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상기 이현회계법인 전무 >
서울 강남에 사는 나근심 씨는 얼마 전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로 걱정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부친이 강남에 있는 수십억원 상당의 임대용 건물을 남겼는데, 당장 현금이 없어 상속세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부친이 아끼던 건물을 세금 때문에 급매로 팔 수도 없다. 월세 수입은 상당해서 세금도 신용카드처럼 할부가 된다면 낼 수 있을 것 같다. 나씨에게 좋은 방법이 없을까
일반적으로 세금은 세법에서 정한 기한 내 신고와 동시에 납부를 하도록 돼 있다. 제때 못내면 가산세와 가산금 등이 계속 붙어 점점 늘어나게 된다. 특히 상속세는 대부분 과세기준액에 미달하기 때문에 내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일단 납부 대상이 되면 내야 할 세금이 고액인 경우가 많다. 그럴 경우 납세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세법에서는 세금을 나눠 낼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세금을 나눠내는 방법으로는 분납제도와 연부연납제도가 있다. 분납이란 세금이 1000만원을 넘는 경우 납부기한 내 한 번 내고, 납부기한이 지난 후 2개월 내에 다시 한 번 낼 수 있는 제도다. 2개월 내 내면 이자 부담은 없다. 납부할 세금이 2000만원 이하인 경우에는 1000만원을 초과하는 세금을 분납할 수 있고, 세금이 2000만원을 넘으면 그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을 분납할 수 있다. 현재 대부분의 세목은 분납이 가능하다.
연부연납이란 낼 세금의 6분의 1 이상을 신고 납부 때 먼저 내고 나머지 금액을 5년 동안 나눠낼 수 있는 제도다. 가업상속재산의 경우에는 최대 15년간 나눠낼 수 있다. 낼 세금이 2000만원을 넘어야 하고 1회당 최소 1000만원 이상은 납부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고액인 상속세 등을 내기엔 2개월의 분납으로는 어렵다는 점을 감안한 제도다.
다만 연부연납을 하는 경우엔 연부연납세액 중 납부하지 않은 금액에 대해 일정한 이자를 내야 한다. 현재 이자율(연부연납가산금)은 약 연 3.4%다. 시중은행이 우량 고객에게 적용하는 대출 이자보다 낮다. 따라서 3.4%보다 높은 이자율로 돈을 빌려 일시에 내기보다는 연부연납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연부연납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연부연납세액에 해당하는 납세 담보를 제공하고 관할 세무서장에게 허가를 받아야 한다.
분납과 연부연납을 동시에 활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한 연부연납을 하는 것이 납세자에게 반드시 유리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각자의 상황에 따라 납부할 세금, 연부연납기간, 연부연납가산금, 기회비용 등을 비교해 분할납부와 연부연납 중 유리한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 현상기 이현회계법인 전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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