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총선 승리후 '자원민족주의' 바람…포스코에 "발전소 계약 취소"
민간 발전회사인 포스코에너지는 지난달 몽골 정부로부터 황당한 공문을 받았다. 작년 7월 프랑스, 일본 기업 등과 공동으로 수주한 몽골 석탄열병합발전소(450만㎿급) 계약이 취소됐다는 내용이었다.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테니 관심이 있으면 재입찰에 응하라는 통보에 이 회사는 부랴부랴 다른 기업을 끌어들여 몽골 정부에 다시 서류를 제출했다. 포스코에너지 관계자는 “지난해 6월 몽골 총선에서 자원민족주의를 내세운 야당이 승리한 이후 외국 기업들의 투자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에 몽골의 ‘정치 리스크’ 비상등이 켜졌다. 작년 6월 몽골 총선에서 야당인 민주당이 집권당인 인민당을 누르고 제1당을 차지하면서 공무원이 대폭 물갈이된 이후 몽골 정부가 외국 기업들의 투자계획을 백지화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몽골 측의 정책 결정이 늦어지면서 국내 기업들이 현지에서 추진 중인 주요 사업도 줄줄이 표류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부터 몽골에서 10억달러 규모의 화력발전소 건설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해가 바뀌어도 감감 무소식이다. 회사 관계자는 “작년 총선 이후 정부와 정치권에서 외국 기업의 투자에 비판적인 의견이 나오면서 발주가 지연되고 있다”며 “향후 일정도 알려진 게 없어 무작정 기다리고만 있다”고 하소연했다. 작년 9월 몽골 현지 딜러와 건설기계 독점판매 계약을 맺은 두산인프라코어는 6개월이 지나도록 아무런 실적을 내지 못했다. 몽골의 주요 광산이 해외 투자자들과 갈등을 빚으면서 개발에 차질이 생긴 탓이다. 몽골 풍력발전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현지 업체에 지분 투자 의향서를 낸 한국전력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작년부터 몽골 취항을 추진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은 몽골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6월 한국 정부의 항공회담 요청에 몽골 측은 내부 사정을 이유로 9개월이 지나도록 의견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해외 주요 기업도 속을 태우고 있다. 몽골 최대 광산인 오유톨고이를 인수한 호주 광산업체 리오틴토는 몽골 정부가 투자 협상을 재검토하자고 요구해 마찰을 빚고 있다. 중국알루미늄공사, 일본 마루베니상사 등도 현지 투자 사업이 가로막혔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민주당 승리 이후 외국 기업들이 자원만 노리고 앞다퉈 들어온다는 시각이 몽골에 퍼졌다”며 “5월 대선을 앞두고 몽골 정치권이 민족주의를 부추기고 있어 당분간 정치 리스크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해영/남윤선 기자 bon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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