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이 정관계 주요 인사들에 대한 고객정보를 불법조회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기식 민주당 의원은 "신한은행이 2010년 4월부터 같은 해 9월까지 야당 중진의원들을 포함한 정관계 주요 인사들의 고객정보를 지속적, 조직적, 반복적으로 불법조회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김기식 의원이 입수한 신한은행의 고객정보조회 관련 자료에 따르면 신한은행 경영감사부와 검사부 직원들은 2010년 4월부터 매월 약 20만건 내외의 고객정보조회를 실행하고 있었다.
자료에는 박지원 박병석 박영선 정동영 정세균 등 민주당 중진의원들과 18대 국회 정무위 및 법사위 소속 의원들, 고위 관료, 신상훈 전 사장을 포함한 신한은행 주요 임원 등의 이름이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등장한다는 설명이다.
김 의원은 "이들이 고객정보를 매우 조직적으로 살피고 있음 또한 확인된다"며 "중요한 것은 이것이 상거래 유지를 목적으로 한 영업부서의 고객정보조회가 아니라 경영감사부와 검사부에서 이뤄졌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내부감사목적'의 고객정보조회는 법으로 허용되고 있지만, 내부직원 감사를 위해 '제3자'의 고객정보를 광범위하게 조회하는 것은 불법이란 지적이다.
정보조회가 이뤄진 시기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2010년 4월부터 9월 당시 민주당은 '영포라인'에 의한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비호 사실을 문제 삼고 있었다는 것이다. 당내 특위로 '<영포게이트 사건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했고, 박지원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민주당 의원들은 라 회장의 '50억원 비자금 의혹' 무마 배경 등을 집중적으로 추적했었다.<br />
김 의원은 "'영포라인'의 라응찬 비호에 대한 야당의 비판이 제기되고, 라응찬-신상훈 세력의 격렬한 싸움이 한창이던 때"라며 "당시 정무위와 법사위에 소속된 야당 의원들, 그리고 '영포게이트' 사건을 추적하던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이 경영감사부와 검사부의 불법적인 고객정보조회에서 반복적으로 나왔다는 사실 자체가 사찰 의혹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어 "신한은행은 철저한 진상조사를 실시하고 모든 사실관계를 국회와 국민에게 즉각 밝혀야 한다"먀 "내일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서진원 신한은행장에게 이에 대해 따져 물을 것"이라고 했다.
한경닷컴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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