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人] 박주한 삼성證 채권팀장 "장기채 투자 늘리는 '시소 전략' 필요"
"韓·美 기준금리 인하 기정사실화…단기물 줄이고 장기물 늘려야 유리"
"유동성 좋은 국공채·우량 회사채 추천…'BBB' 등급 이하 신중해야"
(서울=연합뉴스) 곽윤아 송은경 기자 = "채권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만기가 짧은 단기물 투자 비중은 줄이고, 만기가 긴 장기물 투자 비중은 늘리는 '시소 전략'이 필요한 때입니다"
박주한 삼성증권 채권상품팀장은 21일 서울 서초 삼성증권 사옥에서 가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행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내린다는 것은 기정사실화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1996년 입사한 박 팀장은 삼성증권이 업계 최초로 리테일 채권 업무를 전담하는 '채권상품팀'을 신설한 1997년부터 지금까지 리테일 채권 업무를 담당해 온 채권 전문가다.
채권 투자는 과거 기관과 고액 자산가의 전유물처럼 여겨졌으나 최근 들어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관심이 급증했다.
박 팀장은 "채권 투자를 시작하기 전 투자 목적, 투자 자금의 성격, 리스크 허용 수준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박 팀장과의 일문일답.
-- 최근 채권 투자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지금은 채권을 투자하기에 좋은 시기인가.
▲ 지금은 채권 투자하기가 매우 편한 시기다. 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그래서 채권 투자를 생각할 때 가장 기준이 되는 것은 기준금리의 방향성이다. 시점과 횟수에 대한 전망은 분분하지만 앞으로 한국은행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내린다는 것은 기정사실화됐다. 채권 투자에 있어 유망한 시기인 것은 맞다.
--채권 투자 시작 전 고려할 점이 무엇인가.
▲ 투자 목적, 투자 자금의 성격, 리스크 허용 수준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 전세를 줘서 2년간 운용할 수 있는 자금이 생겼다고 가정해보자. 이 자금은 2년 뒤에 현금으로 돌려줘야 하는 자금이다. 그렇다면 만기가 2년 이하인 채권에 투자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는 내가 감내할 수 있는 리스크가 어느 정도인지 살펴봐야 한다. 그것에 따라 여유자금의 몇 퍼센트를 안전한 채권 상품에 투자할지, 몇 퍼센트를 다소 위험 부담이 있는 상품에 투자할지 결정해야 한다. 채권 투자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여유자금을 활용해 만기가 짧은 채권에 투자해 이자를 받아보고, 만기 보유 후 상환도 받아보면서 투자에 입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 후 본격적으로 투자를 해보겠다는 마음이 생기면 전문가 상담을 받아보는 방법이 있다.
-- 기준금리 인하가 가까워진 지금 상황에 맞는 채권 투자 전략은.
▲ '시소 전략'을 추천한다. 만기가 짧은 단기물 투자 비중은 줄이고, 만기가 긴 장기물 투자 비중은 늘리는 전략이다. 투자 포트폴리오를 시소에 비유해보자. 시소의 한 편에 단기물 채권을 올려놓고, 다른 한 편에 장기물 채권을 올려두면 장기물 채권 쪽으로 시소가 기울어지도록 하라는 것이다. 장기금리는 기준금리에 선행해서 움직인다. 향후 기준금리가 내려갈 것으로 예상되면 장기금리는 미리 떨어진다. 향후 기준금리 인하가 확실하기 때문에 지금 장기물 비중을 늘리면 수익이 커진다.
-- 그렇다면 '시소 전략'을 언제까지 유지하면 되는가.
▲ 추후 기준금리 인하가 당분간 없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컨센서스로 정립되면 전략을 바꿀 필요가 있다. 그 이후에 기준금리가 다시 오를지, 아니면 더 내릴지에 따라서 나중에 전략을 바꾸면 된다. 이때 전략을 빨리 바꾸기 위해서는 지금 유동성이 좋은 채권에 투자해야 한다. 국공채나 공사채, 우량한 회사채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
-- 신용등급이 낮은 채권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는 최근의 상황은 어떻게 보는가.
▲ 'BBB' 등급 이하 채권은 내 자산 중에서도 정말 없어도 되는 자금, 포트폴리오 중에서도 극소수만 투자하는 것이 좋다. 높은 이자를 좇아 'BBB' 등급에 주로 투자하게 되면 언젠가 꼭 문제가 된다. 수익률이 1~2%포인트 높다고 무조건 좇으면 안 된다. 'BBB' 등급 회사채는 경기가 좋을 때도 항상 조심해야 한다. 돌발 이슈는 언제 터질지 모른다. 개인 투자자가 그런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 채권에 직접 투자하는 방식이 있고, 상장지수펀드(ETF) 같은 펀드를 통해 간접 투자하는 방식이 있다. 두 방식의 차이는.
▲ 개별 상품을 잘 알면 채권 직접투자를, 개별 상품은 잘 모르지만 추후 시장금리 방향성을 잘 판단할 수 있다면 채권형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를 추천한다. 채권형 펀드는 유동성이 풍부하고 매매가 굉장히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만기까지 보유하면 손해 볼 일이 거의 없는 채권과 달리, 간접투자는 펀드가 보유하고 있는 채권 가격의 변동으로 인해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 세금 측면에서 보면 채권에 직접 투자하는 경우 이자소득에 대해서만 과세한다. 다만 채권형 펀드의 경우 펀드에서 발생하는 전체 수익에 15.4%의 세금을 매긴다. 매매차익과 이자소득 모두 과세 대상이라는 뜻이다.
-- 해외 채권에 투자하기 전 고려할 점은.
▲ 해외 채권 투자에 있어 제일 중요한 것은 환(換)이다. 미국 국채에 투자하든 일본 채권에 투자하든 환이 제일 중요하다. 통상 환율 상승(원화 약세)은 호재가 맞다. 다만 환은 예측이 아니라 대응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정확하게 전망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알고, 유사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유동성이 좋은 채권에 투자하는 걸 권한다.
-- 채권 투자의 대중화를 가장 실감하게 된 에피소드가 있다면.
▲ 회사에서 채권 업무를 맡고 있다고 말하면, 예전에는 가족들이 내가 채권 추심을 하고 다닌다고 생각했었다. 그 정도로 채권에 대해 몰랐는데 지금은 경제에 정말 관심 없던 아내도 채권 투자를 시작해 이자를 받고 있다. 전문가들이 쓰던 채권시장의 용어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국고채 명칭을 보면 '국고01125-3909(19-6)'라고 돼 있다. 이건 발행 금리가 1.125%이고, 2039년 9월에 만기라는 뜻이다. 채권 전문가들은 이걸 편하게 19-6(2019년에 여섯 번째로 발행된 국고채라는 뜻)이라고 부른다. 근데 요즘은 회사 안에서도, 일반 투자자들도 19-6이라는 용어를 쓰는 걸 보며 신기하다고 느낀다.
o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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