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형석 기자 ] "경영권을 가지려면 주식이 없으면 안되겠죠. ‘생산자와 공급자가 같이 만들었으면 좋겠다’라는 기본적인 욕심이 있었습니다. 그걸 다시 포기할 생각은 없습니다."
이승주 KT뮤직 대표이사(사진)는 최근 주요주주로 참여하게 된 SM, YG, JYP 등 국내 3대 엔터테인먼트사들이 지분을 처분하지 않겠냐는 시장의 우려에 대해 이 같은 대답을 내놨다.
KT뮤직은 2012년 11월 SM, YG, JYP 등 대형엔터테인먼트 7개사가 투자해 설립한 음원 유통 전문회사 KMP홀딩스를 인수했다. 대신 이들을 대상으로 190억5200만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이들 엔터사들은 최근 전환청구권을 모두 행사해 KT뮤직 주식 563만6714주(13.48%)를 취득했다. KT뮤직의 최대주주인 KT(지분율 49.99%)에 이어 2대주주가 되는 셈이다.
지난해부터는 3대 엔터테인먼트사 대표이사들이 KT뮤직의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이승주 KMP홀딩스 이사가 KT뮤직의 대표이사를 맡았고 김영민 에스엠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양민석 와이지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정욱 제이와이피 대표이사가 이 회사의 등기임원에 선임됐다.
KT뮤직은 지난해 6월 KMP홀딩스를 흡수합병하고 KT가 서비스하고 있던 음악사이트 '지니'를 대폭 개편했다. 국내에서 가장 강한 영향력을 지닌 음악 콘텐츠 제작사들이 '플랫폼'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이다.
이 대표는 "업계 속성상 음악을 잘 갖추고 투자하려면 이슈에 빠르게 대응하고 커뮤니케이션 해야 한다"며 엔터사들의 경영 참여 후 이 같은 점이 크게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고객 중심적' 접근이 강화됐다.
그는 "기존에는 20대 기획자가 내놓은 아이디어를 30~50대의 상사들이 컨펌하면서 20대 기획자의 엣지가 사라졌는데, 끊임없이 10~20대와 커뮤니케이션 하는 엔터사들이 참여하면서 그런 부분이 가장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플랫폼사와 콘텐츠 제작사의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 대표는 "엔터사들이 다양한 경험으로 서비스를 '이런 식으로 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등의 의견을 주는데, 그런 것들이 사용자 경험(UX), 사용자 환경(UI) 등에 안정성을 좀 더 담보해주게 된다"며 "좋은 음원에 투자해야 할 때 검증 역할을 해줄 수 있는 부분도 있다"고 했다.
그는 "어떤 슈퍼마켓에 가면 특가세일, 미끼상품 등 그런 경쟁을 해야 하는데 그 동안 음원 유통 시장은 사이트 별로 특색이 없었고 경쟁도 없었다"며 "하지만 "엔터사들의 경영 참여 이후 다른 시각으로 보면서 그런 부분을 조금씩 바꾸고 있다"고 전했다.
지니는 다른 음악사이트와 차별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비싼 이어폰 없이도 풍부한 서라운드 입체 음향을 즐길 수 있는 '3D 입체 음향 서비스', 디지털 음원 중 원음에 가까운 소리를 구현한 무손실 음악파일 서비스인 고음질 'HQS(High Quality Sound) 앨범' 서비스 등 음질, 음향에 대한 고객의 니즈를 반영한 서비스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 개념을 도입한 '음악 나누기' 서비스를 런칭했고 다른 음악 사이트와 달리 최신 유행 음원을 3회 무료듣기로 제공하는 '3회 체험 존'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엔터사들의 오랜 경험과 KT의 지원이 합쳐지면서 빠른 성장세를 나타냈다.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지난 1월말 기준 지니 모바일앱의 순방문자(UV, 측정기간 중 1회 이상 해당 사이트에 방문한 중복되지 않은 방문자) 수는 184만명으로, 6월말 51만명보다 3.6배 이상 늘었다. 다른 경쟁사들이 지난 십여 년 간 이룬 성과를 반년 만에 이뤄낸 것이다. 음원 유통시장 점유율도 4위에서 2위로 뛰어올랐다.
KT뮤직은 이렇게 이용자가 크게 늘어난 '지니' 영업을 이날 부로 양수했다. 이날부터 지니 실적이 고스란히 KT뮤직의 실적에 반영된다는 얘기다.
회원 수 확대에 따른 마케팅비용 증가 탓에 지난해 수익성은 부진하겠지만 올해부터는 실적이 턴어라운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표는 "서비스 개편 이후 처음 가입한 분들의 무료체험 등 KT와 같이 지원한 부분의 끝나는 시점이 오는 3~4월정도"라며 "이때부터 가입자당 평균매출액(ARPU)이 개선되고, 하반기부터는 모든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KT가 경영권을 갖고 있으면 이동통신사 점유율을 못 깰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고객중심의 서비스로 고객이 먼저 찾는 음악서비스를 제공하고 권리자들이 먼저 음원을 런칭하고 싶은 음악기업이 돼, 음악시장의 선두주자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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