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전세를 낀 집주인은 최근 4명 중 1명꼴로 전세금을 올려받아 빚을 갚는 데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집주인 가운데 대출금을 2천만원 이상 조기 상환한 집주인 비중은 6월 말 기준 26.8%로 조사됐다.
한은 거시건전성분석국 임광규 과장은 "거래 관행상 집주인은 전세금 인상분으로 주택담보대출을 조기 상환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집주인 4명 가운데 1명은 전세금을 올려받아 빚을 갚는 셈이다. 이 비중은 2009년 말 4.3%, 2010년 말 9.3%, 2011년 말 15.6%, 지난해 말 22.5%로 상승세다.
이처럼 전세를 낀 주택의 평균 가격은 3억원이다. 2년 전에는 3억4천만원이었다. 집값 하락으로 시세 4천만원(11.8%)이 증발한 것이다.
이 주택의 자금 구성을 보면 집주인 자신의 돈은 평균 7천만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2억3천만원 가운데 1억4천만원은 나중에 돌려줘야 할 전세금이다.
집주인은 전세금 1억4천만원의 절반인 7천만원을 집 살 때 받은 대출금(1억6천만원)을 갚는 데 쓴다.
세입자는 1억4천만원의 전세금을 내야 하지만, 자기 자금은 9천만원뿐이다. 결국 5천만원을 은행에서 빌린다.
한은은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이를 두고 '임대인(집주인)의 채무 부담 일부가 임차인(세입자)에게 이전되는 효과'라고 표현했다.
집주인이 과도한 주택담보대출 상환 부담에 전세금 인상분을 빚 갚는 데 쓰지만, 이는 결국 세입자의 전세자금대출 상환 부담으로 전가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전체 세입자가 갚아야 하는 전세자금대출은 지난 6월 말 60조원을 넘었다.
2009년 말 33조5천억원에 불과했던 게 3년 반 만에 약 2배로 불어났다.
통상 2년 뒤 갚아야 하는 전세자금대출 60조원은 내년 이후 47조원(78.2%)의 만기가 집중적으로 돌아온다. 내년에 17조4천억원, 2015년 이후 29조6천억원이다.
더 큰 문제는 집값 하락이다.
자기 자금이 7천만원인 집주인은 나중에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1억4천만원의 보증금을 돌려주려면 집을 팔거나 대출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집을 팔아도 '대출금+보증금'에 모자란 집, 이른바 '깡통전세'가 이미 수두룩하다. 현재 세입자가 집주인에 맡긴 보증금은 400조~500조원에 이른다.
깡통전세는 집값 하락과 집주인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지나친 가구다. 보증금을 고려한 실질 담보인정비율(LTV) 70%, 총부채상환비율(DTI) 50%를 넘는 주택이다. 한은은 깡통전세 주택이 전세를 낀 전체 주택의 9.7%라고 밝혔다.
370만 전세 가구를 대입하면 약 36만가구가 깡통전세로 전락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현재 규정상으로는 전세주택의 LTV가 48.4%로 규제기준 이하지만, 전세보증금도 일종의 빚이므로 이를 고려한 실질 LTV는 75.7%에 이른다.
한은은 "집값이 하락하는 과정에서 전세금은 계속 올라 임차인 입장에선 전세계약이 끝날 때 전세금 회수 리스크에 노출된다"고 우려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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