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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사소함을 담은 ‘무자극 컨텐츠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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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사소함을 담은 ‘무자극 컨텐츠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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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잡앤조이=이진이 기자/이예린 대학생 기자] 여기저기 울려대는 노래 소리, 복잡한 인간관계, 넘쳐나는 광고들…. 현대인들은 자극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이런 와중에 자극 없은 콘텐츠로 사람들에게 편안함과 소소한 재미를 주는 페이스북 페이지 ‘무자극 컨텐츠 연구소’가 인기다.

6만여 명의 팔로워를 가진 이 페이지는 매우 소소하고, 어쩌면 쓸모 없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것들을 한 장의 사진으로 보여준다. 이를 통해 일상에 따뜻함을 불어 넣는다. 지난 14일 서울 홍대의 한 카페에서 무자극을 통해 우리에게 신선한 자극을 주는 무자극 컨텐츠 연구소 운영자 김민성(가명·27) 씨를 만났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페이스북 페이지 ‘무자극 컨텐츠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20대 후반의 직장인이다.”

-페이지를 처음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SNS를 많이 하는 편인데, 언제부턴가 페이스북에 광고와 분쟁을 유발하는 글이 너무 많아졌다. 이를 보면서 자극적인 것들 사이에 그 반대인 무자극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페이지를 만들게 됐다. 페이지 이름은 저자극은 재미 없어서 무자극으로, 연구소는 진지해 보여서 재미로 붙였다.”

-사진을 찍고 고르는 기준이 있나.

“출퇴근길처럼 일상생활 속에 있는 것들 중에 눈에 보이는 것들을 찍는다. 그중에서도 일상에 너무 가까이에 있어 굳이 찍어서 올릴 필요가 없는 데이터를 낭비하는 것 같은 것들을 주로 올린다. 예쁘고 잘 찍은 사진은 어디서든 볼 수 있지 않은가. 인위적이지 않고 불편하지 않은 사진을 고른다.”



-게시물 자체도 좋지만 모든 댓글에 정성 들여 '좋아요'와 '댓글'을 남기는 점도 인상적이다.

“사실 개인 계정에는 댓글을 거의 달지 않는다. 그러나 페이지 운영자의 입장에서 독자들이 관심을 갖고 시간을 내서 댓글을 달아주는 것이 무척 감사하다. 사람들이 내가 올린 게시물에 반응하고 힘을 낸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독자들이 댓글을 남긴 건 나에게 말을 건넨 것이기 때문에 답변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방적으로 게시물을 업로드하는 게 아니라 제보를 받거나 나무 그리기 대회를 여는 등 독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컨텐츠를 주기적으로 올린다.

“처음부터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보면서 참여형 콘텐츠가 독자들에게 작은 재미가 된다는 것을 느꼈다. 개인적으로도 보람이 있어서 자주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재미를 추구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페이지 운영을 시작한 후 본인에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을 것 같다.

“그전에는 이렇게까지 디테일하게 보고 다니지 않았다. 페이지를 시작하고 나서는 작고 사소한 것들을 많이 돌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페이지를 운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재미있어서다. 이렇게 작은 것에 집중하는 것은 가성비가 좋다.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느꼈고, 페이지 덕분에 인생에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올린 게시물 중에 만족스러운 사진이 있나.

“기본적으로 잘 찍은 사진은 별로 없다. 시선이 가는 대로 찍고, 보정도 안 한다. 그럼에도 반응이 좋았던 게 좋은 사진이라고 생각한다. 지하철 구석자리를 찍은 사진이 가장 반응이 좋았다. 사람들이 그 자리에 편안함을 느낀다는 것에 공감했다. 어떤 류의 감정이든 좋아요를 눌렀다는 건 무언가에 동했고, 재미있었다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나름의 감동을 줄 수 있는 사진이 잘 찍은 사진인 것 같다.”

-무자극 컨텐츠 연구소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짜고, 맵고, 단 음식들로 가득한 세상에 쌀밥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자체로 맛있는 건 아니지만, 자극적인 것들 사이에 있으니까 맛이 생기는 느낌이다. 사진 자체는 잘 못 찍고, 특별할 게 없지만, 화려하고 잘 찍은 사진들 틈에 껴 있어서 사람들이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페이지 운영을 하는 게 힘들진 않나.

“출퇴근 시간 등 남는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한다. 일이 바쁠 땐 아예 글을 안 올린다. 몇 번은 의무감에 별로인 사진을 올렸는데, 사람들의 반응을 보니 진심이 안 들어가면 티가 나는 것을 깨달았다. 이후부터는 여유가 있을 때 게시물을 올리고 답글을 달려고 한다. 무리하게 하고 싶진 않다.”





-책 출판, 워크숍 등 다양한 일들을 하고 있다.

“언젠가 책을 한 권 만들고 싶었는데, 이 페이지 덕분에 소재가 생겼다. 여러 도움을 받아 책을 출간했다. 워크숍은 무인양품 측에 먼저 연락해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 진행할 수 있었다. 굿즈도 만들었다. 이를 통해 ‘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이렇게도 되는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페이지를 운영하는 원칙 같은 게 있나.

“우선 콘텐츠 형태가 어떻든, 페이지 컨셉에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 관심을 끌려고 일부러 슬라임을 만든다든지, 오버스럽게 일상인 척하는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개인적인 것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한다. 나를 반영하다 보면 편협한 시선이 생길 수 있고, 취향이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진솔하면서도 너무 진지해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ziny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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