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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對北 굴욕협상을 관례라고 부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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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남북 당국회담 수석대표의 ‘격’을 문제삼아 회담을 무산시킨 것은 사실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갑작스레 대회제의를 해왔을 때부터 진의가 의심스러웠던 터다. 자신들은 차관 내지는 국장급 대표를 내세우며 남측에는 장관급이 나오라는 식의 생떼를 더 이상 어리광 들어주듯 용납할 수는 없다. 회담 무산 후 청와대 관계자가 “북한이 과거에 해왔던 것처럼 우리에게 굴종과 굴욕을 강요하는 행태를 보여서는 발전적인 남북관계를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 것은 굴종이나 굴욕이라는 단어는 적절하지 않았지만 방향은 제대로 잡은 것이다.

한심한 것은 이번 회담 무산의 책임이 우리 정부에 있다며 북한을 두둔하는 듯한 일부 정치권 인사들이다. 민주당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격도 중요하지만 본질이 중요” “지난 21차의 남북장관급 회담 대표로 우리는 통일부 장관, 북은 내각참사가 나와 성공했음을 주목해야 합니다”라고 밝혔다. 과거에 북한과 굴욕적 협상을 한 것이 관례이니 형식 따지지 말고 대화하라는 얘기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다. 그런 굴욕적 협상의 결과가 무엇이었나. 일방적 퍼주기와 북한의 핵공갈, 그리고 천안함 폭침, 연평도 도발이었다. 그런데 이제와서 똑같은 우(愚)를 반복하라니 어이가 없다. 형식이 아니라 실질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국회의 대(對)정부 질문 같은 곳에서도 굳이 장관보다는 실무에 밝은 국장이나 사무관을 부르는 게 맞지 않겠는가.

더구나 남북 대화에서는 실질 못지 않게 형식이 중요하다. 북측은 그동안 남측보다 격이 낮은 대표를 보내면서도 대화의 시기 장소는 물론 우리 측 대표단 구성까지 자기들 멋대로 지정하는 식이었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끌려다니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다는 측면에서도 남북대화에서 형식은 아주 중요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형식이 내용을 지배한다”고 말한 것도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다.

퍼주기로 일관했던 저자세 협상을 관례라고 주장하면 곤란하다. 협상에 나간 대한민국 대표들이 북한 대표에 잘보이려고 노력해야 했다는 웃지못할 비극도 이 때문에 생겼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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