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강 맛의 거리 4곳
여행하는 재미의 8할은 음식이다. 맛은 여행을 행복하게 해주는 촉매제이기도 하고 여행의 기억을 환기시켜주는 저장매체이기도 하다.
여행을 떠날 때 맛집 정보를 챙기고 맛집 거리를 찾아나서는 이유다. 복요리 천국 경남 마산 오동동, 추어탕의 대명사가 된 전북 남원, 도리뱅뱅이와 생선국수로 유명한 충북 옥천, 순두부맛의 진수 초당순두부까지 내로라하는 맛의 거리를 찾아가보자.
복의 모든 것, 마산 오동동 복요리 거리
250여년 역사를 자랑하는 마산 어시장은 각종 해산물이 모이고 팔리는 곳이다. 복어 또한 이곳 집하장에서 경매돼 전국의 일식집으로 팔려나간다. 헐값에 팔리던 복어가 어시장 주변 식당에서 한 끼 식사로 재탄생한 게 오동동 복요리 거리의 시작이다.
1945년 어시장 주변의 한 식당에서 복국을 만들어 팔았다. 참복과 콩나물, 미나리를 넣고 끓인 국에 밥을 말아 손님상에 냈다. 단골은 항구에서 일하는 바닷사람과 시장 사람들. 밥 먹을 시간도 부족한 그들에게 한 그릇 뚝딱 먹을 수 있는 복국은 인기 메뉴였다. 1970년대에는 지금 복요리 거리 일대에 복 요리를 하는 식당이 두세 곳 있었고, 20여년 전부터 식당이 늘어났다.
복어 요리도 회, 불고기, 튀김, 수육 등 다양하게 개발됐다. 여러 메뉴 가운데 사라진 복어 요리가 있다. 양념에 잰 복어를 석쇠에 올려 참숯으로 구운 참숯석쇠복불고기다. 숯불을 피우고 석쇠에 일일이 굽는 과정이 번거롭다 보니 메뉴에서 빠졌다. 대신 냄비에 갖은 양념을 넣고 볶는 복불고기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창원시에 따르면 현재 복요리 거리와 그 주변에서 영업하는 복요리 식당은 27곳. 다양한 복어 요리로 술자리를 즐기고 다음날 시원하고 담백한 복맑은탕으로 해장하는 곳이 오동동 복요리 거리다.
가을 진미, 남원 추어탕거리
‘가을 보양식’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음식이 추어탕이다. 미꾸라지는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가을이면 몸에 영양분을 가득 저장한다. 그래서 가을 미꾸라지를 최고로 치고, 이름에도 ‘가을 추(秋)’자를 넣어 추어(鰍魚)라 부른다. 미꾸라지는 단백질과 필수아미노산, 비타민 ABD가 풍부해 자양 강장, 피부 미용에 좋고 성장 발달에 도움을 준다. 추어탕에 들어가는 시래기는 비타민과 무기질을 함유해 다이어트에도 좋다.
지역마다 추어탕을 끓이는 방식은 조금씩 다르다. 사골 국물에 두부를 넣는 서울식이나 고추장으로 칼칼하게 끓이는 원주식과 달리 남원 추어탕은 된장과 들깨 불린 물을 넣어 걸쭉하게 끓인다. 다른 채소 없이 시래기로 시원하고 구수한 맛을 낸다.
남원에서 추어탕이 발달한 것은 지리적 특성과 무관하지 않다. 소백산맥과 지리산 사이에 있고 섬진강 지류인 요천과 축천이 드넓은 평야를 만들어 주니 다양한 농산물이 나고 미꾸라지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다. 특히 남원추어탕에는 미꾸라지와 조금 다른 미꾸리가 주로 들어간다. 미꾸라지보다 길이가 짧고 몸통이 동글동글해서 ‘동글이’라고도 불리는데, 맛이 좋고 비린내가 적다. 남원시농업기술센터가 토종 미꾸리 치어 생산에 성공해 인근 미꾸리 양식장에 공급한다. 남원 추어탕거리의 식당들은 이곳에서 미꾸리를 받아 추어탕을 끓인다.
지리산 인근의 고랭지에서 재배되는 추어탕 전용 무청도 남원 추어탕을 맛있게 하는 일등 공신이다. 전국 어디서나 파는 추어탕이지만 남원에서 먹는 추어탕이 특별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입맛에 따라 초피가루를 살짝 뿌려 먹는 것도 남원 추어탕의 특징이다.
금강의 맛, 옥천 도리뱅뱅이 생선국수 거리
‘도리뱅뱅이와 생선국수 음식거리’가 있는 충북 옥천군 청산면에는 지전사거리를 중심으로 선광집, 청양식당, 금강집, 찐한식당 등 도리뱅뱅이와 생선국수를 내는 집이 여러 곳 있어 음식거리를 이룬다. 음식점마다 비법이 있고 맛도 다르지만, 민물고기를 이용하는 기본 재료는 똑같다. 그중 선광집은 생선국수의 원조로 알려져 있다.
생선국수 맛은 국물이 좌우한다. 생선 국물 만드는 것을 ‘사골처럼 곤다’고 할 정도로 시간이 걸리고 정성이 들어가는 슬로푸드다. 물고기는 물과 함께 두 시간 정도 센 불에 끓이는데, 이때 뚜껑을 열고 끓이는 것이 생선 비린내를 없애는 비법이다. 그 뒤엔 중간 불로 4~5시간 푹 삶는다. 손으로 누르면 가시가 흐물흐물 부서질 정도라니 생선 국물은 물고기의 기운이 담긴 보약인 셈이다. 잘 우린 국물에 고추장 양념을 풀고, 대파와 애호박을 넣은 뒤 소면을 넣고 한소끔 끓이면 맛깔스러운 생선국수가 탄생한다.
피라미나 빙어를 사용하는 도리뱅뱅이는 간단한 것 같지만 손이 많이 간다. 우선 프라이팬에 물고기를 일렬로 키를 맞춰 담는다. 키가 맞아야 해바라기 꽃처럼 둥근 모양이 되기 때문이다. 기름을 피라미가 잠기도록 붓고 바삭하게 한 번 튀긴 뒤 고추장 양념을 발라 한 번 더 튀긴다. 깻잎이나 마늘, 고추와 함께 먹으면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피라미가 없는 계절에는 빙어로 도리뱅뱅이를 만들기도 한다. 누치, 참마자 등 피라미보다 조금 큰 물고기를 통째로 튀기는 생선튀김도 음식거리의 별미다.
바다향 깃든 순두부, 강릉 초당두부마을
강릉 초당 순두부는 사연도 맛도 깊은 음식이다. 바다향이 가득한 초당마을의 순두부는 수백년 세월을 간직하고 있다. 이곳 식당들은 바닷물을 간수로 쓰고 국산 콩을 이용해 두부를 만드는 통 방식을 고수한다. 초당동 두부마을에는 대를 이어 순두부집을 하는 식당 등이 스무 곳 가까이 있다.
불린 콩을 갈아 면포에 내리면 투박한 가루는 비지가 되고, 맑은 콩물만 가마솥으로 옮긴다. 한 시간 남짓 펄펄 끓는 것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주인장은 쉴 틈이 없다. 두부가 엉기지 않게 하려면 주걱으로 계속 저어야 한다. 끓인 것을 식힌 뒤 간수(바닷물)를 섞을 때도 한꺼번에 쏟아 부어서는 안 된다. 솜사탕처럼 부드럽고 몽글몽글한 순두부를 만들려면 바가지로 조금씩 부으며 양을 조절해야 한다.
3대째 순두부를 만드는 ‘고부순두부’의 권영애 할머니는 “예전에는 바닷물을 직접 길어다 썼는데 요즘엔 심층 해수를 사다 쓰니 많이 편해졌다”며 웃는다. 문헌에 따르면 허균과 허난설헌의 부친 허엽이 집 앞 샘물로 콩물을 끓이고 바닷물로 간을 맞춰 두부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그 맛이 좋아 자신의 호 ‘초당’으로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두부를 만든 샘물이 있던 자리가 바로 초당동이다.
초당 두부는 맛을 내는 방식이 제각각이다. 고부순두부 같은 집 주인들은 고소한 맛을 제대로 느끼려면 오롯이 순두부만 맛볼 것을 권한다. 바닷물에 염분이 있기 때문에 굳이 간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밋밋한 순두부에 맛을 더하려면 콩나물, 묵은 김치 등을 얹어 먹는 게 제격이다. 이곳에서 내놓는 순두부정식에는 콩나물과 잘 익은 김치 등이 함께 오른다. 이와 달리 해물순두부, 짬뽕순두부 등 순두부에 얼큰한 맛을 더해 현대인의 입맛에 맞춘 순두부집도 인기를 끌고 있다.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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