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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간 싸움 번진 '동아건설 朴부장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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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일규 기자 ] ‘동아건설 박 부장 횡령 사건’에 휘말려 2년 가까이 법적 다툼을 벌이던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희비가 엇갈렸다. 법원이 하나은행에 있는 동아건설의 예금을 빼서 신한은행에 주라는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20일 금융권 및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3부는 ‘하나은행은 신한은행에 45억2700여만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판결을 지난달 22일 내렸다. 이자까지 합하면 50억원에 달한다. 이 돈은 동아건설이 하나은행에 예치한 것이다.

사건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동아건설 자금부장이던 박씨는 2004년부터 2009년까지 회삿돈 1900억원가량을 횡령해 경찰에 붙잡혔다. 횡령한 돈 가운데는 회사 자금 말고도 동아건설이 하나은행에 예치한 477억원, 신한은행에 신탁한 898억원 등이 포함됐다.

이후 동아건설과 하나은행, 동아건설과 신한은행은 각각 서로의 책임을 주장하며 법적 다툼에 들어갔다. 동아건설은 두 은행에 “박 부장이 가져간 회삿돈을 내놓으라”고 주장했고, 두 은행은 “박 부장이 이미 돈을 가져갔으니 줄 게 없다”고 맞섰다.

법원은 1심에서 모두 동아건설의 손을 들어줬다. 두 은행은 이에 따라 일부 금액을 동아건설에 내줬다. 2심에서는 모두 뒤집혔다.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은 동아건설에 준 돈의 일부를 돌려받을 수 있게 됐다.

문제는 동아건설이 두 은행에 돌려줄 거액이 없다는 점. 때문에 신한은행은 2012년 “동아건설이 하나은행에 넣어둔 예금이라도 받게 해 달라”며 하나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하나은행은 “우리도 동아건설에 받을 돈이 있다”며 “동아건설에서 돈을 못 받으면 갖고 있는 예금과 상계처리해야 해 줄 수 없다”고 맞섰다.

엇갈린 주장에 법원은 ‘하나은행이 갖고 있는 동아건설의 예금을 신한은행에 주는 게 맞다’며 신한의 손을 들어줬다.

결국 두 은행은 지난 4일 각각 항소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동아건설은 한때 국내 최고 건설사였지만 외환위기를 전후해 나락으로 빠진 비운의 회사”라며 “이제 와 대형 은행 간 싸움으로 불붙는 걸 보니 기업부실의 여파는 참으로 길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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