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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10분 후 날아온 '취소할게요'…자영업자 울리는 '노쇼'
빵 100개 주문하고 연락 두절…예약금 도입하니 노쇼비율 10%→1% 미만
정부, 실태조사 토대로 위약금 기준 마련…"소비자 인식 개선도 필요"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차민지 기자 = #1. 스콘 50개에 아몬드 버터케이크(피낭시에) 50개, 아메리카노 25잔, 딸기 라테 25잔. 전화로 대량 주문을 한 손님이 연락 두절됐다. 이른바 '노쇼'(no-show·예약 부도)를 당한 카페 주인 A씨의 얘기다. 카페 주인은 최근 인스타그램에 사연을 올리며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작은 주문에도 울고 웃는 게 자영업자다. 작은 카페는 더 그렇다"며 "속상해서 자주 오는 손님 앞에서 펑펑 울었다"고 하소연했다.
#2. 미용실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노쇼 사례가 종종 올라온다. B씨는 볼륨 매직을 하겠다는 예약 손님 때문에 다른 손님을 받지 않고 3시간을 비워뒀는데 정작 손님이 오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전화도 받지 않고 예약 시간이 10분 지난 뒤 사과 한마디 없이 '취소할게요'라는 문자만 남겼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3일 자영업계에 따르면 예약을 한 손님이 갑자기 취소하거나 연락 두절이 되는 바람에 피해를 봤다고 호소하는 음식점, 미용실 등 자영업자들의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업종별로 차이가 있지만 노쇼가 발생하면 준비한 식재료를 모두 버려야 하는 외식업계 피해가 가장 크다.
특히 외식업계는 식사 시간에 손님이 몰리는 특성이 있어 예약 손님이 오지 않아 비워둔 자리를 채우지 못하면 하루 장사를 공치는 날도 빈번하다.
지난 2017년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음식점·미용실·병원·고속버스·소규모공연장 등 5대 서비스 업종의 예약 부도로 인한 매출 손실은 연간 4조5천억원, 이로 인한 고용 손실은 연간 10만8천170명으로 각각 나타났다.
예약부도율은 음식점 20%, 병원 18%, 미용실 15%, 고속버스 11.7%, 소규모 공연장 10% 등으로 조사됐다.
손무호 한국외식업중앙회 정책개발국장은 "30∼40명이 예약을 했다가 노쇼를 하면 준비한 식재료를 그대로 버려야 한다. (대규모로 예약받는) 예식장 같은 곳의 피해는 더 크다"며 "심지어 (노쇼로) 장난을 치는 사람도 있는데 다양한 사례를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쇼로 인한 피해구제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지난 2018년 개정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연회 시설을 제외한 외식업장에서 예약 시간 1시간 전까지 취소하지 않으면 총 이용금액의 10% 이내의 예약보증금을 위약금으로 내야 한다.
이는 분쟁당사자 간 별도 의사표시가 없는 경우 분쟁 해결을 위한 합의·권고의 기준이 된다.
그러나 이 역시 개정이 이뤄진 지 6년이 지난 데다 기준이 단순해 다양한 노쇼 상황을 포함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다.
이에 정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노쇼를 방지하기 위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개정하기로 했다.
다양한 업종별 특성을 고려해 구체적인 위약금 기준과 부과 유형을 세분화해 구체적으로 정할 방침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실태조사를 먼저 한 뒤 구체적인 방향을 정할 것"이라며 "세부 사항은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이 법적 강제성이 없고 실질적인 피해를 보상하기에 부족하면 무용지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소비자가 예약 부도를 냈을 때 자영업자가 보는 피해를 일정 부분 책임지도록 구속력 있고 강도 높은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유명 식당들은 예약금을 도입하거나 식대를 선결제하도록 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예약 플랫폼 캐치테이블은 앱에서 식당을 예약하려면 예약금을 먼저 결제하도록 했다.
예약금은 1인당 2만∼3만원꼴로 코스 요리의 경우 10만원이 넘기도 한다.
예약일에 식당을 이용하면 예약금을 되돌려받을 수 있지만 취소하면 사전에 고지된 비율대로 예약금이 차감된다. 대부분 당일 취소나 노쇼는 환불이 불가하다.
작년 12월 기준 캐치테이블 입점 매장 1만개 중 50.8%가 예약금 제도를 운영 중이다. 10% 이상이던 노쇼 비율은 예약금 제도 도입 후 1% 미만으로 떨어졌다.
다만 동네에서 장사하는 소규모 식당 등은 예약금을 요구하기 부담스럽다고 토로한다.
빵 100개와 음료 50개를 만들었다가 노쇼로 피해를 본 카페 주인 A씨는 전화 예약을 받았을 당시 선결제를 요구했지만 '지금 당장 가서 결제해드리냐'는 손님의 태도에 찾으러 올 때 결제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노쇼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소비자와 시민 의식이 먼저 개선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소비자 의식 개선 캠페인을 벌인다고 해도 문제가 있는 소비자는 나오기 마련"이라며 "노쇼를 막기 위해 예약금을 받는 것을 하나의 문화로 정착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본부장 역시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에는 물질적인 비용뿐 아니라 육체적인 비용도 들어간다"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것은 물론 지속적인 캠페인을 통해 소비자도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e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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