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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여덟, 명품백 대신 명품통장①]"ELS가 뭐예요? 신상백 모델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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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현/강지연 기자 ]

"아메 뭐? 아니 그거 말고 그냥 커피 시켜줘. 나 참 요즘 애들은 도통 이해할 수가 없어. 밥값보다 비싼 커피 마시면서 '월급이 적다' '모을 돈이 없다' 불평을 왜 하냐고. 나 때는 말이야 프림 세 스푼, 설탕 세 스푼이면 충분했어요. 회사에 비치된 커피믹스들이 있는데 뭐하러 돈을 써. 나는 신입사원 때부터 돈을 꼬박꼬박 저축해서 입사 5년 만에 집을 샀다고."

젊은 애들 가는 곳을 경험해보고 싶다기에 애써 모셔왔거늘 회사 앞 별다방에 들어온 박 부장은 옛 영광을 들먹이며 또 침을 튀긴다. 황 과장은 박 부장의 반응이 익숙한 듯 커피 뚜껑부터 닫았다.

지난 7월 중견 IT회사에 입사한 신입사원 김지영 씨(28)는 하고 싶은 말을 꾹 눌러담았다. 아부가 천직인 것 같은 황 과장만 굽신대며 "저는 그래서 돈을 못 모으나봐요. 역시 대단하세요, 부장님"이란 멘트를 날린다.

지영 씨는 박 부장의 말 한 마디에 '돈 아낄 줄 모르는 요즘 애들'이란 낙인이 찍혔다. 상사들이나 친척 어른들께 으레 듣는 이야기지만 들을 때마다 억울함이 목젖까지 차오른다. 우리는 더이상 '프림 세 스푼, 설탕 세 스푼'의 시대가 아닌데 기성세대들은 자신들의 소비 패턴과 다른 2014년의 스물여덟을 '사치스럽다'고 치부한다.

상대적으로 싼 곳이든 비싼 곳이든 우리 입맛은 이미 원두커피에 길들여져 있고 친구들과의 '아메리카노 한 잔'은 어느새 너무 익숙한 풍경이 돼 버렸다.

때문에 세상은 우리를 '소비 지향 세대'라고 부르지만 사실 알고보면 우린 소비를 부추기는 세상 속에서 열심히 방어하고, 절제하며 살고 있다. 절약을 미덕으로 삼고 은행에 월급을 맡겨놓으면 절로 돈이 모이던 부장님 세대와는 다르다. 소비가 필수인 상황에서 절제, 재테크와 줄타기를 하며 몸과 마음이 피로해지는 세상이 됐다.

그래서 2014년 스물여덟의 겨울은 더욱 춥다. 기나긴 터널을 지나 취업문을 넘으면 모든 게 끝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또 다시 언제 끝날지 모르는 터널이 눈 앞에 펼쳐졌다.

떨리는 마음으로 첫 월급 고지서를 클릭하는 순간 뿌듯한 마음보다 한숨이 앞선다. 일, 십, 백, 천, 만을 하나씩 되뇌어 보지만 '짧은' 금액이다. 월급이 들어온 사실을 나보다 빨리 아는 것은 카드사다. 카드사가 신나게 '퍼가요'를 외친 뒤에는 패잔병 같은 씁쓸한 금액만이 통장에 남아있을 뿐이다.

소비와 저축 사이에서 '밀당(밀고 당기기)'을 해야만 한다면 재테크도 그에 맞춰 달라져야 한다. 그런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할까. 인터넷에 '재테크'란 단어를 치기만 해도 수천, 수만가지 정보들이 쏟아지지만 막막하기만 하다.

여의도 증권가에서 돈 좀 모아보고, 굴려봤다는 직장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또 곳곳에서 쏟아지는 재테크 비법 중 '진짜 효과를 봤다'는 것들만 골랐다. 은행과 증권사 창구직원이 알려주지 않는 재테크의 어두운 면도 짚으려 한다. 반드시 알아둬야 하지만 어려운 재테크 용어는 고3 때 보던 교과서가 아닌 연애소설처럼 풀었다.

재테크에 방황하는 신입사원들을 위한 재테크 기본지침서. 첫 번째는 당신이 재테크를 대하는 자세에 대한 이야기다.

◆"ELS가 뭐예요? 신상백 모델명?"

증권·금융 분야를 취재하다보니 주변 지인들이 재테크 관련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재테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종종 당황스러운 질문도 받는다.

"언니, 그런데 ELS, ELF는 뭐예요? 신상백 모델명 같기도 하고. 호호호"

농담처럼 이야기했지만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이 작은 차이점이 10년 뒤에는 통장 결과물로 나타날 것을 알기 때문이다. ELS 또는 ELF와 같은 금융상품에 투자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최소한의 관심을 말하는 것이다. 결혼한 뒤 경제권을 꼭 쟁취하겠다던 직장생활 3년차 후배는 결혼식 일주일 전에야 "펀드슈퍼마켓은 어느 동네에 있냐"고 물어왔다. 펀드슈퍼마켓은 온라인 전용 펀드 판매사다.

한때 우스갯소리로 '오카'와 '아카'란 단어가 유행한 적이 있다. 오빠 카드와 아빠 카드의 줄임말이다. 평소 자신의 카드를 쓰지 않고 오빠나 아빠의 신용카드를 가져다쓰는 여성들이 이 같은 줄임말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 "오늘은 '아카' 받아왔어" "오빠가 친구들이랑 밥 먹으라고 '오카' 줬어"와 같은 방식으로 사용된다.

당연히 모든 여성들이 이렇다는 것은 아니다. 미래 육아 휴직까지 고려해 돈을 모으는 간호사 A씨도 있고, 금융용어를 전문가처럼 구사하는 방송작가 B씨도 있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여성들이 스스로를 꾸미는 데 소비 규모가 클 수밖에 없는 만큼 더욱 재테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요즘 '삼포세대'라는 말 있죠? 돈이 없어서 연애에, 결혼에, 출산까지 포기하는 세대란 말이요. 가장 예쁘게 빛날 나이인 스물여덟에 연애와 결혼을 '선택'할 순 있지만 '포기'할 순 없죠. 생활패턴을 조금 바꾸고, 작은 관심을 보이는 것이 재테크의 시작이에요. 어렵지 않아요. 남자친구 고르듯 내 '이상형'에 맞는 재테크 방법을 찾는다고 생각하면 어떨까요."(대기업 6년차 박서현 대리·32)



◆스물여덟은 '재테크 예행연습'에 최적인 나이다

취재를 통해 만난 '직장 선배'들을 비롯해 청년 창업가, 최고경영자(CE0)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언젠가 한 번쯤 겪어야 할 재테크라면 20대 후반이 가장 적절하다."

나이가 들면 자의로든 타의로든 재테크를 필수적으로 하게 될텐데 그 시작점이 서른살이거나 마흔살이거나 서툰 건 마찬가지다. 돈을 어떻게 쓰고, 어떻게 모아야 하는지에 대한 예행연습이 필요한데 가장 적절한 시점이 사회 초년생이라는 것. 투입할 수 있는 돈도 적을 뿐더러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그 타격이 상대적으로 적은 시기이기 때문이다.

"입사 동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모두 같은 액수의 월급을 받으면서 시작했지만 지금 통장에 찍혀 있는 액수는 모두 달라요. 재테크를 했냐, 안 했냐의 차이죠. 한 친구는 은행 대출을 조금 받긴 했지만 벌써 온 국민의 꿈, '내 집 마련'에 성공하기도 했어요."(A금융사 3년차 주임)

조금이라도 더 빨리 나만의 저축 방법을 찾는다면 남보다 조금 더 많이 버는 것보다 중요한 '지름길'을 발견하는 셈이다. 직장상사와 남자친구를 안주거리로 올려놓던 친구들의 통장에서도 그 지름길을 찾을 수 있다.

사실 다른 사람들에게 나의 소비, 저축 습관을 드러내는 일은 왠지 부끄럽고 낯간지러운 일이다. 아끼면 아끼는대로 구질구질해 보일 것 같고, 쓰면 쓰는대로 '된장녀'란 오해가 부담스럽다. 상대방의 통장 '속살'을 묻는 것도 비슷한 이유로 실례인 것만 같다.

하지만 '금숟가락'을 입에 문 통장은 없다. 우리는 모두 통장을 가꾸는 것에 서툴며 조금은 구질구질해 보일 지언정 통장 속 발걸음은 언제나 바쁘고 성실하다. 가장 좋은 '재무설계사'는 어쩌면 내 옆자리 친구가 될 수 있다. 오늘 저녁 술자리의 화두를 이렇게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

"네 통장은 안녕하니?"

한경닷컴 이지현/강지연 기자 edi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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