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오스 광고, 수납 강조
소비자 효용 최우선 반영
[ 남윤선 기자 ] “당신은 아직 여자를 모릅니다. 여자가 큰 냉장고만 원하는 줄 아셨죠?”
LG전자가 최근 선보인 냉장고 ‘디오스 더블매직스페이스’의 TV 광고에서 모델인 배우 송유정 씨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크기보다는 수납이 더 중요합니다. 어지럽히는 건 당신(남자)이지만 정리는 여자가 더 많이 하기 때문에.”
지난해 1월 LG전자의 생활가전(HA) 사업본부장을 맡은 조성진 사장(사진)의 경영 철학이 잘 드러나는 대사다. 조 사장은 자신이 최고경영자(CEO)된 이후 첫선을 보이는 플래그십(대표) 가전 광고에 제품 크기나 외관보다는 소비자의 필요를 중요시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모델 역시 과거 LG전자의 냉장고를 맡았던 김태희 김희선 씨 등에 비하면 무명에 가깝다.
LG도 과거 크기를 앞세운 마케팅을 했다. 특히 냉장고는 삼성전자가 “LG의 910L 냉장고가 자사의 900L 제품보다 실제 용량이 적다”는 내용의 동영상을 공개하자 소송까지 하며 치열한 ‘크기 싸움’을 벌였다. 그러나 조 사장은 지난 1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가전의 볼륨(크기) 경쟁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며 ‘정전’을 선언했다. “제품은 고객 관점에서 만드는 것이지 경쟁을 위해서 만드는 게 아니다”는 게 평소 그의 지론이다.
이런 생각으로 지난 2월 내놓은 ‘조성진 표’ 냉장고가 ‘디오스 더블매직스페이스’다. 이 냉장고의 용량은 950L. 삼성이 비슷한 시기 내놓은 ‘셰프 콜렉션’의 용량은 세계 최대인 1000L다. LG전자 관계자는 “소비자 조사 결과 960L 이상에 대한 선호도는 아주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 이상 큰 냉장고는 큰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대신 수납공간인 ‘매직스페이스’를 마케팅 전면에 내세웠다. 광고에서 ‘정리’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냉장고뿐만 아니다. 조 사장은 지난 3월 자신의 첫 청소기 작품을 ‘무선’으로 내놨다. 통상 무선 청소기는 유선보다 흡입력이 떨어져 ‘세컨드 청소기’로 쓰인다. 조 사장은 냉장고 크기와 마찬가지로 청소 흡입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지 않았다. 대신 여성이 쓰기 편하도록 무게를 가볍게 하고, 배터리 사용 시간을 늘렸다.
지난달 내놓은 소형 가전 라인업 ‘꼬망스’도 같은 맥락이다. 1~2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소형 가전이지만, 각종 기능을 붙여 ‘프리미엄’임을 강조했다. LG전자 관계자는 “보여주기를 위한 제품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며 “진정한 소비자의 니즈를 앞서 파악해 제품에 반영하겠다”고 강조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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