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어제 뉴욕상업거래소 WTI 선물 유가는 81.84달러까지 내려갔다. 90달러가 깨진 지 불과 10일 만이다. 국내에 들여오는 두바이 현물 유가도 87.29달러(어제 기준)다. 60달러 선도 깨질 것이라는 공포감이 오일 딜러들에게 엄습하는 상황이다. 세계경기 불황에 따른 수요감소도 하나의 원인이다. 그러나 근본원인은 셰일혁명에 있다. 이번주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일일 생산량 기준 최대 산유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미 석유 수출국의 반열에 이름을 다시 올린 마당이다. ‘충분한 석유’ 시대가 완전히 열린 것이다. 담합을 통한 감산 구조도 먹혀들지 않는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붕괴도 자연스런 현상으로 이어진다.
이명박 정부의 소위 녹색성장은 이미 이론적 지지대를 잃었다. 2030년까지 전체 에너지 공급의 11%를 신재생에너지로 만들겠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내수시장 창출과 연구개발 수출지원 등의 명목으로 2008년부터 수조원대의 예산을 퍼부어 왔다. MB 집권 동안 신재생 보급 증가율이 다른 에너지보다 3배나 높았다. 보조금 정책에 현혹돼 수많은 투자자들이 가짜 황금알 거위에 투자했다. 지금 그 성과에 대해서는 어떤 합리적 전망도 보이지 않는다. 정부 일각에서는 여전히 국내 에너지 가격 체계가 유가 30달러에 맞춰져 있다며 고유가시대에 대비해 재생에너지를 늘려야 한다는 궤변을 펴고 있다.
국가 에너지 구조를 점검해볼 때다. 녹색 매몰비용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 이미 교토의정서 체제도 한물간 상황이다. 고유가에 기반한 국가 보조금 체제도 손질이 필요하다. 아직도 일부 신재생족들은 관련 예산 증액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자원고갈론은 이미 그 자체로 종말을 맞았다. 세계 에너지 판도의 흐름이 간단치가 않다. 오도된 관념은 항상 거대한 비용을 낭비해 왔다.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