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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통상교섭 전문성 살리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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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은 단순 경제 아닌 외교 정책
선진국 형태 산업발전 고려하고 여러 부처간 조정기능도 맡아야

이재형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leesjd@korea.ac.kr>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정부조직 개편안에 따르면 통상정책, 통상교섭과 통상조약체결 권한이 신설되는 산업통상자원부로 이관된다. 인수위는 통상교섭의 전문성과 실효성 강화, 실물경제 전문가에 의한 협상과 후속조치의 체계적 관리를 개편의 이유로 든다. 이에 대해 찬반양론이 거세다. 각국의 예와 우리나라의 경험을 바탕으로 전문성과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는,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기구에 대한 답을 구해야 한다.

통상조직에 관한 각국의 예를 독립기구형, 외교통상형, 산업통상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산업통상형은 오늘날의 통상협상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 통상협상에서 산업통상자원부가 담당할 공산품의 비중은 감소하고 있다. 오히려 금융·통신·법률·의료·환경서비스 등 서비스 협상과 지식재산권 협상의 중요성이 급증하고 있다. 한국의 통상협상에서 농축산물이 항상 중요 쟁점이었던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일부 산업을 담당하는 부처가 통상협상에 전문성을 발휘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

협상 과정에서 각 부처의 의견을 조정해야 한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가장 피해가 예상되는 취약 분야는 농수산업과 저가 공산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일 것이다. 특정 산업을 담당하는 산업통상자원부가 농림수산부가 담당하는 농수산업의 이익을 제대로 대변하기 어려우며 다른 산업을 담당하는 부처들 간의 이해를 조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다른 산업의 희생을 바탕으로 주로 대기업의 공산품 수출을 추구하는 후진국 형태가 될 것이다. 특정 산업을 담당하지 않는 부처만이 국가 전체 이익의 관점에서 산업간 이해를 조정할 수 있다.

개편안은 통상협상 능력을 저하시킬 것이다.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 등 각종 통상장관 회담에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한국을 대표할 것이라 한다. 그 많은 장관급 회담에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참여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장관의 불참은 통상에서 한국의 위상과 협상력을 저하시킬 것이다. 현재의 통상교섭본부장과 같은 통상장관의 필요성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국가의 통상정책은 단순한 경제문제가 아니며 대외정책의 한 축을 이루는 것이다. 현재 추진 중인 한중 FTA를 보자. 중국과의 FTA를 단순히 경제논리에 따라 판단할 수 없다. 우리의 통일정책, 그 과정에서 중국의 역할을 고려한 대중국 외교정책 틀에서 검토해야 한다. 통상이 외교와 완전히 분리될 수 없는 이유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독립기구형이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상무부의 거대 기능을 완화하고자 무역진흥기능을 무역대표부(USTR)로 이관하는 제안을 했으나 무산됐다. EU도 통상과 산업이 분리돼 있다. EU를 구성하는 독일·영국·프랑스 등의 경우 산업·기업·기술을 담당하는 부처가 통상을 함께 담당한다는 주장도 있으나 이들은 통상협상을 직접 담당하지 않는다. 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은 외교통상형에 해당한다. 경제와 통상정책에서 한국과 비슷한 브라질·칠레 역시 외교통상형이다. 선진국이지만 이들과 다르게 외교부와 다른 부처가 협상을 분담하는 일본은 좋은 시사점을 준다. 일본은 산업 간의 이해를 조정하지 못해 FTA를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국가경쟁력이 떨어지는 등 비효율적 통상조직의 폐단을 드러내고 있다.

통상협상기능을 외교부에 통합한 1998년 당시의 논의를 되돌아보고 과거와 현재의 협상능력을 비교해야 한다. 그리고 다른 국가의 예를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그렇다면 전체적 대외정책의 틀에서 산업 간 이해를 조정해 협상을 하는 현재의 외교통상형을 유지해야 한다. 대안은 독립된 기구를 설치해 대외정책에서 외교부와 협력하고 산업 간 이해를 조정하며 협상할 독립기구형이어야 한다. 현재 조직개편안이 통상기능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없는지 다시 한번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이재형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leesjd@korea.ac.kr>

○ 이 글은 본지 2월 4일자 A39면 이학노 동국대 교수의 ‘무역 2조달러를 위한 통상조직’에 대한 반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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