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SW교육 붐
어려운 명령어 몰라도 교육통해 쉽게 앱 개발
"이제 프로그래밍 능력 필수…SW교육 세계적 확산 추세"
“컴퓨터로 동물이 움직이는 모습을 표현한 두 컷짜리 그림을 그려 봅시다. 예제에 나온 것처럼 생쥐를 그려도 좋고 다람쥐나 고양이도 괜찮아요.”
14일 1~3학년 학생 십여명이 앉아 있는 서울교대부설초등학교 컴퓨터실. 구덕회 서울교대 교수의 설명이 끝나자마자 “사람을 그려도 돼요?” “움직이는 것만 돼요?” “‘두 컷’이 뭐예요?” 등 초등학생다운 질문이 쏟아졌다. 구 교수는 “만화영화를 생각해보면 된다”며 “거의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두 장의 그림을 그리면 된다”고 대답했다.
그가 가르치는 것은 교육용 프로그래밍 언어 ‘스크래치(Scratch)’.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에서 2006년 만든 이 언어는 어린이가 그림과 음악, 애니메이션 등을 이용해 재미있게 프로그래밍을 배울 수 있도록 돕는다. 구 교수는 “복잡한 명령어를 몰라도 블록을 쌓듯 프로그램을 완성할 수 있다”며 “처음에는 무관심했던 학생들이 자기 생각을 프로그램으로 표현하는 데 재미를 붙여 나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어린이와 청소년, 일반인 등 컴퓨터공학 비전공자를 대상으로 한 소프트웨어 교육에 나서는 민간단체가 속속 늘고 있다. 스크래치와 같이 쉽고 새로운 교육 도구를 이용하는가 하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개발 등에 바로 쓸 수 있도록 실용적인 교육 등 다양한 교육 방식이 나타나고 있다.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SW 교육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소프트웨어 교육 과정은 비영리단체인 ‘앱센터운동본부’가 주도하는 ‘소프트웨어 교육봉사단’이 대표적이다. 이 봉사단은 지난해부터 서울교대부설초를 포함해 용인 성서중, 과천 중앙고에서 방과후 무료교육 형태로 시범교육을 진행해왔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20개교, 내년에는 100여개교로 대상 학교 수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일반인을 위한 프로그래밍 교육 단체인 ‘생활코딩’은 2011년 1월부터 온라인 강의와 오프라인 교육을 통해 HTML 자바스크립트 리눅스 등 웹 서비스를 운영하기 위해 알아야 하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가르치고 있다. 페이스북 그룹에 가입한 회원 수는 14일 기준 6500명에 달하며 개발자부터 프로그래밍 경험이 없는 비전공자까지 다양하다. 이 단체는 중장년층을 위한 ‘효도코딩’ 교육과정을 통해 기초적인 컴퓨터와 스마트폰 사용 교육도 병행하고 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박사과정 이두희 씨가 올해 초 만든 ‘멋쟁이 사자처럼’은 컴퓨터공학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모바일 앱이나 웹 서비스를 직접 만들어보고 싶은 대학생이 교육 대상이다. 현재 30여명의 프로그래밍 ‘문외한’들이 기초부터 서비스 제작까지 4개월이 넘는 집중 교육을 받고 있다.
○스마트폰 앱 개발 쉬워져
소프트웨어 교육 확대와 대국민 인식 개선은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연일 강조하고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민간 소프트웨어 교육 단체는 “프로그래밍 교육 확대는 정부의 방침이 없더라도 세계적인 추세”라고 입을 모은다. 소프트웨어 교육봉사단을 만든 김진형 KAIST 교수는 “예전에는 소프트웨어가 컴퓨터에만 쓰였다면 지금은 다양한 기기에 들어간다”며 “세계적으로 프로그래밍 고급 인력 양성에 힘쓰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수능 과목에 밀려 초등학교에 있던 컴퓨터실도 없어진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요즘은 쉽고 재미있는 교육 도구가 많이 등장했다”며 “이를 이용하면 학습 전반에 요구되는 논리력·창의력 계발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스마트폰 보급이 늘어나 누구나 앱 개발에 뛰어들 수 있는 환경이 된 것도 소프트웨어 교육이 주목받는 이유다. 생활코딩을 만든 개발자 ‘이고잉’은 “오픈소스 프로그램이 넘쳐나고 예전에는 100줄 짜야 했던 프로그램을 이제는 1줄만 짜면 될 정도로 프로그래밍 언어가 쉬워졌다”며 “구글 아마존 등이 클라우드 컴퓨팅을 제공하는 오늘날은 프로그래밍을 배우기도 쉽고 써먹을 곳도 많은 시대”라고 강조했다. 이두희 씨는 “만들고 싶은 것이 많은데 기초적인 프로그래밍을 몰라 손을 놓고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어린이와 일반인을 위한 소프트웨어 교육은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Code.org’ ‘트리하우스’ ‘코드카데미’ ‘팅커’ 등 다양한 단체가 활동하고 있으며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이사회 의장,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등이 직접 나서서 중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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