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잡앤조이=김지민 기자/ 이상현 대학생 기자] “됐어! 나 드디어 주웠어!” 9월 3일 오후 서울시 성북구에 위치한 국민대의 한 전산실. 굳어있던 대학생 A(24) 씨의 표정이 순간 밝아졌다. 수강 신청 기간에 놓친 강의를 신청에 성공한 것이다. 기뻐하는 A 씨와 달리 다른 학생들은 어두운 얼굴로 각자의 모니터에 집중했다. △국민대 공동전산실 입구. (사진=이상현 대학생 기자)대학생들 사이에서 소위 ‘주웠다’는 표현은 제때 신청하지 못한 강의를 추가 신청 기간에 등록했거나 해당 강의를 대체할 목적으로 다른 수업을 차선책으로 신청한다는 의미다. 필히 이수해야 하는 과목을 신청하지 못하면 계절학기나 추가 학기를 등록해야 하는 경우까지 벌어진다. 그래서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꼭 들어야하는 강의와 대체할 과목을 우선순위별로 준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행여 제때 졸업하지 못할 것을 우려해 차선책까지 마련해놔야 하는 셈이다.A 씨가 강의를 ‘주워서’ 기뻐하는 이유는 수강 신청에 성공하는 일 만큼 남은 자리를 ‘줍는’ 일도 어려운 까닭이다. 먼저 신청한 학생이 등록을 취소하는 경우, 그 빈자리에 선착순으로 등록하는 방식이라 언제 빈자리가 생길지, 생기기는 하는지 여부가 모두 불투명하다.전산실에서 만난 학생 중 일부는 ‘매크로 프로그램(Macro Program)’을 이용해 수강 신청했다. 매크로 프로그램은 컴퓨터에서 키보드, 마우스 또는 엑셀 등을 이용해 특정 행위나 명령을 반복하는 행위로 학교 측에서는 공식적으로 사용을 금하고 있지만, 학생들 사이에선 공공연히 사용되고 있다. 학생들은 학교 정원 수에 비해 강의 수가 적어 강의 신청이 어렵다는 이유로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다고 토로했다.이날 전산실에선 수강신청을 포기하고 자리를 일어서는 모습과 여러 학생들이 한 학생의 계정으로 동시에 수강 신청을 시도하며 도와주는 모습이 종종 목격됐다. 희비가 엇갈리는 장면이 몇 번씩 연출된 후에야 이날의 수강 신청이 종료됐다.△익명의 국민대 학생이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 강의 판매자를 찾고 있다. (출처=에브리타임)
학부생들의 목소리, “도대체 왜 학기마다 이래야 하나”같은 날, 한 전공과목 강의실에서는 정원보다 많은 수의 학생들이 담당 교수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온라인으로 이루어지는 수강 신청에 실패하자 교수에게 직접 추가 신청에 대한 허가를 받기 위해서였다. 등록한 학생들보다 추가 신청을 위해 찾아온 학생들이 더 많아 강의실은 북새통을 이뤘다.추가 신청을 하러 온 한 학생은 “이 과목도 안 받아주면 답이 없다. 교수들이 매 학기 똑같은 수업만 하면 졸업요건과 학점을 채울 방법이 없다. 재수강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교수에게 이메일을 보냈다는 다른 학생 역시 “이해하기 어렵다. 비싼 등록금 내고 도대체 왜 학기마다 이래야 하나”라면서 답답한 심경을 드러냈다.국민대 학부생들 사이에서 수강 신청 문제가 불거진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2017년에도 ‘수강 신청 박살 난 사람들의 바람’에서 학내 시위를 주도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학기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돈을 주고 빈자리를 사서라도 강의를 들으려는 학생들까지 등장했다.판매하는 학생이 특정한 시간에 자신의 강의 신청을 취소하면, 구매자가 바로 등록하는 방식이다. 같은 시간대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이들이 있으면 돈을 지불하고도 신청을 놓칠 수도 있다. 구매자는 직접 클릭하는 반면, 매크로 프로그램은 매초 마다 수차례 클릭하도록 설정됐기 때문이다.△국민대가 이번 학기부터 도입한 수강신청 ‘취소-신청 지연제’ 안내 게시물. (출처=국민대 학사 공지 게시판)
국민대 관계자, “최대한 노력 중”강의 매매 관련 내용이 6월 언론에 보도되자, 국민대는 이번 학기부터 ‘수강 신청 취소-신청 지연제’를 도입했다. 강의를 신청한 학생이 수강을 취소해 공석이 발생하면 임의의 시간이 지나간 후에 수강 신청이 가능해지는 방식이다.강의를 취소하는 경우 저마다 무작위로 다른 시간이 부여돼 학생들은 언제 강의 취소가 되는지 명확히 알 수 없다. 일각에서는 강의를 사고파는 행위를 막기 위해 도입한 제도일 뿐, 강의 수를 늘리는 등의 본질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비판도 제기됐다.강의를 구매하려다 실패했었다는 한 학부생은 “애초에 강의를 사는 것도 매크로 프로그램 때문에 무척 어려웠다”라면서 “그마저도 이제는 수강 신청 취소-신청 지연제 때문에 불가능”이라고 말했다. 이어 “등록금을 내고 원하거나 필요한 강의를 수강하려는 것은 학생의 권리”라고 덧붙였다.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온라인으로 선착순 신청을 하는 방법이 현재로서는 최선”이라면서도 “성적이 좋은 학생들에게 일부 우선권을 부여하거나, 대기 번호를 제공하는 등 타 대학들의 사례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국민대 홍보팀 관계자는 “학생들의 강의 수요를 바탕으로 강의 수를 계획하지만, 학생들과 의견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 “최대한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응답했다.min503@hankyung.com< 저작권자(c) 캠퍼스 잡앤조이, 당사의 허락 없이 본 글과 사진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