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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이시바, 총리직 겨우 지켰지만…여소야대속 '식물내각'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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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이시바, 총리직 겨우 지켰지만…여소야대속 '식물내각' 가능성
특별국회 결선투표서 총리 재지명…야당 협력 없으면 예산안·법안 통과 불가
여당, '부분 연합' 제3야당 눈치 봐야…이시바 총리직·당내 입지도 '위태'

(도쿄=연합뉴스) 경수현 특파원 = 지난달 27일 일본 중의원 선거(총선)에서 패배의 쓴맛을 본 자민당 총재 이시바 시게루가 어렵사리 총리직을 유지하게 됐다.
그러나 여당인 자민·공명당이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한 총선 결과로 인해 중의원(하원)이 여소야대 구조로 재편됨에 따라 이시바 내각의 향후 국정 운영은 불안정한 '식물 내각' 상황에 처해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적어도 2012년 옛 민주당에서 정권을 탈환한 뒤 자민당이 누려온 '1강 체제' 국정 운영에는 제동이 걸렸다.
예산안이나 법안 처리를 위해서는 반드시 야당 협력을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 '여소야대'로 30년 만의 총리 지명 결선 투표

이시바 총리는 11일 열린 특별국회에서 중의원 결선 투표 및 참의원(상원) 투표를 거쳐 다시 총리로 지명됐다.
특별국회는 중의원 해산에 의한 선거(총선) 때마다 총리 지명 선출 등을 위해 열리는 국회다.
총리 지명 선출을 위한 중의원 결선 투표는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가 취임한 1994년 이후 30년 만에 처음 이뤄진 것으로, 일본인들에게도 이례적 장면이다.
역대 사례로 따져도 이번이 5번째에 불과하다.
지난달 총선에서 자민·공명당이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면서 결선 투표를 거치게 됐다.
총선에서 자민당은 의석이 191석으로 선거 공시 전보다 56석 줄었으며 공명당도 32석에 그쳤다. 여당 의석(215석)이 전체 의석(465석)의 절반에 못 미쳤다.
반대로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148석)과 제3야당인 국민민주당(28석) 등이 의석을 크게 늘렸다.
다만 어느 당도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총리 지명 1차 중의원 투표에서는 누구도 과반 표를 얻지 못하면서 상위 2명을 대상으로 한 결선 투표가 치러졌고, 최다 의석을 보유한 자민당 총재 이시바 총리가 재선출됐다.


◇ 자민당, 야당 압박 속 강요받는 국정 협치…야당 뭉치면 내각 불신임 가능

현 구도는 다시 총선을 치르거나 자민·공명당이 다른 정당을 끌어들여 연립 정부를 확대하지 않으면 해소하기 힘들다.
그러나 '비자금 스캔들'에 대한 심판 여론이 남아있는 현 상황에서 이시바 총리가 다시 중의원 조기 해산을 통해 총선을 추진하기는 당분간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여당과 정책별로 협력하기로 한 국민민주당은 정치적 셈법을 따져본 뒤 내각을 함께 구성하는 연립 정부 일원으로는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결국 이시바 내각은 여소야대 구도에서 야당과 협력하면서 외줄타기 하듯 국정을 운영해 나가야 한다.
야당 협력을 못 얻으면 예산안도, 법안도 통과시킬 수 없다. 야당이 뭉치면 내각 불신임을 결의해 내각이 총사퇴해야 할 처지에 몰릴 수도 있다.
일본에서는 1955년 자민당이 결성되고서 비(非) 자민·비 공산 연립정권이 들어선 1993년 9월∼1994년 6월과 옛 민주당이 집권한 2009년 9월∼2012년 3월 등 2차례 약 3년 3개월을 빼고는 장기간 자민당 독주 체제가 이어져 왔다.
특히 지난달 총선 전까지 최근 12년간은 자민당이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차지했고, 연립 여당인 공명당 협력만 얻으면서 국정을 마음대로 좌지우지해 여야 협치 경험이 많지 않다.
이에 따라 한동안 국회 법안 심의조차 유명무실화됐다. 자민당이 비공개회의에서 정하면 거의 그대로 통과되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이제 이시바 내각은 여소야대 상황에서 국정 운영을 위해 야당과 협력을 요구받고 있다.
당장 자민당은 정책 협력 의사를 밝힌 국민민주당에 손을 내밀고 있다. 국민민주당은 정책 협력의 전제 조건으로 자당의 핵심공약인 '103만엔의 벽' 개선을 요구해 이미 여당과 협의를 개시한 상태다.
국민민주당은 국민이 손에 쥐는 실수령액을 늘리기 위해 근로소득자 면세 기준인 103만엔(약 937만원)을 178만엔(약 1천620만원)으로 올리자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부분 연합'으로도 불리는 자민·공명당과 국민민주당의 관계는 느슨한 협력 체제여서, 자민당은 언제든 등을 돌릴 수도 있는 국민민주당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의석수에 따른 상임위원장 배분 등으로 국회 내 역학 구조도 달라졌다. 선거 전에는 17개 상임위원장 자리가 여당 15명, 야당 2명에게 각각 배분됐으나, 최근 여야는 새 국회에서 그 구성을 여당 10명, 야당 7명으로 바꾸기로 합의했다.
특히 입헌민주당이 30년간 여당이 차지해온 예산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예산위원회는 정부 예산안 심의를 맡는 핵심 상임위로 위원장은 위원회 개최나 표결 결정 등을 통해 내각을 압박할 수 있다.
입헌민주당은 법무위원장 자리도 차지했다. 그동안 자민당 기피로 진척을 보지 못한 '선택적 부부 별성제' 실현을 위한 민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 이시바 '총리 운명'도 불안정…내년 여름 상원선거 전 '총리 교체론' 가능성

이시바의 '총리 운명'도 국정 운영 이상으로 불안정하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재선출로 일단 임기는 늘어나게 됐지만 연정 확대에 확실히 성공한 것도 아니어서 불안한 처지다.
국민민주당이 변심해 야당과 뭉치면 내각 불신임안 결의 등으로 일본 정치는 언제라도 소용돌이에 빠질 수 있다.
30년 전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가 취임하기 전 내각을 이끈 하타 쓰토무 총리의 재임 기간은 여소야대 상황에 몰려 불과 64일에 그쳤다. 하타 총리 취임 직후 비자민·비공산 연립정권을 계승한 연립 정부에서 일본 사회당이 이탈하면서 야당이 불신임 결의안을 상정한 데 따른 것이었다.
이시바 총리는 이번 총선 패배로 인해 당내 입지도 불안정한 상황이다.
실제 지난 7일 자민당 본부에서 200명가량 의원이 모인 가운데 열린 자민당 의원 간담회에서는 총선 패배를 둘러싸고 지도부에 불만과 비판이 잇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요미우리신문은 "다만 총리의 조기 사임을 요구한 이는 1명에 그쳤다"며 "당장 총리를 바꾸더라도 전망이 서지 않는 상황 때문"이라고 전했다.
지난 9월 자민당 총재 선거 때 경쟁한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이나 다카이치를 밀어준 아소 다로 전 총리가 당장은 별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정치적 상황이 갖춰지면 '이시바 끌어내리기'의 선두에 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지 언론은 자민당 내에서 내년 여름 참의원 선거와 도쿄도 의회 선거전에 총리 교체론이 불거져 나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야당의 내각 불신임 결의도 비슷한 시기나 상황에 따라서는 그 전에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부 정치 평론가는 내년 7월로 예정된 참의원 선거와 조기 해산에 의한 중의원 선거가 동시에 치러질 것이라는 설익은 전망도 하고 있다.


ev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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