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는 대한민국 역사에서 아주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너무나 많은 사건들이 있어서 다 설명하기에는 책 몇 권을 써도 모자랄 듯하다. 정권 교체의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것이 사건-사고에 얽혀 있어 아직도 5공화국 관련 드라마는 소재가 넘쳐난다.</p> <p>'제5공화국(第五共和國)'은 대한민국 역사에서 많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시기상으로는 1981년 3월부터 1988년 2월까지의 존속 기간을 갖고 있지만, 그 시작은 197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0.26'으로 신군부 세력이 주도하여 같은해 12월 12일 계엄령을 선포한 이후 다음해 1980년 9월 1일에 11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전두환' 대통령은 1981년 3월 3일 제12대 대통령으로 다시 취임하여 '제5공화국'이 출범하였다.</p> <p>불과 몇 줄에 불과한 저 시기에 엄청나게 많은 일들이 있었다. '게임별곡'의 본 취지는 최대한 게임 본연에 집중하고자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겠지만, 지금의 20~30대 중에서 역사에 관심이 없는 분들이라도 한 번쯤 1980년대의 대한민국 과거사를 찾아보길 바란다.</p> <p>필자는 1980년대에 유년기를 보낸 '제5공화국 키드(Kid)'다. 참으로 엄청난 사건들이 있었지만, 그 내용을 이해하기엔 너무 어렸고, 감당하기엔 너무나 작았다. 하지만, 아직도 기억나는 것은 대학생들의 데모가 늘 끊이지 않았고 덩달아 최루탄 냄새도 끊이지 않았다.</p> <p>아직 대전에 '대덕 연구단지'가 다 완성되기 이전에 충남대학교 대학생 형들과 전경 형들이 서로 마주보고 '으라차차 쎄쎄쎄'하는 모습도 자주 보고 가끔은 최루탄 터지고 돌멩이 날아다니는 그 사이로 사탕 빨면서 지나가기도 했었다(그 길을 지나가야 필자의 동네로 가는 길이다).</p> <p>지금이야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그 일대가 많이 발전하여 도심지가 되었지만, 30년 전만 해도 거기는 진짜 논-밭-산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이렇게 쓰고 보니 1980년대가 너무 암울하게만 보여지는 것 같은데, 실제로 1980년대는 재미있는 것들이 넘쳐 나는 시기이기도 했다.</p> <p>'3S정책'이라 하는 것이 있다. Screen(영화), Sport(스포츠), Sex(섹스)를 일컬어 '3S'라 하고 대중의 관심을 이쪽으로 유도하여 정치적인 무관심, 소외를 통해 불만을 잠시 잊게 하고 국가 운영에 전반적인 편의를 도모하고자 하는 본질은 사악하지만, 즐기는 사람 입장에서는..</p> <p>아무튼 이런 정책을 두고 '우민정책'이다 하여 말도 많았지만,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및 유럽 등지에서도 이와 비슷한 정책을 시행했던 적이 있다. 한국의 1980년대 '3S 정책' 중 Sport만 해도 프로야구(1982), 프로축구(1983), 프로씨름(1983), 농구대잔치(1983, 프로농구는 1997년 출범), 아시안게임(1986), 올림픽(1988) 등 체육 분야의 굵직한 사건들은 거의 1980년에 이루어졌다. 언제나 시끌벅적해서 그냥 겉으로 보기에는 굉장히 활기찬 나라가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p> <p>또한 1982년에는 지난 37년간 시행됐던 '야간 통행금지'가 해제되어 밤거리 유흥업소들이 호황기를 맞기도 했다. '통금'이라 해서 밤에 사이렌 울리고 근처 다방이나 빈 가게 도망가서 숨는 장면들 많이들 보셨는가? 지금이야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실제로 그때는 그랬다. 밤거리를 내 맘대로 돌아다닐 수 있는 '권리' 따위는 국가에 대한 '의무' 앞에 무릎 꿇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다.</p> <p>또한 계속해서 금지했던 컬러 TV 방송도 1980년에 전국적으로 시작되었다. 이상의 내용들이 국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고 관심을 다른 분야로 유도하여 불안한 정권 유지에 편의를 도모하고자 하는 순수하지 못한 의도가 있었다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반대로는 억압되고 짓눌린 분야에 해방을 통해.. 음..'the truth is out there..'</p> <p>제대로 된 과거를 알지 못하면 오늘의 존재는 무의미하며, 미래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관심을 갖고 지난 과거사를 찾아 보시기 바란다(그 시기를 어렵게 보낼 수밖에 없었던 아픔을 간직한 분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수경 : 1988년 '제12회 MBC 대학가요제' 참가 번호 3번] |
아무튼 이런 정책들의 혜택으로 재미난 일들도 많이 있었다. 1980년대 유년기를 보낸 필자에게 아직도 뇌리(腦裏)에 깊은 인상으로 남아 있는 기억들 중에 하나는 '제12회 MBC 대학가요제'다. 아직은 가정과 이웃이 서로 훈훈하던 1980년대만 하더라도 '대학가요제'는 온 가족이 둘러앉아 서로 평점을 두고 누가 대상을 탈 것 같다는 둥 누구 노래가 참 좋다는 둥 이런 얘기도 주고받고 하던 때였다.</p> <p>1990년대 이후 시들해지다가 세기가 바뀌어 20세기에서 21세기가 된 최근에서는 예전만큼의 영광과 인기는 없는 듯하더니 결국 2012년을 마지막으로 폐지되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다시 타올라라~!).</p> <p>그 '대학가요제'에서 유독 '제12회'가 잊혀지지 않는 것은 '제12회 대학가요제'가 1988년에 있었고, 1988년은 '88서울올림픽'으로 전국이 들썩들썩하던 때이기도 했다. 온통 거리나 학용품은 '호돌이' 캐릭터로 도배되었고, '올림픽'을 개최하는 국가의 격(格)을 갖추기 위해 다양한 캠페인이 펼쳐지기도 했다. 갑자기 찾아오는 어르신들 때문에 후다닥 방 정리 하고 평소에는 여기저기 어질러 있던 것들도 안 보이는데 다 치워 놓고(어차피 다시 꺼낼 거면서..) 쓸고 닦고 그래도 어디가 부족한가 안절부절 해 본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면 어떤 모습이었을지 상상이 가실 것이다.</p> <p>그런 시절에 개최되어 '1988년'이라는 숫자가 깊이 각인되어 있기도 했지만, 그날도 여느 대회와 마찬가지로 많은 참가자(대학생)들이 열띤 경연을 펼치고 있었다. 저녁 밥 먹을 시간대에 했던 것 같은데 딱히 그 시간대에 볼 것도 없고, 지금처럼 채널이 몇 십 ~ 몇 백 개씩 되서 전체 채널 한 바퀴 다 돌려보다가 시간 지나 자야 되는 불상사는 일어날 일도 없이 심플하게 채널은 딱 4개만 볼 수 있었다.</p> <p>KBS, KBS 2TV, MBC, EBS.. 그 중에서도 KBS (1TV)는 필자에게 왠지 앞으로 20년 정도는 더 세상살이를 해 본 뒤에 격조를 갖추어야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방송이었다. 그나마 KBS 2TV는 볼 만했다. 대체로 MBC를 많이 봤던 것 같다. 그래서 특별한 일 없으면 채널 돌리는 것도 귀찮고 해서 대표적인 채널 변경 프로그램을 제외하고는 그대로 두고 보는 경우가 많았다.</p> <p>토요일 저녁만 되면, '토요명화', '주말의 명화'를 두고 서로 보고 싶은 영화가 달라서 가정 내 폭력 사태가 발생하는 경우도 빈번했다. 그날도 그렇게 '제12회 MBC 대학가요제'는 시작되었고 '제12회' 에서 알게 모르게 많은 분들이 성공하여 현재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꾸준히 활동하며 언젠가부터 '아 괜찮은 배우다!' 라고 기억에 남은 뮤지컬, 영화 배우 전수경 누님도 'MBC 대학가요제' 출신이다. 아직은 앳된 20대 초반의 저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게 없는 걸 보니 좋은 화장품을 쓰는 것 같다(무슨 화장품인지 나도 쓰고 싶다). 그리고 무려 '동상'으로 메달권에 진입에 성공하여 그 뒤로 현재까지 꾸준히 활동 중인 좋은 배우다.</p> <p>그렇게 한 팀 한 팀 무대에서 내려가고 어느새 저녁 밥도 다 먹어 가고, 마지막 한 팀이 남을 때쯤이었다. 그 순간을 필자는 잊을 수가 없다. 마지막 팀은 바로 참가 번호 16번..'이제 다 끝났네. 볼 것도 없고..' 하는 생각으로 TV에서 눈을 떼고 남은 밥을 다 먹고 밖에 나가 친구들과 놀 궁리를 하던 때에 시작된 참가 번호 16번의 전주..
[신해철 : 1988년 '제12회 MBC 대학가요제' 참가 번호16번] |
딱 필자의 심정이 저랬다. 뭐라고 형용할 수 없는 흥분감? 새로운 세상을 보는 듯한 느낌? 저건 뭐지? 알 수 없지만, 이상하게 끌려.. 하는 생각으로 뜨다 만 밥숟가락을 들고 멍~하니 TV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그날 저녁 반찬으로 나왔던 갈치 무조림에 바닥에 눌러 붙은 갈치를 숟가락으로 떼던 어머니가 '분노의 숟가락으로 머리통 후려치기' 공격을 시전한 후에야 정신이 돌아왔다(그런데 갑자기 생각났는데 진짜 아팠다).</p> <p>당시 '무한궤도'라는 그룹으로 '그대에게' 노래로 영예의 '대상'을 차지하여 1988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방송된 '제12회 MBC 대학가요제'는 신해철 형님은 물론 '무한궤도' 모든 분들에게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 선물이 되었을 것이다. 참고로 필자는 신해철의 오래 된 팬으로 1988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발표한 모든 곳을 테이프, CD 등으로 소장하고 있다(물론 다 돈 주고 샀음!). 노래방에 가도 필자가 부르는 노래는 다 '신해철 메들리'이기 때문에 필자와 몇 번 노래방 간 사람들은 잘 안 가려고 한다.</p> <p>필자가 좋아하는 순서로는 '나에게 쓰는 편지', '민물장어의 꿈', '일상으로의 초대' 등이 있고 그 외에도 수많은 주옥같은 곡들이 있다. 노래방에 가면 꼭 'Here I Stand for You'를 불러 보곤 하는데, '하지만 기다림에 늙고 지쳐 쓰러지지 않게 어서 나타나줘~!!' 여기서 꼭 음이탈 현상으로 자괴감에 빠지곤 한다(그럴 거면서 왜 자꾸 불러대는지..).</p> <p>■ 만화계의 신해철, 충격의 애니 'Area 88'
그렇게 세월이 흘러 어느덧 1989년이 되었다. 이전 글에 얘기한 것처럼 필자의 생일은 6월 25일(6.25)이다. '잊지 말자! 6.25'같은 포스터 그리기 대회부터 호국 반공의 글짓기 대회 등 필자의 생일만 되면 이런 것들을 하느라 제대로 된 생일잔치 한 번 못 하고 북한군을 흉폭하고 잔인한 '늑대'로 그리던 시기였다. 1989년 6월에도 '호국보훈의 달'을 맞이하여 이런 저런 행사들이 준비 중이었고 6월 5일 저녁, 그리고 6월 6일 현충일..
[필자의 가슴으로 날아 든 충격의 애니 : Area 88 (지옥의 외인부대)] |
■ 게임 'Area 88' 하나 때문에 게임기 사다
그렇게 한 동안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던 필자가 게임으로 만난 'Area 88'을 누구보다 반기고 아꼈음은 물론이다. 국내에서 방영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게임으로 출시되었다. 원래 애니메이션은 일본에서 훨씬 이전에 방영됐지만, 국내에 방영된 것은 1989년이고, 'Area 88'게임이 출시된 것도 1989년이다.</p> <p>한 동안은 머릿속에서 잊혀지지 않는 전투 장면을 회상 하며, 조종간(오락실 스틱)을 잡고 하늘을 날았다. 그리고, SFC(슈퍼패미컴)용으로 게임이 출시되었을 때 그 당시 라이벌 콘솔 게임기였던 'MD(메가 드라이브)'를 사지 않고 'SFC'를 사게 된 건 온전히 'Area 88' 게임 하나 때문이었다.</p> <p>그 당시 16만원인가 주고 샀는데, (대전 홍명상가 근처 지하 상가) 오락실에서 100원에 한 번씩 하느니 100번만 하면 1만원의 돈이 절약되고 1600번만 하면 게임기 가격을 뽑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렵게 여기저기서 오랫동안 구한 돈을 투자한 만큼 필자는 정말 작정하고 1600번을 할 계획이었다. 나폴레옹 사전에 '불가능'이 없다면, 필자의 사전에는 '포기'란 없다.</p> <p>하지만, 얼마 안 가 '도란스(트랜스)'라 불리는 전압기의 불량으로 게임기가 홀랑 타 버리는 사건이 발생하여 전 국토가 소실되고 전 재산을 잃은 것만큼의 비통한 슬픔을 맛보게 된다 (그 당시에 'SFC'는 필자의 전 재산이나 다름없었다).
[플레이어 선택] |
[화면 가득 최종 보스전] |
[전설적인 악당? 맥코이 영감] |
한 동안 망상의 세계 속에서 필자에 즐거움을 안겨 줬던 'Area 88'은 명장면-명대사가 많기로도 유명한 애니다. 또한 OST 역시 일품이며, 연출 역시 최고의 스태프로 구성되어 제작된 애니다. 전투기들의 생동감 있는 기동 장면은 제작된 지 30년이 다 되어 가는 지금 봐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괜히 이 작품이 제4회 일본 아니메 대상 OVA 부문 최우수 작품상과 음악상을 수상한 것이 아니다.</p> <p>게임보다는 애니가 더 유명한 작품이지만, 게임으로 만나는 즐거움 역시 놓칠 수 없는 부분이며, 게임 또한 재미있게 잘 만들었다. 'SFC'가 사망한 뒤에도 한 동안 다시 오락실에 가서 미친 듯이 버튼을 연타하던 게임이었다.
[반전하지마! 바보들아!] |
[게임별곡 27] 열차게임 불후의 명작 'A열차로 가자'
[게임별곡 28] '덕중의 덕'도 열광시킨 '잠수함'
[게임별곡 29] 총 쏘고 밀리터리 느낌 팍, FPS 명작들
벌써 게임별곡 30회 '추억 여행 즐거웠나요?'
[게임별곡 30] 홀연히 나타났던 명작 '천사의 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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