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원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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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원 서비스산업총연합회장(사진)은 지난 10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기자와 만나 10년 전 두바이와 한국을 비교하며 이렇게 말했다. 박 회장은 “개방, 고급화, 경쟁. 이 세 가지가 한국과 두바이의 운명을 갈라 놓았다”며 “한국 정부는 규제로 이 세 가지를 막았고, 두바이는 규제를 풀어 세 가지를 활성화시켰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의 대규모 규제 완화 발표에도 이 같은 양상이 되풀이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박 회장은 “최근 중국이 상하이자유무역시범구라는 걸 만들었다. 이제 시작했는데 의료와 교육 개방성은 우리보다 낫다”며 “10년 뒤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했다.
개방과 경쟁에 대해 정부나 민간 모두 막연한 두려움이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그는 “카지노 설립도 안 된다, 의료시장이나 교육시장 개방도 안 된다, 이러면서 자꾸 규제를 한다”며 “하지만 세상은 이미 개방과 경쟁으로 가고 있는데, 우리만 막아봤자 산업만 죽이는 꼴이 된다”고 말했다.
국내 서비스산업계를 대표하는 서비스산업총연합회장으로서 그가 업계를 대표해 정부에 원하는 것은 딱 한 가지. 1960~1980년대 제조업을 세계 일류로 키운 경제개발계획과 전략을 이제 서비스산업에 적용해 달라는 것. 그 전략은 바로 규제 완화를 통한 개방, 경쟁, 고급화다. 특히 한국의 제조업 신화는 수출주도형 성장전략 때문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수입자유화 조치였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외국 상품들과 경쟁을 통해 한국 제품의 품질이 괄목상대할 정도로 좋아진 것을 서비스산업에도 그대로 적용해야 한다는 것.
그는 “1970년대 이후 과자산업, 전기밥솥, 유통산업 등을 개방할 때마다 관련 산업이 다 죽는다고 난리쳤는데, 그 사람들 다 어디 갔나 궁금하다”며 “개방해도 아무도 죽지 않았고 오히려 더 크게 성장해 살아남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2만달러짜리 서비스만 있으면 국민소득 2만달러 국가를 절대 벗어날 수 없다”며 “스위스처럼 1인당 국민소득 6만7000달러짜리 국가가 되고 싶으면 금융·의료·교육·관광 등 서비스산업에서 평준화에 목매지 말고 고급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이 제조업을 통해 성장하는 시대는 이미 최소한 10년 전에 끝났다고 분석했다. 박 회장은 “1990년 제조업 일자리 수가 499만개였는데 2012년에는 410만개로 90만개 가까운 일자리가 사라졌다”며 “서비스 산업에서 획기적인 성장 동력을 만들지 않으면 이제 다음 세대들이 취직을 못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