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회장 연봉 과다…1990년대 말처럼 IT 버블"
[ 뉴욕=유창재 기자 ] 미국의 유명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실리콘밸리 정보기술(IT) 기업의 지배구조와 보상 관행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기업사냥꾼’이라 불리는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주로 타깃 기업의 지분 일부를 사들여 경영진을 압박, 기업 가치를 높인 뒤 지분을 파는 방식으로 이익을 낸다. 이들의 공격은 거품논란이 일고 있는 실리콘밸리에 또 하나의 부담이 될 전망이다.
미 서부를 대표하는 행동주의 펀드 밸류액트의 제프 우벤 최고경영자(CEO·사진 오른쪽)는 22일(현지시간) 에릭 슈밋 구글 회장의 과도한 연봉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날 뉴욕에서 열린 행동주의 헤지펀드 모임 ‘액티브패시브 서밋’에서다. 우벤 CEO는 지난해 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 CEO를 몰아내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이베이, 어도비시스템즈 등 내로라하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에 투자하고 있다.
그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CEO는 2000만달러를 연봉과 보너스로 받고도 뉴욕에서 큰 비난을 받았는데 슈밋 회장은 이사회 내 4개 위원회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1억달러를 받아냈다”고 주장했다. 2011년 슈밋 회장이 CEO에서 이사회 의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받은 1억100만달러의 보상패키지를 거론한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우벤 CEO는 “주주의 권리, 경영진 보상 등에 대한 실리콘밸리의 태도는 여타 미국 기업 기준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며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시 콘 엘리엇매니지먼트 주식행동주의부문 대표는 “실리콘밸리의 취약한 지배구조는 행동주의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투자 기회를 제공한다”며 공세를 예고했다. 그는 “인터넷 기업 이사회는 여전히 대학 동아리 수준”이라고 비꼬았다.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특히 구글, 페이스북 등 실리콘밸리 기업이 차등의결권제도를 통해 창업자의 경영권을 공고히 하는 것에 불만을 품고 있다. 구글이 지난달 주식 분할을 통해 의결권이 전혀 없는 제3의 주식을 발행하자 비난의 목소리가 커졌다. 한편 데이비드 아인혼 그린라이트캐피털 회장(사진 왼쪽)은 IT버블을 경고하고 나섰다. 그는 “‘쿨 키즈(멋져보이고 젊은)’ 기업에 대한 과도한 열망이 1990년대 말을 방불케 하는 거품을 만들어내고 있다”며 “15년 만에 두 번째 닷컴버블이 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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