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신세계 CJ 등 대표 유통업계 수장들이 해외 출장길에 오르던 예년과 달리 조용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세무조사와 검찰출석 등 연초부터 불어닥친 잇단 풍파로 대외활동을 자제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11월 경기도 안산에서 열렸던 사장단 회의 이후 별다른 일정을 잡지 않고 국내에 머물고 있다. 신(新) 성장동력으로 추진할 동남아 지역 사업 등을 점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신 회장이 베트남 국가주석과 파키스탄 대통령 등을 직접 만나 해외투자 확대를 추진하고, 미국·일본 등을 오가며 해외 매장을 둘러보던 것과 상당히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렇게 다른 행보는 롯데그룹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 탓이란 시각이 많다. 지난 2월
롯데쇼핑을 시작으로 진행된 그룹 세무조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업계에서 가장 많은 세금 추징을 당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업계 신 회장이 잔뜩 움츠러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도 대외활동을 자제하고 있는 분위기다. 정기적으로 그도 새해 사업 구상을 위해 해외출장을 다녔었다. 정 부회장의 '조용한 행보'도 잇단 검찰조사와 재판 그리고 국감출석 등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것.
정 부회장은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와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은 혐의로 약식기소돼 지난 4월 법원으로부터 벌금 1500만 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앞선 2월에는
이마트가 노동조합원 사찰과 감시 등을 저지른 정황이 드러나면서 노동청의 압수수색을 받기도 했다.
지난 9월엔 경제개혁연대 등 소액주주들이 '정 부회장이 실권주를 인수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면서 신세계 전·현직 이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대표소송에도 휘말리기도 했다. 11월에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감에 출석해 '변종SSM(기업형슈퍼마켓) 사업으로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질타를 받고 '상품공급점 사업 중단'을 선언키도 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올 연말은 그 어느 해보다 춥다. 2000억 원 이상의 횡령·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이 회장은 이달 들어서만 세 번의 공판을 받는 등 '시련의 계절'을 보내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5월 국세청의 세무조사와 검찰의 연이은 압수수색 여파로 지난 7월 전격 구속 기소됐다. 지금은 신장이식수술을 받고 건강상 이유로 구속집행이 정지된 상태다.
유통 수장들의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 듯 신세계, CJ그룹은 올해 종무식을 따로 하지 않았다. 롯데그룹도 계열사 별 바자행사와 봉사활동 등으로 종무식을 대체하기로 했다.
CJ그룹 관계자는 "분위기가 분위기인만큼 올해는 별도의 종무식 없이 조용히 넘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