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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식 교수 "거울 보면 모습 그대로 비치듯 복잡한 우주현상도 쉽게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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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프런티어


[ 임근호 기자 ]
“우리가 얼굴에 뭐 묻었나 보려면 거울을 봐야 하잖아요. 우주를 탐구할 때도 ‘거울 대칭’을 이용하면 복잡한 문제를 보다 쉽게 풀 수 있습니다.”

지난 13일 서울 청량리동 연구실에서 만난 김범식 고등과학원 수학부 교수는 “이전에는 서로 관계가 없다고 생각됐던 현상들이 알고보니 거울에 비친 듯 서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계속 밝혀지고 있다”며 “거울에 비친 얼굴을 보면 내 얼굴을 직접 보지 않아도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 있는 것처럼 한쪽만 알면 다른 한쪽을 쉽게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최근 포스코가 수여하는 ‘2014 청암과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1990년대 말부터 거울 대칭과 관련된 난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원리를 개발하고 새로운 관점에서 거울 대칭 분야를 개척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는 2007년 최연소 국가석학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거울 대칭, 우주 탐구의 기반

거울 대칭이 무엇인지 설명해달라는 요청에 그는 한참 뜸을 들이다 결국 분필을 들고 칠판으로 향했다. 김 교수는 “수학자들도 학회에서 20개 강의 중 3~4개만 이해하면 대단한 것”이라며 “일반인은 완전히 이해하면 어려울 것”이라고 양해를 구했다.

그는 “거울 대칭 현상은 물리학에서 처음 발견됐다”고 입을 열었다. 특히 물질을 구성하는 가장 작은 입자를 ‘점’이 아닌 ‘끈’으로 가정하고 우주를 탐구하는 끈이론가들을 통해 이런 현상이 대거 발견됐다. 김 교수는 “물리학자들이 연구 과정에서 A라는 현상이 B라는 현상과 같다는 사실을 우연히 발견하게 됐고, 이후 비슷한 사례가 여기저기서 쏟아졌다”며 “하지만 물리학자들은 수학적으로 이를 엄밀하게 다루지 못했기 때문에 공이 수학자에게 넘어온 것”이라고 했다.

끈이론은 원자 단위 이하의 아주 작은 세계를 분석하는 양자역학과 상대적으로 큰 세계의 물체 움직임을 다루는 상대성 이론이 하나로 합쳐지지 못하는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1970~1980년 고안됐다. 하지만 세계를 설명하는 이론이 5개나 튀어나오는 바람에 끈이론가들의 고민이 깊어졌다.

김 교수는 “세계는 하나인데 세계를 서로 다르게 보는 끈이론이 다섯 개나 나와버린 것”이라며 “하지만 곧 거울 대칭 현상에 의해 이 다섯 개의 이론이 사실은 같은 것을 가리킨다는 사실이 밝혀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나만 알면 다른 답도 나와

거울 대칭의 가장 큰 효용으로 그는 “하나를 알면 다른 하나는 자동으로 알 수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주의 구조를 분석할 때 수학자와 물리학자들이 핵심 도구로 쓰는 기하학을 예로 들었다. 김 교수는 “기하학 분야에서 사교기하는 발전이 더디지만 복소기하는 몇 백년 동안 다뤄지면서 여러 문제가 거의 해결된 상태”라며 “지금은 사교기하와 복소기하가 거울 대칭으로 연결돼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복소기하를 통한 사교기하 연구가 급진전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오는 8월 서울에서 열리는 ‘2014 세계수학자대회’ 초청강연자로 나선다. 이 행사는 국제수학연맹이 4년마다 개최하는 ‘수학계의 올림픽’이다. 경기가 열리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4년간 일어났던 주요 수학적 업적을 평가하고 시상한다.

그는 “수학이란 게 주로 혼자 연구하고 일반인도 관심이 없는 분야다보니 자유롭지만 외로운 학문”이라며 “세계수학자대회 유치가 수학을 공부하는 어린 학생들에게 꿈을 키우는 계기가 될 수 있었으면 한다”고 기대를 표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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