에게 제대로 뒤통수를 치는 겪이다.</p> <p>로마 입장에선 이곳이 뚫리면 내륙까지 완전 무방비 상태가 된다. 중요한 건 문화점수에 타격을 입게 된다는 것. 부시리스에서 출병한 이집트는 폴라센티아 남부 평원으로 진격해 들어갔다. 오릭스 탈환으로 사기가 오른 이집트는 그 기세를 살려 일사분란하게 전투를 치렀다. 적의 잔당을 소탕하며 언덕위로 진격하려는 찰나, 눈앞에 믿지 못할 광경이 벌어졌다.</p> <p>
▲ 다빈치 탱크로 무장한 로마 기갑부대 출연. 지축을 울리며 돌진해올 때 소름이 돋았다 |
▲ 로마 기갑부대는 적들에게 그야말로 저승사자와 같다. 가장 먼저 다빈치 탱크를 뽑아 상대를 초토화 시켰다 |
나는 문명온라인이 기존 MMORPG와 다른 게임이란 걸 이때 느꼈다. 문명온라인은 다른 MMORPG처럼 머릿 수로 밀어붙이는 전쟁게임이 아니다. 문명의 발전수준에 따라 적은 머릿수로도 다수의 적을 물리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모두가 전쟁에 나갈 필요가 없다.</p> <p>누군가 후방에서 문명을 관리하고, 전방에 물자를 공급해 줘야만 좋은 무기를 뽑을 수 있다. 로마가 전투에 강한 것도 문명발전과 전투기술의 밸런싱을 잘 맞췄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건축가나 기술자 같은 비전투 직업이 무엇보다 중요한 게 문명온라인이다. 안타깝지만 이집트는 아직 탱크를 뽑을 만큼 문명이 성숙하지 못했다.</p> <p>감상에 졌어있을 시간도 잠시. 이집트 군사들은 필사적이었다. 이가 아니면 잇몸으로 싸워라. 탱크가 없는 이집트는 충차를 대량으로 뽑아 로마 탱크와 맞섰다. 물론 충차는 탱크의 상대가 될 수는 없다. 미친짓인줄 알지만 방법이 없었다. 머스킷병이 원거리에서 화승총으로 견재하고, 가까이에서는 충차로 돌격했다. 죽으면 다시 부활해서 덤비고 또 덤볐다. 이집트의 무대포 공격에 로마 기갑부대도 주춤할 수 밖에 없었다.</p> <p>탱크가 하나하나 파괴되더니 드디어 후퇴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르네상스 초반이라 적들도 탱크를 대량으로 뽑진 못했다. 7대 정도의 탱크가 박살나고, 그 기세를 몰아 적의 성 앞마당에 도착했다.</p> <p>
▲ 맨몸으로 로마 기갑부대를 박살낸 이집트 보병들. 게임을 하는 내내 감탄사를 연발했다. 언덕을 올라 적의 성으로 진격하고 있는 이집트 군대 |
로마수성군의 저항 또한 만만치 않았다. 10대 이상의 충차로 성문을 때렸지만 그럴 때마다 로마는 꿋꿋이 버텼다. 성문이 뚫려도 안으로 진입할 수가 없었다. 로마군은 성안으로 진입하는 이집트군을 일점사하며 몰살시켰다. 그렇게 시간을 끌면서 이집트를 점점 수세로 빠뜨렸다. 이집트는 로마성 앞에다 아예 병원을 지었다.</p> <p>전투 중 죽더라도 병원에서 부활하기 때문에 이동간의 시간이 단축된다. 죽고 부활하고, 죽고 부활하는 지루한 공방전이 계속됐다. 하지만 시간은 우리의 편이 아니었다. 시간을 끌수록 로마의 지원군이 속속 모여들었다. 결국 이집트는 북진의 교두보로 삼았던 폴라센티아 공성에 실패했다. 1차 공방전 시간이 종료됐다.</p> <p>
▲ 필자가 참전한 전쟁 중 가장 치열했던 폴라센티아 공방전. 일진일퇴를 거듭하며 총공세를 펼쳤지만 로마의 수비를 뚫진 못했다 |
1차 공방전 이후 필자는 일 때문에 게임에서 잠시 나가야 했다. 사실 직장인으로써 3시부터 10시까지 온전히 모니터 앞에 앉아있기엔 사정이 어려웠다. 한참 재미있을 때 나가자니 너무나 아쉬웠다(한편으론 테스트 시간을 10시까지 정한 엑스엘이 원망스럽기도...). 필자가 다시 게임에 들어온 시간은 9시 30분쯤. 이미 승패가 결정된 시간이다. 결과적으로 1세션의 승리는 아즈텍에게 돌아갔다.</p> <p>아즈텍은 로마와의 경쟁에서 승리했다. 문화승리를 달성한 것이다. 1차 공방전 이후 로마가 받은 타격은 심각했다. 58%로 가장 앞섰던 문화점수가 44%로 떨어졌다. 문화점수는 로마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했다. 아즈텍은 로마의 이런 약점을 파고들었다. 세션 종료 2시간 전, 아즈텍은 모든 국력을 동원해 로마를 공격했다.</p> <p>당시 전황을 목격한 한 유저는 게시판을 통해 아즈텍 인구의 80%가 로마로 진군했고, 로마의 문화도시만 집중적으로 파괴했다고 서술했다. 결국 군사 강대국인 로마는 문화점수를 지키지 못해 패배했다.</p> <p>문명온라인에서 승리하려면 강력한 군사력과 함께 높은 문화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로마처럼 군사력이 강해도 문화점수가 낮으면 결코 승자가 될 수 없다. 힘과 문화를 모두 가지고 있어야 진정한 문명 최강국이 된다. 이것이 이번 테스트에서 깨달은 강대국의 조건이다.</p> <p>
▲ 세션 1은 아즈텍의 문화승리로 끝났다. 로마는 강력한 군사력에도 불구하고 문화 거점을 지키지 못해 패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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