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 리스트 살펴보니
아나패스·슈프리마·광동제약 등 중소형 IT부품·제약주 비중 늘려
DGB금융·하나금융 은행株…이마트·LG생건 등은 줄여
전 세계 주식에 투자하는 외국계 ‘큰손’들이 올 들어 국내 중소형주 투자를 늘리고 있다. 특히 코스닥 정보기술(IT) 부품주와 제약·바이오 관련주들이 이들의 매수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은행을 비롯한 내수주는 비중을 줄이는 모습이다.
○IT 부품·제약주 ‘눈독’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들어 글로벌 펀드 등 외국계 투자회사들이 지분을 5% 이상 보유하고 있다고 신규 공시한 종목 중에는 아나패스 슈프리마 다날 등 코스닥 IT 부품주들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영국 국적의 골드만삭스인터내셔널은 지난 5월 단순 투자 목적으로 디스플레이 반도체칩 제조업체 아나패스 주식을 50만여주(5.02%) 보유하고 있다고 신규 공시했다. 이후에도 추가로 주식을 사들여 지난달 말 기준 보유지분을 8.22%로 끌어올렸다.
미국 소재 캐피털그룹은 생체인식 전문업체 슈프리마를 지난 6월부터 꾸준히 사모으고 있다. 현재 보유 비중은 7.46%(109만8200주)다.
대원제약(피드로프라이스스톡펀드ㆍ9.99%) 광동제약(피델리티퓨리탄트러스트ㆍ8.58%) 등 중소형 제약주들도 외국인 투자회사들이 지분을 5% 이상 늘렸다. 대원제약이 올해 사상 최대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되는 등 다른 업종에 비해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매수 배경으로 꼽힌다.
이 밖에 현대백화점 동서 나이스신용평가정보 매일유업 삼영엠텍 메가스터디 등이 외국인의 5% 이상 신규 투자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OCP아시아(홍콩)는 대한해운 지분을 9.56% 사들여 눈길을 끌었다.
반면 외국계 투자회사들은 실적이 부진한 은행 등 내수주 투자비중을 줄였다. 싱가포르 에버딘에셋매니지먼트는 DGB금융지주 보유 지분을 올 들어 13.61%에서 12.61%로 낮췄고, 캐피털그룹은 하나금융 비중을 5.29%로 작년 말 대비 3.68%포인트 줄였다.
이마트는 올 들어 주가가 내내 힘을 쓰지 못하면서 오펜하이머펀드와 스코틀랜드 소재 퍼스트스테이트인베스트먼트가 나란히 비중 축소에 나섰다.
피델리티펀드도 롯데푸드와 LG생활건강 보유 지분을 각각 4.06%와 4.03%로 1%포인트 넘게 줄였다. 이 밖에 메가스터디(오펜하이머펀드) 경동도시가스(씨티그룹) GKL 태광 성광벤드(피델리티펀드) 등도 외국계 투자회사들이 비중을 덜어낸 종목이다.
○외국인도 ‘방망이는 짧게’
전문가들은 거래 부진 속에 외국인이 수급의 키를 쥐고 있는 만큼 외국인 큰손들이 새로 사들이거나 비중을 늘리는 종목들을 눈여겨볼 만하다고 말한다. 다만 일부 종목은 투자 기간이 짧아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외국인은 전날(1738억원)에 이어 이날에도 유가증권시장에서 3600억원가량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매수세가 집중된 IT주들이 오르면서 코스피지수도 10.88포인트(0.57%) 상승한 1923.91로 거래를 마쳤다.
한 외국계 증권사 주식영업담당자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아시아 증시가 반등하면서 한국에 대해서도 일부 저가매수에 나섰지만 호흡은 길지는 않은 편”이라고 전했다.
실제 캐피털그룹은 지난 5월 말 OCI 보유 비중을 5% 선에서 6.86%까지 늘렸다가 두 달 만에 다시 5.12%로 낮췄다. 지난 4월 호텔신라 보유 비중을 11.65%까지 끌어올렸던 피델리티펀드도 석 달 만에 차익실현에 나서며 비중을 7.16%로 줄였다. 이 펀드는 신규 매수 종목인 다날과 덕산하이메탈도 처음 공시한 후 2~4개월 만에 지분을 소폭 줄였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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