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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론' 해프닝 끝났지만…건전재정-내수마중물 딜레마 던졌다
내년 국채발행 221조 역대급인데 추경까지?…금리상승·재정악화 부담

(세종=연합뉴스) 이준서 송정은 기자 = 정부가 느닷없이 튀어나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론에 선을 그었지만 여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를 인용한 언론 보도가 나오자, 정부·여당뿐만 아니라 대통령실까지 나서서 '연초 추경론'을 일축하면서 일단은 해프닝으로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다만 '역대급 세수펑크' 하에서도 재정의 '경기 마중물' 역할을 고민해야 할 정도로 다급한 내수부양 필요성이 다시금 부각됐다는 점에서 언제든 추경론의 불씨는 되살아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재정당국이 연초 추경론에 선을 그은 배경에는 우선 시기 문제가 있다.
국회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막바지 단계에 이른 시점에 추경이 거론되는 것 자체가 극히 이례적이다.
몇개월 시차로 추경을 고민해야 한다면, 연말 국회에서 내년도 본예산을 대폭 증액하자는 논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총지출 677조원 규모의 본예산안 통과에 주력하는 정부로서는 당혹스러운 상황인 셈이다.
여권 내부적으로도 추경안은 전혀 검토된 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24일 "국회에서 확정된 내년도 본예산을 몇 달 집행하고 나서 '부족한 부분이 있으니 추가로 편성하자'는 게 통상의 논의 수순"이라고 말했다.
실제로도 역대 추경안은 빨라야 2~3월께 추진됐다.
갑작스러운 '연초 추경'의 대표 사례로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발생했던 1998년 2월 추경이 꼽힌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맞물려 2020년 3월(11조7천억원), 2021년 3월(14조9천억원), 2022년 2월(16조9천억원)에도 추경이 있었지만 당시 야권으로부터 총선 또는 대선을 겨냥한 매표용이라고 강하게 비판 받았다.

2년 연속 대규모 세수펑크 탓에 바닥으로 떨어진 재정여력도 부담이다. 전임 정부와는 나라 곳간 여건이 다르다는 얘기다.
추경에 나선다면 전액 적자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서 제시한 국고채 발행분은 201조3천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국회 입법 지연으로 올해 무산된 '원화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도 20조원어치 예정돼 있다.
내년 국채시장에 약 221조원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추경까지 더해진다면 상당한 금리인상(채권값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추경용 국채 물량이 시장에서 소화는 되겠지만, 금리 상승은 불가피하다"며 "추경으로 시장 금리가 올라가면, 애초 경기부양이라는 추경 효과가 일부 상쇄되는 딜레마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지출을 최대한 억제하고도 내년 예산안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 적자는 2.9%다.
추경을 편성하는 순간 관리재정 적자비율이 재정준칙 상한(3%)을 넘어서면서 재정준칙 법제화를 추진하는 정책기조와 충돌한다는 점도 부담스러운 지점이다.
주로 구조적인 상황과 맞물린 고질적인 내수부진이 법률상 추경 요건에 부합하는지도 논란이 될 수 있다.
국가재정법 89조는 ▲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자연재난과 사회재난) ▲ 경기침체, 대량실업, 남북관계 변화, 경제협력 같은 대내·외 여건의 중대한 변화 ▲ 법령에 따라 국가가 지급해야 하는 지출 등을 추경편성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쉽게 살아나지 못하는 내수는 언제든 추경론에 불을 지필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2년여간 재정당국의 '추경 불가' 기조에서도 추경론이 끊이지 않았던 것 역시 이런 경기인식과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
최병호 부산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수 경기를 생각하면 지출을 늘리는 게 필요하다"면서도 "그동안 지켜왔던 건전재정 기조가 흔들리는 것은 정부로서는 아픈 부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영준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경기 대응에 필요한 사업은 본예산에 반영하는 게 가장 좋다"며 "본예산에 넣기는 늦은 감이 있지만 그렇다고 임시방편으로 추경을 얘기하면 혼란만 사게 된다"고 지적했다.
j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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