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 '끝장교섭' 결렬…파업 장기화에 임금손실 눈덩이(종합)
포인트 지급 놓고 견해차…전삼노, 내일 이재용 회장 자택 앞서 회견 예고
내주 대표교섭노조 지위 사라질 가능성도…사측 "물량 대응 문제 없어"
(서울=연합뉴스) 한지은 기자 = 삼성전자[005930] 노사가 사흘간 진행한 '끝장 교섭'이 31일 결국 결렬됐다.
삼성전자 사측과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지난 29일부터 경기 기흥 한 사무실에서 임금 인상과 성과급 제도 개선 등을 놓고 사흘에 걸쳐 협상을 벌였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이날 오후 6시 30분께 최종 결렬을 선언했다.
이번 집중 교섭 기간 노사는 일부 안에 대해 견해차를 크게 좁히기는 했으나 협상 막판에 여가포인트 지급 등 복지 안건에서 절충점을 도출하는 데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은 ▲ 노조 총회 8시간 유급 노조활동 인정 ▲ 전 직원 여가포인트 50만 지급 ▲ 향후 성과급 산정 기준 개선 시 노조 의견 수렴 ▲ 2024년 연차 의무사용일수 15일에서 10일로 축소 등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 노조 창립휴가 1일 보장 ▲ 파업에 따른 경제적 손실 보상 ▲ 성과급 제도 개선 ▲ 노조원 대상 0.5% 임금 추가 인상 등을 담은 노조의 요구안에 일정 부분 상응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전삼노가 교섭 막판에 삼성전자 임직원 자사 제품 구매 사이트인 삼성 패밀리넷 200만 포인트를 추가로 요구하며 교섭이 결국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파업에 따른 노조원 임금 손실을 우회적으로 보전받기 위한 방법으로 해석될 수 있어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위배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사측의 입장이다.
이날 노사 합의가 결렬되면서 전삼노는 당분간 파업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전삼노는 다음달 1일 서울 용산구 이재용 회장 자택 앞에서 파업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전삼노는 "사측의 노동 존중 없는 안건 제안으로 교섭이 결렬됐다"며 "지금이라도 이재용 회장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다음달 5일까지 보장되는 전삼노의 대표교섭노조 지위가 변수로 떠올랐다.
이후 1개 노조라도 사측에 교섭을 요구하면 개별 교섭이 진행되거나 다시 교섭 창구 단일화를 진행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전삼노는 쟁의권을 잃게 돼 합법적인 파업도 불가능한 상황이 된다.
현재 삼성전자에는 4노조인 전삼노를 비롯해 사무직노동조합(1노조), 구미네트워크노동조합(2노조), 동행노동조합(3노조), 삼성그룹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옛 DX노조, 5노조) 등 5개 노조가 있다.
이 중 동행노조는 최근 "대표 노동조합의 총파업을 통한 협상이 회사와의 첨예한 대립으로 더 이상 합리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없는 길로 들어서고 있다"며 전삼노의 파업을 비판한 바 있다.
전삼노의 파업 선언을 전후해 갈등이 있었던 삼성전자지부는 전삼노의 파업을 지지한다면서도 "전삼노가 1년간 단체교섭을 진행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 조합은 단체 협약의 지원을 받을 수 없어 조합 활동에 제한이 있다"고 밝혔다.
파업 장기화에 따른 임금 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난 8일부터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들은 '무임금 무노동' 원칙에 따라 적어도 대리급은 400만원, 과장급은 500만원의 임금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된다.
재계 관계자는 "남은 기간 추가 협상이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이번 교섭 결렬로 노조원에게 임금 손실 피해만 남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삼노와의 합의를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결렬돼 안타깝다"며 "앞으로도 계속 노조와 대화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앞서 이날 오전 2분기 콘퍼런스콜에서도 "파업이 조기 종결될 수 있도록 노조와 지속적으로 소통과 협의를 하고 있다"며 "파업에도 고객 물량 대응에 전혀 문제가 없다. 노조 파업이 지속되더라도 경영과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적법한 범위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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