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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근로도 못하는데…사내하청 '고용 門'마저 닫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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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가 직접 채용한 직원으로 인정해달라" 소송 3000명 넘어
경기흐름 따라 유연한 고용 필요한 車·전자 등 법원 판결 촉각



[ 강현우 / 최진석 기자 ]
사내하청 근로자들이 원청업체를 상대로 ‘원청이 직접 고용한 직원으로 인정하라’고 주장하며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이 최근 4년간 최소 20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송을 제기한 근로자는 3000명이 넘는다.

사내하청은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인력 파견을 허용하지 않는 국내에서 기업이 경기에 따라 인력을 조절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수단으로 꼽힌다. 법원이 ‘컨베이어 벨트에서 하는 작업은 파견’이라는 식의 일률적인 잣대로 사내하청 근로자들의 주장을 받아들이면 통상임금·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위축된 기업 활동이 더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최근 4년간 3000여명 소송 제기

27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2010년 3월 이후 이날까지 제기된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관련 소송이 민·형사 합해 20건에 달한다. 소송 제기 근로자 수는 3024명으로 집계됐다.

소송은 대부분 현대·기아자동차와 쌍용차, 포스코 등 제조업과 삼성전자서비스 같은 서비스업에 집중돼 있다. 경기 변동에 따라 현장 투입 인력을 조절할 필요가 큰 업종이다.

잇딴 소송이 발생하는 이유는 인력 파견을 경비·주차장 관리 등 극히 제한적인 업종에서만 허용하는 노동시장 제도 때문으로 분석된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에서 파견을 허용하는 선진국의 기업들은 기술 숙련 요구가 낮은 업무 위주로 인력 공급업체에서 파견한 인력을 활용한다. 독일 폭스바겐은 자체적으로 인력 공급업체를 운영하면서 인력을 각 사업장 사정에 따라 탄력적으로 배치해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반면 파견근로를 쓸 수 없는 한국 기업들은 대안으로 ‘사내하청’을 활용한다. 예컨대 자동차 기업(원청)이 바퀴를 조립하는 부분만 하청업체에 도급을 주고 같은 공장(사내)에서 일을 하도록 하는 형태다.

파견과 사내하청 모두 원청업체 사업장에서 주어진 작업을 한다는 점에서 실질은 같다. 그러나 2010년 기준 300인 이상 사업장 1939개 중 41.2%가 사내하청을 활용하는 반면 파견근로를 활용하는 기업은 0.4%에 불과하다.

○“제조업에도 파견 허용해야”

파견법은 파견이 허용되지 않는 업종에서 파견근로를 쓰는 기업에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하는 의무를 지우고 있다. 사내하청 근로자들이 소송을 제기한 근거가 이 같은 파견법상 직접고용 의무다.

하청 근로자들은 “원청으로부터 직접 업무 지시를 받고 같은 컨베이어 벨트에서 일하기 때문에 하청이 아니라 파견”이라고 주장한다. 노동계 일각에선 이런 주장을 ‘사내하청은 무조건 불법 파견’이라는 식으로 확대해 정치적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원청의 직접적인 업무 지시를 받느냐가 파견과 사내하청을 구분하는 유일한 기준이 아니라는 의견도 많다. 독일연방노동법원도 2012년 1월 판결에서 “원청이 하청 직원에게 작업 표준을 제시하고 업무 지시를 했다고 해도 하청으로 볼 수 있다”고 판결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영상 필요에 의한 해고가 극히 제한돼 있는 국내 노동 시장에서 파견 범위를 확대해야 전체적인 고용률도 끌어올릴 수 있다”며 “현행 제도 아래에서 기업은 파견이냐 하청이냐를 두고 불필요한 논란에 계속 시달릴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특히 2000명이 넘는 사내하청 근로자가 현대·기아차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은 향후 사내하청 소송 추이를 판가름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대표적인 제조업체인데다 작업 유형도 단순 운송 작업에서 원청업체 근로자와 비슷한 작업까지 다양하기 때문이다. 근로자에게 유리한 판결이 나오면 현재 사내하청을 활용하고 있는 800여개 업체로 소송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강현우/최진석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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