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막힌 '준조세 정비'…영화·학교용지 부담금 유지되나
18개 폐지 부담금 중 3개만 국회 논의 시작…이마저도 난항
(세종=연합뉴스) 송정은 기자 = 정부가 '그림자 세금'을 대대적으로 정비하겠다며 올해 초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담금(이하 영화부과금) 등 부담금 폐지를 발표했으나 국회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25일 국회와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18개 부담금 폐지를 추진하며 관련 법안을 제출했는데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학교용지부담금, 영화부과금, 출국납부금 단 3개만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나머지는 언제 논의가 시작될지 전망이 불투명하다.
부담금은 특정 공익사업의 이해관계자에게 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거두는 특별한 재정 책임이다. 영화 상영권 입장권에 들어있는 영화발전기금처럼 이용자가 잘 모르고 내는 준조세 성격이 강하다.
정부는 앞서 지난 3월, 2002년 부담금 관리 체계 도입 이후 처음 부담금을 전면 정비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18개를 폐지하고 14개는 감면하는 내용이다.
부담금 부과 목적·원칙에 맞지 않거나 여건 변화에 따라 타당성이 약화한, 불필요한 부담금을 정비해서 국민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였다.
이 중 12개 감면 사항은 시행령 개정을 거쳐 지난 7월부터 시행 중이다.
정부는 이어 18개 폐지 부담금 관련 21개 법률 개정안을 지난 7월 말 국회에 제출했다.
야당은 2년 연속 대규모 세수결손 상황에서 부담금 폐지에 따른 수입 감소와 사업 차질 등을 이유로 폐지 재검토를 주장하고 있다.
학교용지부담금은 폐지 대신 50%를 경감하는 내용의 야당안이 발의돼 지난 5일 야당 단독으로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통과됐다.
학교용지부담금은 분양사업자에게 분양가격의 0.8%(공동주택 기준)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저출생으로 학령 인구가 감소하면서 폐지 요구가 대두됐다. 정부는 학교용지부담금을 폐지하면 분양가 인하를 유도하는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한다.
당초 정부는 전면 폐지를 추진해왔지만, 의회 지형을 고려하면 야당안대로 '50% 경감'이라도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영화부과금은 영화 지원 축소, 상징성 훼손 등을 이유로 야당에서 폐지에 반대한다. 정부의 폐지안은 현재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계류 중이다.
영화 관람료의 3% 수준인 영화부과금은 티켓값 1만5천원 기준 약 500원에 해당한다. 정부는 부담금 폐지 시 500원 이상으로 관람료 인하를 유도할 예정이다. 요금이 낮아지면 영화산업도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한다. 부담금을 폐지해도 영화발전기금은 유지하고 별도 재원으로 차질 없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야당에서는 영화부과금 징수 요율을 명확히 규정하는 '맞불' 법안도 발의한 상태라 폐지 논의가 이뤄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출국납부금(1천원) 폐지 관련 정부안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지난 8일 상정된 후논의되지 않고 있다.
나머지 부담금 폐지 관련 법안들은 본격적으로 논의가 시작되지 않았다.
정부는 연내 법안 통과에 주력한다는 입장이다.
상임위원회에서 진척이 없을 경우 일부 부담금은 세입 예산 부수 법안으로 예산안과 함께 논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부담금 개편안으로 연간 2조원의 국민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봤는데 시행령 개정으로 1조5천억원 경감 효과가 났다"며 "폐지할 경우 5천억원 경감 효과가 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s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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