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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보리 기능마비에 글로벌 안보정책 '헛바퀴'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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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보리 기능마비에 글로벌 안보정책 '헛바퀴' 지속
미·영·불 vs 중·러 진영구축에 가자·우크라·북핵 등 방치
'종이호랑이' 전락했나…세계평화·안정 설립취지 무색
개혁 논의 지지부진…"위험하고 예측할 수 없는 상황 직면"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이행을 감시하는 전문가 패널 활동이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15년 만에 종료되게 되면서 안보리가 핵심 안보 이슈에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또다시 나온다.
안보리는 28일(현지시간) 회의에서 대북제재위 산하 전문가 패널 임기 연장 결의안을 표결했으나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됐다.
결의안이 통과되려면 안보리 15개 이사국 중 9개국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고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 5개 상임이사국 중 어느 한 곳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야 하는데, 우크라이나 침공 후 북한과 무기 거래를 하는 것으로 의심받는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다.
이번 결정으로 유엔은 대북 제재 위반 사항을 알릴 수단을 상실하게 됐다.
한국 외교부가 "러시아가 안보리 이사국의 총의에 역행하면서 스스로 옹호해 온 유엔의 제재 레짐(체제)과 안보리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를 크게 훼손시키는 무책임한 행동을 택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지만, 안보리 내부의 오랜 갈등 구조하에서는 결정을 번복할 방법이 없는 상태다.
신냉전 속 안보리 기능 마비 문제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세계 정치 지형의 다극화로 전쟁 등 민감한 안보 현안이 수시로 터져 나오고 있지만, 미국을 필두로 하는 서방과 그 반대편에 서는 중국·러시아가 안보리에서 사사건건 대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이 강대국 간 입장차에 따라 여러 차례 부결됐다.
즉각 휴전을 바라는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이스라엘의 우방인 미국은 3번 거부권을 행사했고, 이어 중국과 러시아도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결의안은 4번이나 부결됐다.
6개월째 이어진 전쟁으로 가자지구 내 민간인 희생자 수가 3만명을 넘어서고 100만명 이상이 최악의 식량 위기에 맞닥뜨리게 되자 안보리는 이달 25일 우여곡절 끝에 휴전 요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하지만 그렇게 뒤늦게 이뤄진 결의조차도 이행을 둘러싼 가타부타 논쟁이 이어지는 등 실효성이 의문스러운 상황이다.
미국이 나서서 "구속력이 없는 결의안"이라고 주장하고 나섰고, 이스라엘은 보란 듯이 가자지구 공습을 이어 나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서도 안보리는 즉각적 철군과 불법적 영토 병합 시도를 규탄하는 결의안을 채택하지 못했다.
평화를 수호해야 할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다른 주권국의 영토를 침공해 점령했으나 상임이사국 지위를 이용한 거부권 행사를 막을 수 없었다.
결의안은 결국 유엔 총회에서 압도적인 지지로 수차례 가결됐으나 총회 결의는 안보리 결의와 달리 법적 구속력이 없었다.
이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직접 안보리 회의에 나서 안보리 기능 무력화를 비판하며 유엔 개혁을 촉구하기도 했다.

북한의 핵, 미사일 문제도 마찬가지다.
북한이 대형 도발을 해도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 탓'이라고 주장하며 아무런 협조를 하지 않아 안보리 차원의 핵무기·탄도미사일 개발 견제 기능이 사실상 마비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고문 등 반인류 범죄 혐의를 받는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을 국제법정에 세우려고 한 안보리의 시도도 러시아의 중국의 반대로 번번이 가로막힌 바 있다.
안보리가 신냉전과 국제정치 양극화 속에서 민감한 안보 문제를 제대로 풀어나가지 못하자 국제 평화와 안정에 대한 기대도 약해지고 있다.
평화와 정의 수호의 관점에서 구속력이 있는 결정을 내리지 못하면 글로벌 안보 문제가 적체되면서 더 큰 갈등과 분쟁으로 증폭될 수밖에 없다.
종이호랑이로 전락한 안보리에 대한 비판은 유엔 안팎에서 거세지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부터 안보리의 기능부전에 큰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구테흐스 총장은 "과거 냉전 시대에는 잘 확립된 메커니즘이 강대국 간 관계를 조율하는 데 도움을 줬지만, 오늘날 다극화 시대에는 그런 메커니즘이 사라지고 있다"며 "그 결과 우리는 위험하고 예측할 수 없으며 처벌도 받지 않는 혼란 상황을 보고 있다"고 지난달 7일 말했다.
그는 "안보리가 결정을 내리고 이를 실행할 수 있어야 하며 더욱 대표성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재작년 10월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전쟁에 대해 언급하면서 안보리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더욱 기민하고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안보리 개혁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승전국 위주로 구성된 안보리 구성 방식을 개선하자는 것이지만 각국의 엇갈린 이해관계 등으로 인해 개혁 시도는 번번이 좌절됐다.
상임이사국을 확대하거나 일반이사국을 확대하는 제안, 안보리 무력화에 앞장서는 러시아를 퇴출하거나 거부권 행사 제한하자는 주장 등이 나오고 있지만 각국의 기득권이 걸려 있는 문제여서 조속한 실현을 점치는 쪽은 많지 않다.
withwit@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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