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민경 기자 ]
'신상필벌'(信賞必罰), 삼성그룹 인사원칙을 설명하는 단어다. 잘한 사람은 상을 주고, 못한 사람은 벌한다는 것. 매년 인사철이 다가오면 어김없이 회자되는 말이다.
12월 초 사장단 인사를 앞두고 삼성 내에선 계열사 사장들에 대한 막바지 평가 작업이 한창이다. 다양한 각도에서 평가가 이뤄진다. 특히 실적과 주가 흐름은 인사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잣대로 여견진다.
◆ 호텔신라 연초 대비 60% 올라…엔지니어링은 급락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 내 17개 상장 계열사 중 연초 대비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곳은 호텔신라다. 이건희 회장의 큰 딸 이부진 사장이 맡고 있는 호텔신라는 올해 4만3500원에서 시작한 주가가 이달 19일 현재 종가 기준 7만원까지 올랐다. 올 들어 주가가 60% 넘게 뛰었다.
호텔신라의 강세는 한국을 찾는 중국인 여행객들이 늘면서 면세점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한데 따른 것이다. 올 3분기 실적은 면세점 활약에 힘입어 매출 6859억 원, 영업이익 401억 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5%, 영업이익은 16% 늘어났다.
정수현 NH농협증권 연구원은 호텔신라에 대해 "입출국자 증가로 인한 외형 성장과 임차료 동결에 따른 수익 개선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며 "레저·엔터 업종 중 가장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주가가 가장 많이 내린 곳은 이 회장 둘째 사위인 김재열 사장이 맡고 있는 삼성엔지니어링. 이 회사 주가는 같은 기간 16만7000원에서 6만5100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삼성물산이 지난 7월 말부터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꾸준히 매입하고 있어 그나마 하락을 막아주지만 올 들어 이미 60% 이상 빠졌다.
주가가 맥을 못추는 것은 부진한 실적 때문이다. 해외사업 비중이 높은 삼성엔지니어링은 저가 수주 덫에 발목이 잡혀 3분기까지 이미 1조 원 넘는 적자를 보고 있다. 지난 3분기에도 7468억 원의 적자로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최근 삼성전자 등 다른 계열사로부터 20여명의 경영혁신 인력을 수혈받기도 했다. 삼성전자 중남미총괄법인에서 경영혁신팀장을 맡은 정진동 전무 등이 삼성엔지니어링 '경영 선진화 태스크포스'(TF)로 이동했다.
◆ 삼성전자, 성장성 우려로 140만 원 … 금융 계열사 선방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연초 157만6000원이던 주가가 148만4000원으로 내려왔다. 성장 정체성우려에다 외국계 증권사들의 부정적 전망이 도화선이 돼 지난 7월 120만 원 대까지 떨어졌다.
시장 불안감이 커지자 삼성전자는 이달 8일 8년 만에 국내외 기관투자자, 증권사 연구원 등을 모아놓고 '애널리스트 데이'를 열었다. 하지만 미래 성장에 대한 확실한 신뢰를 주지 못해 주가는 이달 내내 140만 원선을 맴돌고 있다.
전자 계열사 중 하나인 삼성전기도 부진하다. 이 회사 주가는 올해 10만1000원으로 출발한 뒤 최근 7만7300원까지 하락했다. PC와 TV 시장 불황에 고사양 스마트폰 관련 부품이 재고조정에 들어가면서 삼성전기 실적에도 악영향을 준 탓이다.
조성은 삼성증권 연구원은 "삼성전기 주가 모멘텀은 내년에도 삼성전자 스마트폰 신모델 사이클과 흐름을 같이 할 것" 이라며 "상고하저의 영업이익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보이지만 부품가격 인하 폭이 커진다는 점은 위험 요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자계열사인 삼성SDI 경우 15만2500원에서 16만8000원으로 주가가 15% 가량 올랐다.
금융계열사들은 업황이 좋지 못한 걸 감안하면 대체로 선방했다. 맏형인 삼성생명은 9만5600원에서 10만1000원으로, 삼성화재는 21만4000원에서 25만9000원으로 각각 10~13%씩 올랐다. 삼성카드는 3만6550원에서 3만7450원으로 제자리걸음을 했다.
이 회장 둘째 딸인 이서현 부사장이 맡고 있는 제일기획과 제일모직 주가는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 제일기획은 2만1350원에서 2만5300원으로 20% 가까이 올랐다. 반면 제일모직은 9만8000원에서 8만9700원으로 5% 내려갔다.
제일모직 주가는 패션 사업 부진 탓이다. 지난 9월 이 회사는 패션사업부문을 삼성에버랜드에 양도했다. 삼성 안팎에선 이 부사장이 연말 인사를 통해 사장으로 승진, 삼성에버랜드로 옮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밖에 삼성중공업은 6.21%(3만8650원→4만1050원), 크레듀는 8.11%(4만2550원→ 4만6000원) 올랐다. 삼성정밀화학은 27.74%(6만2000원→4만4800원), 삼성테크윈은 11%(6만900원→5만4200원) 에스원은 5.7%(7만4300원→7만 원) 떨어졌다. 삼성물산은 0.31%(6만3700원→6만3500원)로 큰 변동이 없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
▶'박람회장 발칵' 주식 자동매매 프로그램 등장
▶ 별장으로 쓰면서 은행이자 3배 수익 받는곳?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