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철통같은 보안 속에 금융실명제를 준비했던 주역들이 20년 만에 한자리에 모인다.
이경식 당시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 국회 부의장을 지낸 홍재형 당시 재무부 장관, 금융위원장을 지낸 진동수 당시 재무부 해외투자과장, 사무관으로 실무를 맡았던 최규연 현 저축은행중앙회장과 백운찬 관세청장 등 12명은 오는 12일 서울의 한 식당에서 모임을 갖고 금융실명제 20주년에 대한 소회를 나눌 계획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건강이 좋지 않아 참석이 어려운 상황이다.
모임에 참석할 예정인 한 관계자는 “금융실명제의 주역들이 20년 만에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이기로 했다”며 “금융실명제는 한국사에 한 획을 그었던 작품이라는 자부심을 아직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실명제를 제일 싫어하는 쪽은 정치권과 대기업이었다”며 “특히 관행적으로 음성적인 선거자금을 갖고 있었던 정치권의 반발이 강했다”고 전했다.
진동수 전 금융위원장은 “금융실명제는 나쁜 관행을 끊는 계기가 된 훌륭한 정치적 결단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우려했던 경제 혼란이나 시장 혼란은 사전에 다 예측하고 준비했기에 큰 부작용은 없었다”면서도 “실명으로 전환해야 하는 개별 거래와 관련해 기존 관행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문제들이 많아 보완을 하느라 고생을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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