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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분할합병에 소수주주 피해…당국, 엄격히 심사해야"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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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분할합병에 소수주주 피해…당국, 엄격히 심사해야" (종합)
거버넌스포럼 "로보틱스 초고평가 제대로 고지되지 않아"·민주 김현정 "중대 하자"
외국 기관 투자자 "밥캣 경영진도 시너지 '모른다' 답변…격분·실망에 장내 매도"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주주 권익의 침해 논란이 이는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금융당국이 엄격히 심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금융투자 업계와 정치권에서 제기됐다.
이번 사태 원인이 주권상장법인의 합병가액이 시가를 따라야 한다고 정한 현 자본시장법에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으며, 한 외국인 기관투자자는 "한국 시장에서는 이런 날강도(같은 짓)도 생길 수 있겠다는 깨달음을 얻었다"며 거세게 비판했다.


◇ "로보틱스 주가 리스크, 고지 제대로 안 돼…증권신고서 정정해야"
천준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은 22일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이번 분할합병·주식교환 증권신고서를 보면 두산에너빌리티[034020], 두산밥캣[241560] 주주에겐 분할합병·주식교환으로 받게 될 두산로보틱스[454910] 주식의 초고평가 상태와 주가 하락 가능성이 가장 큰 핵심 위험 요소다. 이 내용이 대단히 추상적으로만 기재되고 제대로 고지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천 부회장은 "특히 증권신고서 내에서 로보틱스의 사업 분야인 협동로봇 시장의 성장성이 높지 않음을 명확히 고지했으므로 이런 시장 환경에 비추어 현재의 주가 수준에 대한 객관적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며 이런 부실기재가 증권신고서상 중요 사항 누락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감원이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로보틱스의 실적 대비 주가 고평가 상태와 향후 변동 가능성 위험 등을 증권신고서에 상세히 기재하고 핵심투자위험 최상단에 배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열린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비슷한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은 "금감원은 주요사항 거짓기재가 있거나 기재하지 않았는지 여부를 심사하게 돼 있다. 그런데 이런 방식으로 합병하게 되면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이 손해를 입는다"며 "편법적 합병 방식으로 소수주주는 피해를 본다는 게 증권신고서에 기재돼있지 않거나 거짓으로 기재돼 있다면 이는 중대한 하자"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에너빌리티 이사회가 밥캣을 로보틱스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고 매각하는 방식을 포기하고 이런 분할합병을 택한 것이 배임 혐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 뒤 "범죄 혐의가 있어서 송사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고 에너빌리티 주주 손해가 우려되는데 금감원이 이 신고서를 그냥 수리한다면 금융당국의 투자자보호의무 위반이 된다"고 말했다.
거버넌스포럼의 천 부회장은 이번 분할합병과 주식교환을 진행하는 에너빌리티·밥캣·로보틱스 등 3사 이사회가 주주이익을 검토하지 않았다면서 "그룹 전체가 아닌 개별 회사 관점에서 회사와 주주에 대한 이익이 되는지 상세히 검토하기 위해 이번 거래를 공시한 3사 모두 이사회를 다시 개최하여 재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모자회사 간 합병에서 모회사를 특별 이해관계자로 볼 여지가 있는 만큼 에너빌리티 주주총회에서는 30% 지분을 가진 ㈜두산이, 밥캣 주주총회에서는 46% 지분을 가진 에너빌리티가 각각 의결권을 스스로 행사하지 않고 일반 주주만의 결의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 "'상장사 합병가액 시가' 현 규정, 허점이 커"
천 부회장은 영업이익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로보틱스와 매출 9조7천억원·영업이익 1조3천억원의 '캐시카우' 밥캣의 자본거래 과정에서 기업가치가 거의 1대 1로 동일하게 평가받은 것을 두고 "극단적 불합리"라고 지칭했다.
그러면서 이는 두산로보틱스의 극단적 고평가를 이용할 수 있게 한 1997년 제정된 자본시장법 시행령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두산[000150]의 두산밥캣 지분율은 기존 13.8%에서 42%로 크게 상승하게 되지만, 만약 두산로보틱스가 작년 10월 상장 당시 공모가 수준으로 평가됐다면 같은 거래에서 ㈜두산의 두산밥캣 최종 지분율은 18.7%에 머무르게 된다는 것이 천 부회장의 설명이다. 즉 로보틱스의 고평가가 ㈜두산에 이익이라는 것이다.
천 부회장은 직전 한 달 동안의 시가 외 다른 방식의 합병가액 산출을 허용하지 않는 현 법령은 과거 기업집단의 자의적 평가·조작 우려를 방지한다는 의의가 있었으나 지금은 건전한 감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합병, 분할과 같은 자본거래는 기업의 거버넌스, 즉 의사결정 구조와 주주 간 이해관계를 변경해 빠르게 사업을 성장시키기 위한 구조조정 방식"이라며 "1명의 동일인이 사실상 모든 계열회사의 의사결정을 하는 한국의 기업집단에서는 합병, 분할을 해도 거버넌스 변경이 없다. 지배주주의 지분율 상승·지배력 강화를 위해 이러한 자본거래가 이용되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미국계 펀드 테톤캐피탈의 션 브라운 이사는 두산그룹의 사업구조 개편을 '날강도'에 비유하며 "공시를 보고 내 눈을 의심했다. 그 정도로 놀랍고 난처했다"고 말했다.
그는 시가총액 대신 기업가치(TEV·Total Enterprise Value)로 밥캣과 로보틱스 간 합병비율을 계산해보니 적정 비율은 96 대 4가 돼야 하지만 실제로는 49 대 51이 됐다고 지적하며 자사가 보유한 밥캣 주식이 사실상 '휴지 조각'이 됐다고 비판했다.
션 브라운 이사는 "너무 격분하고 실망해서 홧김에 지분을 대부분 장내에 매도했다"며 "이사회에서 이런 결정을 했다니 너무 실망스러웠고 배신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12일 두산그룹 컨퍼런스콜에서 두산밥캣 경영진에게 이번 분할합병의 시너지로 얻게 될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시너지가 창출되는 시점이 언제인지 등을 물었으나 '아직 이사회에서 그것을 예상하거나 추산할 시간이 없었다'는 답을 들었다고 전했다.
김광중 변호사(법무법인 클라스한결)는 "이사 의무에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고려하도록 상법이 개정됐다면 (두산그룹이) 이런 일은 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이렇게 부당한 일이 벌어져도 우리나라에서 소액주주들이 제대로 다툴 수 있는 장치들이 마련돼 있지 않다. 상법 개정은 그대로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nor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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