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계식 前 현대중공업 회장 '작심 발언'
창조경제 방향 모호…핵심은 기업가 정신
과학기술 산업만 미래 성장동력 아니다
“경제민주화와 대·중소기업 동반 성장도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지 않는 선에서 추진해야 한다.” “성장 없는 복지는 지속 가능할 수 없다.”
‘한국 조선산업의 산증인’으로 통하는 민계식 전 현대중공업 회장(KAIST 교수·사진)이 경제민주화와 대·중소기업 동반 성장 등 최근 정부 정책을 겨냥한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민 전 회장은 지난 27일 제주 해비치호텔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하계포럼에서 “요즘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보면 암담한 수준”이라며 “2030년이면 우리 경제가 성장을 못할 것이란 예측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그동안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사업을 추진해왔으나 흐지부지됐다”고 꼬집었다.
그는 “(정부 정책을 보면) 조선 섬유 등 기존 산업은 퇴출 산업으로 보고 과학기술 산업만 미래 성장동력이라고 얘기한다”며 “성장동력을 과학기술에만 국한해선 안 되고 교육산업 등 모든 산업 분야를 망라한 추진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 정부의 핵심 정책인 창조경제와 관련해선 “방향은 좋은데, 이게 뭔지 잘 모르고 어떻게 추진해야 하는지 모호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창조경제의 핵심은 기업가정신”이라며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등 선배 기업인들이 기업가정신으로 기업을 이룬 덕분에 우리가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제민주화 정책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민 전 회장은 “경제민주화, 대·중소기업 동반 성장을 많이 얘기하는데, 국가의 성장잠재력이 약해지고 앞으로 성장을 못할 수 있다는 걱정이 많은 상황에서 국제 경쟁력을 떨어뜨리지 않는 수준에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제민주화라는 건 경제질서와 경제정의를 재확립하는 것”이라며 “공정거래법 하도급법 등 기존 법을 확실히 시행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경제민주화를 통해 복지와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그는 “경제민주화로 복지와 청년실업을 해소하려 든다면 기업 투자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성장 없는 복지는 지속 가능할 수 없고, 이런 문제(복지 청년실업)는 국가가 해결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민 전 회장은 청년실업 문제에 대해선 “근본적인 해결책은 왕성한 기업 활동을 해서 경제 성장을 이루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앞으로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문제로 ‘중국의 부상’을 꼽았다. 민 전 회장은 “중국은 정부의 과감한 지원으로 반도체를 제외한 모든 산업에서 우리나라와 비슷하거나 우월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07년엔 포천 500대 기업에 우리나라와 중국 기업 수가 비슷했는데, 지금은 중국 기업이 89개인데 우리 기업은 14개뿐”이라며 “앞으로 우리 경제가 중국의 하도급으로 전락하지 않을지, 그렇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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