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트랙터시위 재개 조짐에 3차 농민지원책 발표
농가 소득보장법 개정, 특정 살충제 사용 외국산 수입 금지
농민들, 24일 개막 농업박람회 맞춰 트랙터 시위 예고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프랑스 정부가 농민의 소득 보장을 강화하기 위해 올여름까지 새로운 법안을 만들고 자국산 농산물 보호를 위한 각종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약속했다.
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총리는 2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분노한 농민의 외침을 들었고 이는 행동에 대한 촉구"라며 3차 농민 지원 방안을 추가로 발표했다.
이번 발표의 핵심은 농가 소득 보장을 위한 '에갈림(Egalim)법' 개정이다.
이 법은 식품제조업체, 유통체인 간 치열한 가격 전쟁에서 생산자인 농민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법으로 처벌 조항이 있음에도 그동안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농민들의 불만이 높았다.
아탈 총리는 "에갈림법 준수를 위해 출범한 의회 조사단에 에갈림법 강화 임무를 맡겼다"며 "이들의 활동 결과를 바탕으로 여름까지 새로운 법안을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불공정 경쟁으로부터 프랑스 농민을 보호하기 위해 오는 23일 특정 살충제(네오니코티노이드)를 사용한 외국산 농산물의 수입 금지 법령을 발표한다고 밝혔다.신경 자극성 살충제인 네오니코티노이드는 2020년부터 유럽연합(EU) 내에서 사용이 금지됐으나 이를 이용한 값싼 외국산 농산물은 그대로 수입돼 프랑스산 농산물의 시장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아탈 총리는 프랑스 정부가 EU보다 과도한 환경 규제를 부과한다는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살충제 사용량 측정에 활용하는 자체 지표도 폐기하고 EU 지표를 따르겠다고도 덧붙였다. 다만 그는 "2030년까지 살충제 사용을 50% 줄이겠다는 우리의 목표를 포기하고 싶진 않다"고 말했다.
이밖에 ▲ 축산 농가에 대한 1억 5천만 유로 지원 ▲ 계절 근로자 비자 발급 확대 및 고용주 부담금 면제 확대 ▲ 학교 급식 내 프랑스산 농산물 소비 확대 ▲ EU 농가 보조금 지급 촉진 등도 발표했다.
그러면서 "농민 없이는 국가도 없고 농업 없이는 프랑스도 없다"며 "우리는 농민에게 거짓말하지 않고 그들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는 이달 1일 규제 완화 대책 등 2차 농민 지원책을 발표해 전국적인 트랙터 시위를 잠재웠으나 24일 연례 국제농업박람회(2월24일∼3월3일)개막을 앞두고 곳곳에서 다시 산발적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최대 농민조합단체 전국농민연맹과 청년농민회는 24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박람회장에 도착하는 만큼 행사장 앞에서 트랙터 시위를 한다는 계획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국제적 행사가 농민 시위로 차질을 빚지 않도록 하기 위해 20일 저녁 두 농민노조 대표들을 엘리제궁에 초대해 그들의 요구 사항을 청취했다.
매년 2월 말 파리 포르트 드 베르사유 엑스포 전시장에서 열리는 국제농업박람회는 프랑스의 대표 행사 중 하나로 프랑스산 농산물과 축산업, 첨단 농기계 등을 한자리에서 만날 기회다. 올해 60회째인 이 행사엔 매년 70만 명이 다녀간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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