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인천공항
6개월째 사장 공석…7월 환승객 5.9% 감소
日, 관광객 유치 올인
저가항공 비중 17%로 입국심사 시간도 줄여
[ 김인완/서정환 기자 ]
일본과 중국 정부가 국제공항을 키우기 위해 총력전에 나서면서 인천국제공항의 동북아 허브공항 지위가 위협받고 있다.
해외 주요 도시로 직항 노선을 크게 늘리는 등 동북아 허브공항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경쟁국과 달리 인천공항은 6개월째 사장이 공석 상태다. 경쟁국 공항에 맞서 총괄 지휘를 해야 할 사령탑이 없다 보니 공격적인 전략을 짜지 못해 환승객 수가 되레 줄어드는 등 뒷걸음질치고 있다.
◆일본은 국제 취항 도시 확대
22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국토교통성은 도쿄 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을 겨냥해 교통망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교통정책기본계획’을 지난 21일 확정했다.
일본 정부는 하네다·나리타 두 공항을 오가는 국제선 연결 도시 수를 현재 88개에서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2020년까지 140개로 늘릴 계획이다. 서울(인천공항·김포공항)과 홍콩 첵랍콕공항, 싱가포르 창이공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서울은 143개 도시, 홍콩은 138개, 싱가포르는 134개 도시와 연결돼 있다.
일본 정부는 국제선 노선을 늘리기 위해 저가항공사(LCC) 전용 국제선 터미널을 정비하는 등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이미 나리타공항은 내년 3월 완공을 목표로 LCC 전용 터미널 공사를 진행 중이다. 국제선 여객 수에서 LCC가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13%에서 2020년 17%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아시아 신흥국의 경우 LCC 취항이 보다 쉽다는 이유에서다. 일본 정부는 이를 통해 지난해 기준으로 연 1000만명인 외국인 관광객 수를 2020년까지 2000만명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일본뿐 아니라 중국도 베이징과 푸둥공항 등을 중심으로 국제선 취항 도시 수를 크게 늘리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베이징과 푸둥, 광저우공항 등은 차이나항공과 남방항공의 샌프란시스코 등 미주노선 직항로를 신설해 운항 횟수를 20% 이상 늘렸다.
◆인천공항은 오히려 환승객 줄어
인천공항은 지난해 말 여객 4000만명을 넘어섰다. 2001년 개항 이후 허브공항 잣대가 되는 환승여객이 연평균 13%씩 증가하면서 2012년에는 566만명으로 일본 나리타공항(529만명)을 앞섰다.
하지만 인천공항은 지난해 9월부터 허브공항의 잣대인 환승객 수가 줄어들면서 지난달 말에는 431만명에 그쳤다. 올 들어 환승률이 5.9% 감소했다. 이같이 환승률이 떨어지는 현상은 일본 하네다공항과 중국 베이징·푸둥·광저우공항 등이 동북아 허브공항 전략에 적극 나서면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들 공항이 샌프란시스코, 방콕, 마닐라, 자카르타, 쿠알라룸푸르 등 미국 동남아 등의 주요 도시로 직항노선을 늘리면서 그동안 인천공항에서 환승했던 중국과 일본 국제여객들이 자국에서 직항 노선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변국 공항의 이 같은 움직임과 달리 인천공항은 현상 유지에 급급하고 있다. 사장이 장기간 공석이다 보니 마케팅 전략 수립, 외국 공항과의 대외 교류 협력사업 등 큰 사안을 제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6월과 7월 말까지 입찰을 마쳐야 했던 환전은행, 식음료 및 면세점 입주 등 각종 사업도 무기한 연기됐다. 이렇게 가다가는 인천공항이 아시아 최대 환승공항 지위를 내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업계에서 나온다.
인천=김인완 기자/도쿄=서정환 특파원 i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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