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용주 기자 ] 복잡한 수학 문제가 하나 있다. 디젤과 가솔린의 탄소 배출량이다. 동일한 배기량일 때 ‘㎞당 탄소배출량’은 디젤이 적은 반면 ‘L당 탄소 배출량’은 디젤이 많다. L당 주행거리에서 디젤이 가솔린보다 앞서기 때문이다.
디젤의 효율이 근본적으로 좋은 이유는 연료에 함유된 탄소함량 때문이다. 그래서 탄소를 태워 동력을 얻는 내연기관의 원리가 변하지 않는 이상 두 연료의 효율 차이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 실제 교통안전공단이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되는 가솔린과 디젤의 ‘L당 탄소함량’을 조사했더니 가솔린은 613g, 디젤은 709g, 그리고 LPG는 474g의 탄소가 각각 측정됐다.
그런데 이 같은 탄소함량의 직접 비교하는 것이 논란이다. 태생 자체가 다른 연료 특성 차이는 배제한 채 단순히 ‘㎞’로 배출량을 따지는 게 맞느냐는 주장이다. 일례로 ㎞당 123g의 탄소가 배출되는 디젤 승용차가 15.9㎞의 효율로 연간 1만5000㎞를 운행하면 943L의 디젤이 소모된다. 이때 탄소배출 총량은 1.8가량이다. 같은 기준으로 가솔린을 적용하면 2.9의 탄소가 뿜어져 나온다. 그런데 동일 차종에 연료 1000L 사용을 기준하면 디젤은 1.9, 가솔린은 1.7의 탄소가 배출된다. 물론 이때 주행거리는 디젤이 1만5900㎞인 반면 가솔린은 9000㎞에 머문다. 자동차가 이동하는 수단은 맞지만 연료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니 정량 기준을 삼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배경이다.
연료량 기준을 주장하는 쪽이 지목한 또 하나의 함정은 연료 가격이다. 가솔린에 붙는 529원의 교통에너지환경세를 375원인 디젤 수준으로 맞추든지, 아니면 디젤의 세금을 가솔린만큼 높여야 형평성 논란이 사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탄소함량의 태생적 차이, 그리고 에너지세제에 따른 가솔린 가격의 불리함을 그대로 둔 채 가솔린과 디젤의 탄소배출량을 직접 비교해 보조금과 부담금을 부과하는 것 자체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논리다.
그렇다면 탄소배출을 줄이지 말자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는 않다. 다만 정책으로 줄이려면 가솔린과 디젤 연료의 형평성을 맞춰주는 일이 전제돼야 한다는 얘기다. 최근 논란이 되는 저탄소차협력금 제도에 연료의 특성이 반영돼야 한다는 의미다. 이 경우 도입 자체가 반대에 부딪칠 일은 없을 수 있다.
얼마 전 열린 공청회에서 해당 제도의 최초 설계자에게 비슷한 질문을 했다. 그는 “감안했다”고 짧게 말했을 뿐 말 실수(?)로 구설에 오르내리기 싫은지 더 이상의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저탄소차협력금 제도의 기본 근간을 보면 반영의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결국 환경을 위해 제도를 도입하려면 연료의 탄소함량 차이와 가격차별이라는 태생적 한계 보정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근본 원인을 따지기 싫어한다. 그저 입에 맞는 열매만 따려 하기 때문이다.
권용주 오토타임즈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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