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깜짝할 사이였다. 멀쩡하던 땅이 갑자기 꺼지면서 거대한 구멍 속으로 사람들이 빨려들어갔다. 지난주 중국 광둥성 선전 공업단지 앞에서 퇴근하던 근로자들이 지름 10m, 깊이 4m의 구멍에 빠져 목숨을 잃었다. 목격자들은 “저녁 9시10분께 퇴근하던 중 ‘펑’하는 소리가 난 뒤 노면이 꺼져버렸다”고 말했다. 이 도시에서는 두 달 전에도 이 같은 사고로 한 명이 숨졌다.
중국에서만 그런 게 아니다. 엊그제 미국 워싱턴에서도 백악관 옆 도로가 폭삭 내려앉았다. 시카고 주택가에서 자동차 3대가 땅 속으로 추락한 데 이어 일리노이주에서는 골프를 치던 40대 남성이 5.5m 아래로 사라졌다가 가까스로 구조됐다. 플로리다주에서는 집에서 잠을 자던 사람이 함몰돼 숨지기도 했다.
이처럼 땅이 꺼지면서 생긴 거대한 구멍이 싱크홀(sinkhole)이다. 순식간에 사람이나 집을 삼켜버려 ‘공포의 아가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도시뿐만 아니라 산 바다 등 어느 곳에서든 생길 수 있다. 2010년 과테말라에서는 20층 빌딩 높이의 싱크홀이 생겨 3층 건물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3년 전에도 깊이 100m의 구멍으로 주택 20여채가 빨려들어가는 재앙을 겪었던 곳이다.
우리나라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지난해 2월 인천 지하철 공사 구간에서 폭 12m, 깊이 27m의 싱크홀이 생겨 1명이 매몰됐다. 2005년 전남 무안과 2008년 충북 음성에서도 사고가 발생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전문가들은 지하수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지하수를 너무 많이 끌어다 쓰면 땅 속에 공간이 생기고 결국 지반이 내려앉는다는 것이다. 모래가 많은 사암층도 위험하다. 베네수엘라의 깊이 350m짜리 사리사리나마 싱크홀이 이런 경우다. 이보다 더 큰 것은 멕시코에 있는 제비동굴로 지름 50m에 깊이가 376m나 된다.
싱크홀은 석회암 지대에서 더 많이 생긴다고 한다. 석회암의 주성분인 탄산칼슘이 지하수에 녹아 땅 속을 서서히 함몰시키기 때문이다. 지하수가 땅 밑의 소금층이나 석고층을 녹여서 구멍이 생기기도 한다. 바다 속에서 발견되는 것도 있다. 이는 블루홀이라고 부르는데, 대개 육지 상태에서 생겨났다가 해수면 상승으로 물에 잠긴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단단한 화강암층과 편마암층 덕분에 땅 구멍이 잘 생기지 않는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지하수만 지나치게 뽑지 않으면 재앙을 피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마냥 안심할 순 없다. 진짜 중요한 것은 실의와 좌절의 고통 때문에 ‘땅이 꺼져라’ 한숨 짓는 사람들을 껴안고 다독이면서 우리 사회 전반의 지층을 튼실하게 만드는 게 아닐까.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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