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서 '마약 운반 혐의' 필리핀 여성 사형수, 14년 만에 집으로
양국 장기 협상 끝 본국 송환…"새로운 삶 얻게 됐다" 눈물
(방콕=연합뉴스) 강종훈 특파원 = 인도네시아에서 마약 운반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은 필리핀 여성이 총살형에 처해질 위기를 넘기고 14년여 만에 고국 땅을 밟았다.
18일 AFP통신과 현지 매체 필리핀스타 등에 따르면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정부 합의에 따라 본국 송환이 결정된 사형수 메리 제인 벨로소(39)가 이날 오전 필리핀 마닐라에 도착했다.
벨로소는 귀국에 앞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삶을 얻게 됐고, 필리핀에서 새 출발 할 것"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가족과 나를 기다리는 아이들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야만 한다"며 양국 정상에게 감사를 표하고, "인도네시아 사랑해요"라고 외치기도 했다.
벨로소는 2010년 인도네시아에 입국하면서 여행용 가방에 2.6㎏ 상당의 헤로인을 숨겨서 밀반입한 혐의로 체포된 뒤 유죄가 인정돼 사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가족과 인권단체들은 그가 인도네시아에 가정부로 취업하려다가 마약 범죄 조직에 속아 누명을 뒤집어썼다고 주장하며 구명 운동을 벌여왔다.
필리핀 정부도 인도네시아에 계속 선처를 요청해왔다.
인도네시아는 2015년 4월 벨로소에 대해 총살형을 집행할 예정이었으나 형 집행 직전 극적으로 연기됐다.
수년간의 협상 끝에 양국은 지난달 벨로소의 본국 송환에 합의했다.
엔리케 마날로 필리핀 외교부 장관은 이날 "인도네시아 정부의 관대함이 벨로소가 고국으로 돌아온 이 중요한 날을 가능하게 했다"고 말했다.
귀국 직후 벨로소는 마닐라 여성 교도소로 이송됐으나 사면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에두아르도 데 베가 필리핀 외교부 차관보는 "정부 목표는 그를 인도받을 뿐 아니라 우리 대통령이 사면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벨로소의 형량과 관련해 필리핀 당국의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루카스 버사민 필리핀 행정장관은 "최우선 과제는 벨로소를 지체 없이 송환하는 것이었으며 사면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이날 취재진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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