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 노사가 회사 경영진이 구조조정에 관한 결정권을 갖는다는 사실에 합의했다고 한다. 지금까지는 직원 감원 시 회사 측이 고용안전위원회와 사전 ‘합의’를 해야 했지만 이를 ‘협의’ 수준으로 완화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노조와 사전 ‘합의’를 거치도록 한 것은 말이 좋아 합의이지 그 어떤 구조조정도 불가능하도록 만든 대표적 독소조항으로 꼽혀 왔다. 그런 점에서 한전 노사가 ‘합의’를 ‘협의’로 바꾼 것은 올바른 선택이며 또 당연한 일이다. 이번 합의가 공기업 정상화의 새로운 출발점으로 기록되기를 기대해 본다.
사실 공기업에 이런 비정상적 사전 합의 조항이 아직까지 남아 있었다는 것 자체에 더 놀랐다. 역대 정권마다 공기업 개혁이 다 수포로 돌아간 이유를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공기업이든 사기업이든 혁신이 가능하려면 상시적으로 구조조정이 일어날 수 있어야 한다는 건 상식이다. 그것은 경영권의 본질이다. 더구나 조직이 존폐의 기로에 섰을 때 경영진이 마지막으로 시도하는 것이 바로 구조조정이다. 노조가 구조조정을 막는 것은 경영권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 회사의 장기적인 혁신을 가로막는 중대 장애물이다. 심지어 낙하산으로 내려온 어떤 공기업 경영자는 아예 구조조정 결정권을 노조에 넘겨주기까지 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공기업 개혁을 백날 떠들어봐야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경영은 경영자원을 회사의 목적에 최대한 효율적으로 동원, 투입하는 것이고 인적·물적 자원을 배분하는 것이야말로 기업경영의 핵심이다. 바로 그 구조조정을 노조 합의로 해버리면 그 결과는 회사 경영권 자체를 부정하는 것과 같다.
한전 노조가 구조조정 결정권을 경영진에 돌려주기로 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이게 과연 제대로 지켜질지 외부에서는 여전히 의심하는 분위기다. 경영진과 노조 간 무슨 이면합의가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올 정도다. 그만큼 누적된 불신이 크다. ‘협의’라고 해놓고 노조가 물고 늘어지면 하나마나라는 분석도 있다. 이번에야말로 한전인들의 상식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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