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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쓰는 논술] (23) 사회적 약자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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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어가며…

오늘 배우게 될 주제는 사회적 약자 보호제도이다. 이는 종래 사회로부터 차별받아 온 일정한 집단에 대해 그동안의 불이익을 보상해주기 위해, 그 집단의 구성원이라는 이유로 취업이나 입학 등의 영역에서 직·간접적으로 이익을 부여하는 조치를 말한다. ‘적극적 평등 실현조치’ 또는 ‘잠정적 우대조치’라고도 한다. 영어로는 ‘Affirmative Action’, 약자로 ‘AA’로 불린다. 우리 사회에서 약자는 누구일까. 대표적으로 경제적 빈곤층, 장애인 등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남성에 비한다면 여성도 약자의 지위에 있다. 미국 같은 다인종 국가에서는 남녀 차별이나 빈곤층에 대한 차별보다는 인종 차별을 더 심각하게 생각한다. 따라서 흑인 등 유색인종에 대해 적극적으로 평등 실현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을 의미하는지 다음을 통해 확인해보자.

▧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한 제도들

한국농어촌공사는 9월 채용할 5급직 95명, 6급직 5명 등 100명의 신입사원 가운데 5급직의 50%를 농어업인 자녀로 선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농어촌과 함께하는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고, 친서민정책에 부합하도록 농어촌자녀 특별전형을 신설했다고 말했다. (2010년 9월8일 [문화일보] - 덕성여대 2011 수시 기출)

미국의 대입제도에서는 입학 지원자들을 사정할 때 ‘사회적 소수자’로 규정된 흑인 등에게 가산점을 주는 방식과 아예 정원의 일정 비율을 소수자 몫으로 따로 떼어놓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예컨대 미시간주립대는 SAT(수능시험)와 에세이, 내신 등을 종합해 150점 만점으로 성적을 산출하는데 소수민족 출신에게는 20점의 점수를 더 얹어 준다. 캘리포니아의 로스앤젤레스 샌디에이고 버클리 등 여러 주립대학들은 전체 정원의 10% 안팎을 흑인 등 소수자들끼리 경쟁해 입학할 수 있도록 ‘쿼터’를 배정하고 있다.
( 2006년 4월17일 [한국경제신문])

남성에 비해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낮았던 시기, 여성의 공직 진출을 확대하기 위해 채용시험에 앞서 여성 공무원 채용 비율(30%)을 미리 정해 놓고 시험성적에 관계없이 비율대로 합격시키는 제도를 두기도 했다. 이 제도에 따르면 여성 합격자가 채용목표 비율에 미달할 경우 커트라인에서 모자란 여성 응시생 가운데 성적순으로 목표치만큼 추가 합격된다. 1980년대 후반까지 존재하던 이 제도는 현재 사라진 상태이다. 이 제도의 도움 없이도 여성들의 합격률이 30%를 훨씬 웃돌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에 비해 반대로 남성들이 차별을 받는 영역도 분명히 존재한다. 바로 교사나 간호사 같은 직군에서이다. 이를 위해서 남성들을 위한 평등 실현 조치가 행해지기도 한다.

초등학교 ‘여교사 편중현상’이 심화하면서 남자 교사가 없거나 한두 명에 불과한 학교가 늘고 있다. 초등학교 재학 6년 동안 남자 담임교사를 만나지 못하는 학생도 수두룩하다. 서울시교육청이 이 같은 교육 현장의 ‘여초(女超) 현상’ 완화를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섰다. 초·중·고 교사 임용 때 최대 30%까지 남성으로 뽑는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전국 시·도 교육감회의에 이런 의견을 제시해 합의가 되면 교육부에 교육공무원임용 관련법 개정을 건의할 계획이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중·고교에 비해 여초 현상이 더 심한 초등학교부터 적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2007년 4월9일 [중앙일보] - 인하대 2008 모의 논술)

▧ 기회의 평등과 결과의 평등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이런 제도를 두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평등이라는 사회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다. 평등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여러 논란이 존재한다. 우선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는 것으로 정의를 충분히 실현시킬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 예전에는 흑인이나 여성, 빈민층 등 약자 집단에는 다수와 함께 경쟁할 기회조차도 주어지지 않았던 것이 역사적 현실이다. 여성과 흑인이 투표권을 얻게 된 것도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아직도 많은 나라에서는 여전히 이들의 권리가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경쟁을 통해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높일 수 있도록 동일한 출발선에 두는 것만으로도 족하다고 보는 것이다.

반면에 기회의 평등으로는 부족하고 ‘결과의 평등’을 지향해야 한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사회적 약자들을 강자와 똑같은 출발선에 세우는 것만으로는 이제까지의 불평등을 시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차별을 시정하고 실질적으로 약자의 지위를 격상시키기 위해서는 지금과는 다른 적극적 조치가 필요하다. 이런 과정에서 기득권 집단이 약간의 손해를 입게 된다고 해도 이는 감수해야 할 부분이 된다. 사회적 약자 보호제도는 이런 ‘결과의 평등’을 실현하려는 의지의 반영이다.

평등을 실현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같이 한 번 생각해보자. 강원도 어느 이름 모를 산골에서 태어난 A군이 있다고 하자. 아버지와 어머니는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시고, 할머니가 나물을 캐 근근이 A군을 고등학교까지 교육시킬 수 있었다. A군은 어려운 가정환경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공부했다. 수업료를 내기에도 빠듯했기에 학교교육 외에 사교육은 당연히 받아본 적도 없었다. 이제 A군은 서울대에 진학하려고 한다. ‘기회의 평등’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서울대에 입학시험을 칠 기회가 보장되므로 A군은 차별받은 것이 없다고 말할 것이다.

서울 강남에 사는 전문직 부모 아래 태어나서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온갖 종류의 사교육은 다 받고 자란 B군이 있다면, A군과 B군은 평등하다고 할 수 있을까. 결과의 평등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은 이런 구체적 사정 때문에 비롯된 것이다. 각 대학 입시에서 볼 수 있는 ‘기회균등전형’이라든지, ‘지역균형전형’ 같은 것도 이런 사회적 배려를 전제로 한 것이다.

▧ 사회적 약자 보호제도의 문제점

그렇다면 이 제도들은 약자의 지위를 보장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완화시키는 순기능만을 가지고 있을까. 다음 2012년 동국대 기출 제시문을 살펴보자.

다양성 논리를 비난하는 사람들은 두 가지 반박을 내놓는다. 하나는 현실적 반박이고, 다른 하나는 원칙적 반박이다. 현실적 반박은 소수집단 우대정책의 효과에 의문을 품는다. 인종별 우대정책은 다원화 사회를 활성화하거나 편견과 불평등을 줄이기보다는 소수집단 학생들의 자부심을 훼손하고, 모든 집단이 인종을 더욱 의식하게 만들며, 인종간의 긴장을 높이고, 자신도 행운을 누려야 할 사람이라고 느끼는 백인들의 분노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실적 반박은 소수집단우대정책이 부당하다는 게 아니라 그 정책이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고 득보다는 해가 많으리라는 주장이다. 원칙적 반박은, 다양성이 존재하는 강의실과 더 평등한 사회를 추구한다는 목적이 얼마나 가치 있든 간에, 또는 소수집단우대정책이 그것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실현하든 간에, 입학에서 인종이나 민족을 따지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이 정책이 가져 오는 문제점은 여러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첫째, 사회적 약자 우선선발 때문에 대학입학에서 불합격하거나 취업 경쟁에서 탈락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불합리함이다. 91점을 받은 자신은 떨어졌는데, 약자보호 정책 때문에 89점을 받고도 합격한 사람이 있다면 불평등하다고 느끼게 될 것이다. 즉, 정당하게 시험에 응시해 높은 점수를 받고도 불합격한 사람이 느끼게 될 역차별이 문제가 된다. 둘째, 이 정책의 혜택을 받지 않고 시험에 당당히 합격한 흑인(또는 여성이나 차상위계층)이 있다면 어떨까. 주위 사람들은 이 흑인이 약자보호 제도의 혜택을 받고 들어왔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소수자의 정당한 성과가치와 자부심을 훼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제도의 혜택을 받고 들어온 약자들은 과연 만족할까. 기득권자들의 편견어린 시선 때문에 소수집단 구성원들이 겪을 괴리감은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바다. 이것이 세 번째 문제점이다. 즉, 소수집단이든 기득권자든 자신의 집단을 더 의식하게 만든다. 사회정의와 사회통합을 위해 만든 제도가 그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하면서 오히려 구성원 간의 갈등만 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보호받아야 할 사회적 약자의 범위와 이 제도를 적용할 영역에 대한 기준이 엄격해야 하고, 이는 폭넓은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영구적이기보다는 잠정적으로 행해지는 것이 합당하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공무원 채용할당제가 이제는 사라진 것처럼 말이다.

이지나 S·논술 인문 대표강사 curitel20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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