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성 기자 ] 삼성가(家) 후계자, 삼남매가 삼성에버랜드에 집결했다. 삼성에버랜드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 서있는 계열사라는 점에서 이건희(71) 삼성 회장의 후계 구도 경쟁이 삼성에버랜드에서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일 삼성그룹이 단행한 '2014년 사장단' 인사에서 이서현(40)
제일모직 부사장은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
제일기획 경영전략부분장 겸)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로써 삼성에버랜드 최대주주이자 이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45) 부회장, 에버랜드 리조트 부문을 맡고 있는 장녀 이부진(43) 신라호텔 사장과 함께 차녀, 이 신임 사장도 한 지붕 아래 모이게 됐다.
삼성에버랜드 최대주주는 이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45)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에버랜드 직함이 없고 일선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지만 최대주주 영향력 때문에 그룹 후계자 자리에 명실공히 가장 가깝게 다가섰다는 평가를 얻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 신임 사장은 에버랜드 지분 8.37%를 가지고 있다. 언니인 이부진 사장도 똑같은 지분을 보유 중이다. 일단 10%에 가까운 지분을 보유한 이 회장의 두 딸이 경영 일선에 모두 뛰어든 모양새다. 특히 이 신임 사장은 지분이 없던 제일모직에서 에버랜드 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언니와 사장으로서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자매간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들 자매가 경영상 부딛힐 일은 많지 않을 거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각자 대표체제를 명확히 구축했고, 삼성 사장단 인사에서도 전문경영인 사업영역을 리조트 및 패션 부문으로 확실히 분리했기 때문이다.
이 사장에 대한 부회장 승진 발령은 없었지만 김봉영 삼성에버랜드 대표는 사장직을 유지한채 리조트 및 건설부문을 겸직하도록 했다.
반면 이 신임 사장은 제일모직 윤주화 패션사업총괄 대표이사 사장과 함께 에버랜드로 건너간다. 윤 사장은 에버랜드에서 패션부문장 사장을 함께 겸직키로 했다.
신라호텔을 필두로 한 외식 및 리조트 사업은 '김부진-김봉영' 체제로 가되, 패션사업에 대한 총제적 사업은 '이서현-윤주화' 경영 시스템으로 이원화한 것이다. 에버랜드 내에서 리조트와 패션 부문이 협력을 도모할 가능성은 열어놓으면서도 경영 경계는 명확히 그은 것으로 평가받는 대목이다.
에버랜드가 인사나 사업개편 때마다 주목받는 데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내 역할이 크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은 '삼성에버랜드(약 19%)→삼성생명(약 7.5%)→삼성전자(약 36%)→삼성카드(약 5%)→삼성에버랜드'로 다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이루고 있다.
이 탓에 최근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문 인수 및 급식·식자재 사업 분리 등 에버랜드의 사업재편이 경영권 승계와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세간의 추측을 사온게 사실이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 관계자는 "리조트-외식-패션-광고 등 사업 간 전략적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에버랜드 내로 사업 재편 및 인사를 하게 된 것"이라면서 "이번 인사는 후계구도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 회장은 현재 3.72% 에버랜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경닷컴 김민성 기자 mean@hankyung.com 트위터 @mean_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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