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전투중단 실효성에 물음표…"구호품 전달 여전히 난항"
유엔 "가자지구, 국제 구호 직원에게도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곳"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이스라엘군이 구호물자 전달을 위해 가자지구에서 낮 시간 전투를 중단하겠다고 밝혔지만, 해당 조치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전투 중단이 이뤄지는 구간이 구호물자를 전달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데다 그간의 공습으로 도로가 파괴된 곳도 많아 이번 조치로 보급량을 얼마나 늘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국제 구호단체 직원들의 발언 등을 인용해 전투 중단에도 구호물자 전달이 계속 난항을 겪을 우려가 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이 주간에 전투를 중단하겠다고 밝힌 구간은 케렘 샬롬 국경 검문소에서 칸 유니스 인근의 유럽병원으로 이어지는 7마일(약 11.3km) 정도다.
구호단체들은 지난달 라파 공습 이후 이집트와 가자지구를 잇는 라파 검문소가 폐쇄되면서 이스라엘 국경에 위치한 케렘 샬롬 검문소 등을 통해 구호물자를 전달하고 있다.
케렘 샬롬 검문소 인근까지 보급된 구호물자를 인도적 구호 단체 직원들이 트럭에 나눠 싣고 가자지구 내부로 이동해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스라엘군은 이처럼 케렘 샬롬 검문소로 들어온 구호품 수송 트럭이 가자지구 내부로 이동할 수 있도록 특정 경로를 지정해 전투를 중단하기로 했다.
그러나 대상 지역의 반경이 넓지 않고 팔레스타인 주민 대부분이 대피해있는 가자지구 중심부까지는 이어지지 않아 식량 등 구호물자 전달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그간의 공습으로 구호물자 이동 통로가 타격을 입은 점도 식량 보급에 어려움을 더한다.
도로가 파괴되면서 트럭으로 이동하기 어려운 구간이 생겨났고, 절박한 가자지구 피란민들이 식량을 찾아 구호물자 수송 트럭을 막아 세우는 일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의 스콧 앤더슨은 여름이 다가옴에 따라 깨끗한 식수에 대한 필요성도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식량 보급이 개선되더라도 가자지구 북부의 위생시설과 의료 서비스는 여전히 부족하다.
이런 가운데 구호 단체 직원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가 턱없이 부족한 점도 문제다.
전쟁이 계속되면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구호단체 직원들이 숨지거나 구호물자 트럭 등이 공격을 받는 일도 이어지고 있다.
UNRWA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직원 193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미국 CNN 방송은 전했다.
UNRWA는 "이는 유엔 역사상 가장 많은 희생자 수치"라며 "가자지구는 구호단체 직원에게도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곳"이라고 말다.
다만 UNRWA는 이런 위험에도 구호 활동가들이 가자지구의 심각한 인도주의적 위기를 해결하고자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구호단체들은 이스라엘의 라파 공습이 본격화하기 전 가자지구에 식량을 상당량 비축해 뒀지만, 이후 6주 이상 전투가 이어지면서 심각한 기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칼 스카우 세계식량계획(WFP) 부국장은 NYT에 "비축량이 줄어들고 있어 구호물자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면 몇 주 안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e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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