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아 <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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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부채 관리나 노후 준비를 하려면 당장 경제적인 여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득이 충분해야 저축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생각이 꼬리를 물기 시작하면 노후 준비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눈앞의 일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현재 편향 경향’이 있어서다. 여기에 ‘그때 가면 또 어떻게 되겠지’라는 막연한 낙관론까지 더해지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은퇴 후 소득이 줄어들면 다시 그 수준에 맞는 소비를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식이다.
미국에서 시행했던 두 가지 운동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하나는 ‘내일을 위해 저축하자’는 SMarT(Save More Tomorrow), 다른 하나는 ‘내일을 위해 빚을 덜 내자’는 BOLT(Borrow Less Tomorrow) 운동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노후에 대비해 저축을 늘려야 한다는 것을 안다. 다만 실천이 어려울 뿐이다. 이 두 가지 운동은 노후준비를 방해하는 심리를 파악해 소비자들이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행동재무학적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SMarT 운동은 당장 씀씀이를 줄이라는 얘기가 아니다. 임금이 상승해 있을 미래의 어느 시점에 저축을 시작하거나 임금이 상승할 때마다 자신이 미리 설정해 둔 최고 비율까지 저축률이 올라가도록 하는 등의 전략이다.
BOLT 운동은 당장 소비가 줄어드는 것을 손실로 인식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바꾸는 데 주목했다. 이런 심리가 부채 갚기를 어렵게 만든다는 판단에서다.
자동이체 방식으로 빚을 갚고, 빚을 갚지 않으면 사용하던 카드가 중지되거나 채무자의 지인에게 연락이 가도록 설정해 빚 갚기를 독려하는 식이다.
물론 이 두 가지 운동을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런 행동재무학적 접근방식이 효과가 있기 때문에 충분히 일상생활에 적용해 볼 수 있다.
빚을 연체할 경우 상대가 미리 기재한 지인의 번호로 연락해 빚을 갚도록 유도하거나 연봉이 상승할 때마다 저축이나 보험액을 늘리도록 하는 방법은 당장이라도 시행해 볼 만하다.
노후를 위한 저축과 빚 갚기에 자신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스스로의 행동을 제약함으로써 이를 방해하는 심리를 다스리는 방법이 효과적일 수 있다.
최은아 <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