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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달 새 한국 주식 16조원 내다 판 외국인…채권은 사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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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달 새 한국 주식 16조원 내다 판 외국인…채권은 사들여
반도체 성장성 우려에 주식 매도…"국채는 투자 유인 있어"
단기 차익거래 노린 자금도…"차익거래 유인 축소 시 순유출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민선희 기자 =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 시장에서 석 달 동안 약 16조원을 순매도했지만 한국 채권은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원화 자산이지만 주요 반도체 기업 성장성 우려로 주식이 외면받은 것과 달리, 국채는 투자 유인이 있던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최근 유입된 채권 자금에 단기 차익 거래 목적이 꽤 섞여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만간 순유출로 돌아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20일 한은에 따르면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은 지난 8월부터 10월까지 석 달 연속 순유출됐다.
석 달간 순유출 금액은 약 115억9천만달러로, 10월 말 원/달러 환율(1,379.9원) 기준 약 15조9천930억원 정도다.
특히 지난 9월(55억7천만달러)의 경우 순유출 규모가 2021년 5월(-82억3천만달러) 이후 3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순유출은 한국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간 외국인 투자자금이 들어온 자금보다 많았다는 뜻이다.
한은에 따르면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이 빠져나간 데는 글로벌 인공지능(AI) 산업 성장 불확실성, 국내 반도체 기업 전망 우려 등이 작용했다.
외국인 주식투자자금 순유출은 이달에도 계속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당선 이후 '트럼프 트레이드'가 계속된 영향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이달 들어 18일까지 1조9천300억원을 순매도했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2기에 무역 갈등이 심화하면 한국 경기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했다.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 상 타격이 더 클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또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에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칩스법'(반도체지원법)을 폐기할 수 있다는 관측에 삼성전자[005930] 등 국내 반도체 기업 실적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확대됐다.

반면 외국인들은 석 달째 한국 채권을 사들이고 있다.
외국인 채권투자자금은 지난 8∼10월 125억6천만달러 순유입됐다. 10월 말 환율 기준으로 약 17조3천315억원 규모다.
지난 8월 순유입 규모(54억7천만달러)는 작년 5월(89억6천만달러) 이후 가장 컸다.
한은 관계자는 "외국인은 개별 회사채보다는 한국 국채를 사는데, 채권 투자를 하는 입장에서 우리나라 국채는 여전히 메리트가 있는 채권"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성장률이 세계 주요국 중 좋은 편이고, 같은 신용등급의 국가 채권들과 비교해 금리 수준도 높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다만 최근 채권 자금 순유입 규모가 불어난 데는 단기 차익거래를 노린 자금이 대거 들어온 영향도 있다.
한은에 따르면 차익 거래 유인(3개월물, 평균)은 지난 1∼7월 12bp(1bp=0.01%포인트)에서 8월 42bp, 9월 45bp, 10월 56bp로 확대됐다.
차익 거래 유인은 외국인이 달러를 빌려 원화로 바꾼 다음 국내 채권에 투자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뜻한다.
이는 외환스와프 시장 수급 여건이나 한·미 단기 채권 시장 상황 등의 영향을 받고, 통상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됐을 때도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차익 거래를 노리고 유입된 단기 자금의 경우 만기가 도래했을 때 차익거래 유인이 낮아지면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외국인 채권투자자금은 지난해 4∼6월에도 차익거래 유인 확대로 석 달간 145억2천만달러 순유입됐으나, 차익 거래 유인이 축소되자 그해 7월엔 6억달러 순유입에 그쳤다. 이후 8∼10월에는 석 달 연속 순유출을 기록했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석달 차익거래 유인이 확대된 데는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 원/달러 환율 하락 기대에 따른 스왑레이트 축소 등이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11월 차익거래 유인이 축소되면서 자금 유입 규모가 줄어들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중장기 만기 채권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며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신뢰도는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ss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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