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그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5·24 대북제재 해제가 불가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당연하고도 옳은 판단이다. 5·24 조치가 왜 나왔는지를 생각하면, 북측 고위인사 깜짝방문 같은 것에 대한 화답으로 이를 해제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5·24 조치는 2010년 북한이 기습적인 어뢰공격으로 천안함을 침몰시킴으로써 우리 젊은 장병 46명이 전사한 데 대한 제재다. 개성공단사업을 제외한 남북교역과 우리 국민의 방북을 불허하고, 북한 측 선박의 우리 측 수역 항해를 금지하는 것이 골자다. 무력도발에 대한 제재조치인 만큼 북측의 사실 인정과 사과, 재발방지조치 등이 있어야 해제가 가능하다.
그제 국감에선 야당 의원과 일부 여당 의원까지 나서 북측 ‘실세 3인방’의 방한을 관계 개선의 모멘텀으로 삼아야 한다면서 5·24 조치의 해제나 완화론을 거세게 제기했다고 한다. 류 장관은 이에 대해 “어물쩍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다”고 답변했다고 하는데 백번 옳은 것이다. 우리는 천안함뿐 아니라 연평도 포격이나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에 대해서도 북한의 책임 있는 답변이나 사과를 듣지 못했다. 초청하지도 않은 인사들의 갑작스런 12시간짜리 방문에 국무총리가 두 번씩이나 만나주는 등 호들갑을 떤 것도 그렇고 5·24 조치 해제를 종용하는 듯한 분위기는 이해할 수 없다. 한 야당 의원은 천안함 사건에 대해 북측의 소행임을 100% 단정할 수 있느냐는 발언까지 했다니 기가 막힌다.
남북대화는 걸핏하면 벼랑끝 전술을 쓰는 북한과 벌이는 게임이다. 여론이라는 미명 하에 속도를 재촉하거나 방향을 바꾸려는 시도는 전혀 도움이 안된다. 일부 언론들이 마치 남북정상회담이 곧 열릴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는 것도 문제다. 북측 인사의 깜짝방문은 아직 동기나 의도조차 밝혀진 것이 없다. 대외 관계개선 시도가 막히자, 스포츠를 핑계로 제스처를 해보는 것에 불과하다. 대북 관계는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원칙에 기반한 의연한 대처라야 한다.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