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플링 - 디커플링 논쟁
환율 변동성 크지 않아 北 리스크에도 2000 지켜
급격한 엔저가 시장 위축…14일 옵션만기일 불안
외국인 매수하는 제약·음식료·IT·반도체株 주목
남북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글로벌 증시와의 디커플링(탈 동조화) 여부가 증시 이슈로 떠올랐다. 11일 오전 한때 1982까지 떨어졌던 코스피지수가 2000선 위에서 마감하긴 했지만, 2220억원에 이른 외국인 순매도 물량이 디커플링 우려를 다시 몰고왔기 때문이다. 엔·달러 환율이 96엔대로 재차 상승한 데다 이번주 선물옵션 동시만기일 등으로 외국인 매수여력이 약해지는 등 주변 여건도 우호적이지 않다. 하지만 북한 리스크가 어느 정도 수그러들면 한국 증시의 저가 매력과 경기회복 가능성 등이 부각될 것으로 보여 리커플링(재 동조화)을 염두에 둔 투자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환율 트라우마에 수급 악화 우려
디커플링을 우려하는 전문가들은 지난 1월 급속한 엔저에 따른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를 요인 중 하나로 꼽고 있다. 류용석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원·엔 환율의 심리적 지지선이던 1150원이 붕괴되면서 일본과 수출시장에서 가격 경합을 많이 하는 자동차 기계 화학업종의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엔저의 ‘뜨거운 맛’을 봤기 때문에 엔 약세가 재차 진행되면 시장은 반사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주호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오는 14일 선물옵션동시만기일을 전후해 기관들의 매수차익잔액 청산 압력이 약 7000억원에 달해 매수여력이 제한적”이라고 전했다.
한국 증시의 버팀목 중 하나인 중국 경제가 통화긴축 쪽으로 선회하는 움직임도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류 연구위원은 “중국 정부의 부동산시장 규제와 통화량(M2) 증가율 목표치 하향 등으로 국내 소재 및 산업재 업종의 1분기 실적 턴어라운드에 대한 기대가 꺾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원화 약세, 북한 리스크 희석 기대
리커플링에 대한 기대감은 북한 리스크 등이 단기 악재에 그치고 엔약세 속도가 예전처럼 가파르지 않을 것이란 관측에서 나온다. 양경식 하나대투증권 투자전략부장은 “11일은 한·미 연합군사훈련인 키리졸브 개시일이어서 충격이 있었다”며 “물리적 충돌 가능성이 높지 않다면 시장에 미칠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중섭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내달 일본 중앙은행(BOJ) 첫 정책회의에서 강경한 엔저 정책이 나오긴 힘들 것”이라며 “원화환율도 약세로 움직이고 있어 환율 변동성의 파급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달러 환율이 1090원 이상에서 형성되면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선 환차익을 예상할 수 있다”며 “펀더멘털(경제 기초체력)에 이상이 없는 한 외국인들은 ‘사자’ 우위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했다.
양 부장은 “코스피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8.5배로 글로벌 증시와 비교했을 때 200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1960선 지지, IT·내수주 주목
디커플링 현상이 다시 확연해지더라도 코스피지수 120일선인 1960에서 강력한 지지선이 생길 수 있다는 데 전문가들은 같은 목소리를 냈다. 이주호 연구위원은 “다음주 초까지 지수 바닥권이 형성될 것”이라며 “2000선을 전후로 한 단기 조정 정도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변동성이 클 수밖에 없는 장세이기 때문에 반도체 가격 강세, 삼성전자 갤럭시S4 출시 등의 재료를 가진 전기전자(IT), 외국인들의 관심이 뜨거운 제약·바이오·음식료·금융 등 내수주에 주목하는 투자 대응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장규호/황정수 기자 daniel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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